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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힐링이 필요하다면

2013-05-06


일상에 치이다 보면 힘들고 아프기에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 늘 위로 받고 싶은 생각을 숨겨놓고 살아간다. 그런 우리에게 가끔은 봄 꽃의 싱그러움 같은 따스한 힐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요즘처럼 햇살 좋은 날엔 미술관을 거니는 것도 힐링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때마침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는 ‘구(球)_체(體)_경(景) 힐링 그라운드(Healing Ground)’展이 펼쳐지고 있다. 이 전시는 스포츠를 미술로 재해석한 기획전으로 22명의 작가, 60여점의 작품들이 인물, 경기장, 에너지, 힐링 그라운드 등 네 가지 테마로 선보여진다. 따뜻한 봄날, 공원 나들이 겸 소마미술관으로 예술 힐링을 떠나보자. 전시는 오는 6월 23일까지 열린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구'의 상징성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 순환, 영원성을 뜻한다. 구의 다른 의미는 스포츠와 놀이에 사용되는 '공'(Ball)이 그것입니다.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상징인 공은, 이념과 계층, 민족과 종교를 넘나들고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오브제(Objet)로 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Gaza Strip)같은 분쟁지역에서 월드컵 기간에 포성이 멈추고, 올림픽 오륜기 다섯 개의 원이 전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구'는 '공'을 품에 안은 자세로 국가와 민족 간에 이웃과 이웃 간에 때론, 내 안의 다른 나와 화해하고 서로 치유하는 힐링의 '구' 인 것입니다. '체' 는 말 그대로 인간의 몸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최소단위의 '구' 가 모여 거대한 '구' 인 지구에서 60억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 중에 노동을 제외한 신체 단련과 정신건강을 위한 움직임이 여가활동(餘暇活動)과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 는 인체의 역동성, 몸이 가지고 있는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인물을 통해 스포츠 근현대사를 투영하기도 합니다. '경'은 이런 인체들이 모여 있는 풍경, 군중(群衆)의 함성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긍정의 에너지를 표출합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면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 그라운드'로서의 '경'을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_손성진 소마미술관 큐레이터


구(球)=에너지

구_체_경 중에서 구의 상징성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 순환, 영원성을 뜻한다. 또한 구는 스포츠와 놀이에서 사용되는 공이다. 자연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에너지를 보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에너지가 있다. 이용덕과 유영호의 작품은 공동작업처럼 서로 조화를 이룬다. 이용덕은 자신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안과 밖에 관한 형이상학적 고찰의 질문과 답을 인간의 몸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 작품을 중심으로 유영호의 네온사인이 말을 하듯이 둘러싸고 있다. 우, 오, 와 라는 네온은 경기장에서 들을 수 있는 함성 같기도해, 작품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우, 오, 와'를 따라 하게 된다. 아마 이 역시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나를 동요시킨 것은 아닐까.


체(體)=인물

보자마자 익숙한 인물들이 전시장에 가득하다. 스포츠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 보인다. 조정화는 피겨스케이트 여왕 김연아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를 팝아트적인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각 같지만 그림 같은, 다소 장르가 애매한 표현기법이지만 기존의 인물조각상이 지닌 권위감을 탈피한 친근한 이미지로 보는 이를 편안하게 만든다.
이길우는 세계 최고 스프린터의 역동적인 모습과 박태환 선수의 접영 하는 모습을 향불로 태운 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얼핏 보면 모자이크기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향불을 하나하나 태워 커다란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인내심이 대단하다. 향불에 주술적인 의미까지 부여하는 중국에서 특히 관심을 보이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을 비디오아트와, 한국 마라톤의 영웅인 손기정 선수를 판화기법으로 제작한 백남준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경(景) =경기장 혹은 풍경

각종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흥미롭게 재구성하고 편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조해영과 김무준의 작품은 스포츠경기장을 인물은 배제시키고 색감과 도상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골프필드의 초록빛을 보면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들고, 수영장의 시원한 파랑을 보면 첨벙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사윤택과 최영록, 최무영 그리고 변윤희는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그려냈다. 바로 어제 나도 겪고 보았을 광경이 미술관 안에 있는 듯 편안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힐링 그라운드’

힐링 그라운드는 구,체,경이 만나는 곳이면서, 이 전시의 컨셉을 대표하는 작가인 이상원의 회화, 드로잉, 미디어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상원은 일상적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공원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신체활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여러 개의 화면 속에서 줄넘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훌라후프를 하고 있는 작품 속 사람들은 흡사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 올림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을 하던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베른트 할프헤르의 설치작품은 인조 잔디 위에 몇 개의 공이 놓여져 있는 모습이다. 당장이라도 공놀이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든다. 경기장 그림도 있고, 유명한 운동선수 들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보는 일반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그들이 직접 움직이기도 한다. 엄숙한 조명아래 접근하기 어려운 그림이 아니라 매일 만나는 익숙한 일들일 작품화되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건네고 있다.

누구나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힐링에 주목하게 된 것 같다. 상처의 크기가 다르고 그것을 이겨나가는 방법 또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워진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다.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위로하고픈 작가들의 마음을 만나러 소마미술관에 가보자.


참고자료
소마미술관 http://www.soma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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