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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비디오와 미디어 그 경계에서

2013-05-21


‘비디오아트=백남준’은 쉬운 수학공식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미디어아트는?
다양한 매체의 활용으로 예술을 함에 있어 소재의 다양성은 늘었으나 경계는 모호해 지고 있다. 경계의 확실한 선 긋기가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 보려 한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우리의 눈을 사로 잡기 위한 다양한 매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정확한 정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일단 관심의 대상이 되면 막을 수 없는 전염 바이러스 마냥 퍼진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 백남준은 비디오라는 매체를 예술이라는 옷을 입혔다. 그가 처음 비디오아트를 시작할 때 비디오는 최신 기술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디오를 뛰어넘는 매체들이 등장했고 그 것을 반영하는 예술이 시도된다.

갤러리 정미소에서 VIDEO & MEDIA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동영상작업으로 한정 되었던 비디오아트에서 최근의 미디어아트는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빛 연출, 조명, 영화, 디자인 등의 상황과 통합되면서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한 부분으로 비디오가 흡수되고 있다.

전시는 1980~200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비디오, 미디어 작가들인 육근병, 김희선, 전가영, 전소정, 염지혜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비디오와 미디어에 대한 차이 혹은 경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편집방식’,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편집방식으로서의 미디어아트(영상을 비롯한 3D프로그램 등)’, 모니터의 프레임 안에서의 공간감과 지각방식’, ‘컴퓨터 내재된 장치를 통한 인스톨레이션의 확장’ 이라는 4가지 섹션으로 볼 수 있다. 작가의 의지대로 선택된 매체를 새로운 이야기로 재생산해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구형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눈이 껌뻑이고 있다. '눈은 우주와 인간의 축소체이며 역사와 세상 만물을 거짓 없이 직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육근병 작가의 작품이다. 1960년대 군사적 전유물로 개발된 컴퓨터 기술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인 PC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아날로그 매체로 작업을 시작했던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편집기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매체의 변이현상에 주목한다. 전시장 천정에 배치된 그의 작품은 CCTV처럼 관람객을 응시한다. 무의식적으로 화면 속 눈과 정확하게 눈이 마주친 순간 감시 당하는 것 같아 섬뜩하다. 다른 작품을 보는 동안에도 시선이 느껴져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인에 정보가 기록되고 저장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그런 기록들이 유용하게 사용될 상황이 있기도 하지만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눈이 만물을 거짓없이 직시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하는 육근병 작가의 철학처럼 거짓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두 개의 화면이 있다. 그들은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 같다. 빠르게 걷다가 촬영하는 화면과 눈이 마주친 순간 멈춰 선다. 스크린기반의 온몸지각방식에 관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김희선작가의 작품이다. 길을 걷다가 상대방과 눈을 마주하고 눈인사를 건 낸 적이 있나?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걷는다. 지나가는 사람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만 간다.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지 않고 목적지만을 향해가는 어린왕자 속 어른들 같다. 창 밖을 내다보려는 아이들은 얌전하게 있으라고 혼이 난다. 아이들을 혼내는 어른들은 정작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조차 자주 잊어버린다.

작품 앞에 서서 걷다가 내 앞에 멈춰서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내 앞에서 흔적으로 남고 다른 사람들이 다가온다. 분명 그들은 처음 본 사람들이고 심지어 장소도 어느 낯선 외국의 이름 모를 골목이다.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끝이다. 그러나 잠깐이라도 멈춰서면 조금은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우연은 아니다. 모두가 바쁘겠지만 잠깐 멈춰 서서 서로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면 어떨까?

알록달록 색들이 조각조각 모였다. 얼핏 조각보 같이 보이는 전가영의 작품은 뉴미디어아트의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는 LED를 통해 빛난다. 작가는 소리와 색의 조화를 일관되게 작품에 반영해 왔다. 하나의 색은 하나의 음이다. 색이 노래하고 음이 노래하는 작품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실제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색의 차이로 운율의 변화가 느껴진다. 시멘트벽돌로 이루어진 갤러리 벽면을 감성적인 색으로 물들여 차가운 색이지만 따뜻해 보인다.

‘일상이 모이면 신화’라는 말이 있다. 평범한 이야기라도 지나고 보면 추억할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전소정작가는 디지털 편집기를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신의 영역을 이어가는 사람과 사물의 감수성 짙은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속에 깊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염지혜작가는 어딘가 늘 어딘가 떠나고 싶은 그러나 안정적이고 싶은 이중적인 심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다. 화면에선 흐름이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상징하는 매체가 실물로 놓여져 있다.

이 중 육근병작가의 작품이 비디오아트를 대표한다면 염지혜작가의 작품은 매체의 결합을 통해 미디어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은 비디오와 미디어 사이 어디쯤에 서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도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삶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기계들은 계속 개발된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기계의 노예가 되어 감수성이 사라지고 차가운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VIDEO & MEDIA전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손길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비디오와 미디어작품과 소통해보자.


참고자료 갤러리정미소
http://www.galleryjungmi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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