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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마리스칼, 예술과 놀다

2014-01-10


어린아이들은 문자를 배우기 전에 그림부터 그린다. 이들에게 그림이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의사소통 수단이자, 재미있는 놀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림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이것은 원초적이고 순수한 즐거움과 멀어졌다는 말과 같다.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이 떠오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을 그렸던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듯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만나는 아티스트, 마리스칼의 개인전이 오는 3월 1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마리스칼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스페인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2010년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 ‘치코와 리타’의 감독이다. 이외에도 가구,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영역의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난독증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생각한 것을 모두 그림으로 옮겼다는 그에게 있어, 그림은 삶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종이와 펜, 혹은 태블릿으로 즉흥적으로 스케치를 한다는 마리스칼, 수백 장의 스케치를 마주 보고 있자면, 천진난만하고, 즐거운 에너지와 함께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한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영감의 순간이 그렇듯, 마리스칼의 스케치는 어떤 경계와 제약도 두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조각, 영화, ‘The Art Player’ 등 총 1,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총 3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전시는 노트에서, 혹은 태블릿에서 방금 튀어나올 것 같은 스케치들을 담은 ‘스케치의 방’을 비롯해, 기존의 형태와 새로운 것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콜라주, 풍경을 이루다’와 ‘삶의 기쁨’으로 구성했다.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스케치북으로 삼았다는 그의 말처럼, 전시장 내부에는 전시와 함께 완성한 드로잉 작업들도 눈에 띈다.

어린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명확한 형태 대신 선을 잇거나, 원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낸다. 거기에는 세상 무엇도 담아낼 수 있을 만큼의 자유로움이 있다. 마리스칼의 거대한 캔버스를 만나게 될 작업들은 바로 그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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