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8
중국 북경과 상해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양인희의 국내 첫 개인전, ‘마비_Reflection’이 3월 5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갤러리라메르 신진작가창작지원전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양인희가 북경에서 선보였던 ‘마비’展의 주제를 확장하여 가져온 것으로 인간의 신체를 바라보는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갤러리라메르 신진작가창작지원전으로 펼쳐지는 양인희의 이번 전시 타이틀은 ‘마비_Reflection’이다. 이는 지난 2012년 중국 북경에서 열렸던 그녀의 첫 개인전 ‘마비’에서 이어진 주제로 작가의 캔버스는 인간의 신체들이 겹치고, 분산되고, 충돌하는 찰나의 지점을 담아낸다. 그 찰나의 시작은 작가 스스로의 경험으로 양인희는 자신의 다리가 마비되었을 때의 일어났던 신체적, 정신적 착란과 기이한 혼돈을 주관적인 해석으로 표현했다. 몸의 일부이면서 자아에 걸치지 않은 모호한 신체, 그 분산되고, 겹쳐지는 이미지를 캔버스 위의 비정형적 형태로 겹겹이 쌓인 모습으로 드러낸 것이다.
“양인희의 개인전(‘마비’/ 2012년, 중국 북경)의 작품은 심리적 층위 안에 있는 복잡다단한 사이의 지점, 교차점, 무엇과 무엇의 경계를 흐리는 지점 안에서의 표현이란 점에서 작품의 화두인 ‘마비’를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작가에게 마비는 마비가 일어난 후의 지점이 아니라, 마비가 되는 그 순간 찰나, 교차점이다. 그러니 마비라는 용어의 지극히 작가 주관적 해석인 셈이다. 이는 자신의 몸을 감싼 신체의 기이한 특징과 혼돈 그 자체, 그리고 그렇게 정신과 몸의 착란 비슷하게 넘어서는 자아를 표현하는 것으로 내가 보는 작가는 항상 나와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이라 일컬어지는 보기 좋음이 아닌 기이하고 괴상한, 분명 같은 몸인데도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움과 추함을 넘어서는 형태에 매혹 되어 온, 오랜 바라봄 끝에 내면 깊이 자리하게 된 모호함이다.” _ 작가 김시하 (전시 평론 발췌)
북경에서의 전시가 스스로의 신체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마비_Reflection’은 타인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관적 해석에서 더 나아가 주변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작가의 드로잉은 보다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낸다.
양인희가 캔버스에 표현하는 기법은 단순하다. 아크릴과 콩테, 두 재료가 물과 섞이면서 풀어지는 유기적 형상들을 겹겹 쌓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마치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의 드로잉이 형성하는 층위적 개념은 자신과 타인에게서 보여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호한 이야기의 겹침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처음 마비였을 때는 제 다리가 마비되었을 때 시작된 정신적 마비였어요. 그랬다가 이번에는 타인의 이야기를 바라봤죠. 제 얘기가 아닌 다른 이들의 신체가 좀 더 객관화 되어 충돌하거나 겹쳐지고, 반으로 포개어 반사되기도 하죠. 작품 마다 각각 다른 타인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이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으로 캔버스에 옮겨냈어요. 딱 떨어지는 표현이 아니다 보니 작품이 생소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나 오히려 그런 면이 제가 하려는 이야기와 맞는 다고 볼 수 있죠.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인간의 정서적, 신체적 불균형과 모호함, 여기서 나타나는 모순 같은 것들이 ‘마비’의 큰 틀을 구성하는 주제죠” _ 작가 양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