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6
바우하우스 양식의 군수공장을 개조해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역사를 자랑하는 갤러리 사이사이로 디자인샵과 파리풍의 노천카페들이 자리하고, 각종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이 발길을 붙잡는다.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라 불리는 베이징 따산즈 ‘798 예술지구’는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이 내뿜는 열기와 연일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 전시로 베이징을 찾은 일반 관광객들까지 꼭 거치는 필수 코수다.
한때 한국의 유명 갤러리들이 진출해 더욱 관심을 받았던 이곳에 한국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과 레지던시가 함께 운영되는 중이다. 캔 파운데이션(국제시각예술교류센터, CAN foundation)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공간 ‘스페이스 캔 베이징’(Space CAN Beijing)과 예술가들의 레지던시인 ‘피에스 베이징’(Project Space in Beijing, P.S.B)이다. 우리나라 대안공간으로는 유일하게 베이징에 진출한 스페이스 캔 베이징과 이미 30여명의 입주작가를 배출하며 한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피에스 베이징은
한국 작가와 현대미술을 중국에 소개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사제공│월간사진
한 건물에 나란히 있는 스페이스 캔 베이징과 피에스 베이징은 각각 2011년과 2008년에 문을 열었다. 스페이스 캔 베이징은 유명 갤러리들이 이른바 ‘팔리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할 때 대안공간의 성격에 걸맞게 다양한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열어 중국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페이스 캔 베이징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김창희(30)씨는 “현재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갤러리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수가 줄었으며, 당장의 판매를 통한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실험적 성격의 경영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캔 베이징 역시 피에스 베이징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의 보고전을 3개월에 한번씩 개최해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백남준, 김보희, 박희섭, 송준호, 안두진, 제여란 등의 개인전을 열어 한중 예술교류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유명 작가들과 전속 계약을 맺어 중국 미술시장을 두드렸던 과거와 달리 젊은 작가들과 교류전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또한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피에스 베이징은 매회 2명씩 3개월 동안 작가들의 체류와 작업 및 숙식공간을 지원한다. 이곳을 거쳐간 30여명의 입주작가들 중에는 이원철, 박현두, 임수식, 이혁준 등 사진가들의 이름도 여럿 발견된다. 김매니저는 “798 예술지구 내에 위치해 급변하는 중국미술의 산 현장을 바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한 주에 많게는 수십 개의 전시가 오픈하며, 쏟아지듯 전시되는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만으로 작가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도전하도록 만든다”고 소개했다. 또 입주작가들이 중국 미술을 보다 피부에 와닿게 체험하도록 798 갤러리와 베이징의 주요 미술관 투어 프로그램과 함께 중국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무엇보다 활력 넘치는 798의 분위기와 열기가 입주작가들의 창작욕구를 한껏 고조시킨다는 점이 피에스 베이징만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개인전 3회 이상의 작가라면 장르에 상관없이 피에스 베이징 레지던시에 지원 가능하다.
한편 798 예술지구에는 현재 150여개 이상의 다국적 갤러리를 비롯해 출판사, 디자인샵, 카페 등이 밀집해 있고, 주변의 차오창띠, 판티에, 헤이차오 등 여러 예술지구들의 뿌리 역시 798에서 시작되었다. 또 798 예술지구에서는 매년 9월 중순부터 한달간 ‘798 예술제’가 열려 하나의 주제로 갤러리들이 일제히 연합전시와 주제전을 갖는 등 어느 때보다 볼거리를 더한다. 798의 개척자인 황루이와 쉬용이 주도하는 예술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아 전시 이외에도 영화, 음악, 공연, 학술회의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김매니저는 “역사, 독특한 공간, 집단으로 모여 있는 갤러리 등으로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으며, 21세기에 가장 발전가능성이 있으며 문화적 상징성이 농후한 세계적 예술도시라는 유명세가 지속적으로 갤러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급등하는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갤러리들이 줄지어 798 입주를 기다리는 이유는 이처럼 예술지구의 유명세를 통해 중국미술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798의 가능성과 예술적인 분위기를 작가들이 체험할 수 있는 베이징의 한국 레지던시로는 스페이스 캔 베이징 이외에도 포스갤러리, 아트미아, 광주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레지던시가 있다. 김매니저는 “중국 레지던시의 경우 한국처럼 작가에게 창작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임대비를 받거나 전시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