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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2013-02-08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예쁜 그림을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을 만들며 감동적인 글들을 쏟아낸다. 그렇게 매력적인 것들이 늘어날 수록 우리의 욕심도 자라난다. 욕심이 지나쳐서 생겨난 가장 나쁜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생존을 위해서 싸웠던 원시인들에서부터 오늘날 강대국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싸움을 빠질 수 없는 큰 축이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분명히 누군가는 이득이 있으니 싸움이 일어나겠지만 과연 그 누군가가 정말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고도가 누군지도 모른 채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해 할 수 없는 싸움 속에 있는 무리들이 있는가 하면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양쪽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인류가 아직 멸망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서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역사는 세계대전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패권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고통에 내몰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위로가 필요한 보통의 사람들의 희망은 예술가들이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었다.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이 모두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나름의 이유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지난1월 25일부터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체코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을 통해서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미술계의 모습을 살펴보고 체코뿐만 아니라 근대미술의 동향 전체를 살펴보면서, 미술이 단순한 아름다움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1부 근대적 표현의 모색 1905~1917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체코 근대 미술은 유럽미술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시기이다. 대륙으로 연결된 유럽의 특성상 교류가 자유로운 특성 때문에 인접 국가의 많은 영향을 받았고 체코 내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의 자체적인 발전이 어우러져 생동감 넘친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 졌다.

눈의 기억을 기록하는 기존의 회화와는 달리 내면의 감정을 화면에 담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1905년 전시회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는 젊은 체코 화가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10년대에 등장한 체코 큐비즘은 매우 독특하고 혁신적인 형태와 조형어법으로 체코 근대 미술에서 확고한 영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피카소와 브라크의 영향을 받았지만 수직과 수평의 답답함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형태에 관한 단순한 실험을 넘어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체코 큐비즘의 특징이다.

제2부 새로운 나라, 새로운 표현 1918~1930

1918년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통일이 되었다. 새로운 국가의 건국은 체코 미술의 형식적 양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으며 예술을 통해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일부 예술가들은 주체사상을 만들기 위해서 잡지를 만들기도 하였다.
화가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술의 형식과 기능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고, 보다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경향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초현실주의를 비롯한 아방가르드 미술이 등장하였다.

근대 회화의 큰 특징은 성서의 묘사나 신화적 인물표현에서 벗어나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밀로슬라프 홀리가 그린 노부의 그림도 그런 특징을 반영한다. 다부진 입술과 단단해 보이는 풍채에서 당시 체코의 건강한 노동자의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밀로슬라프홀리와는 다르게 블라스타 보스트 체발로바 피쉐로바는 초현실적인 성향의 그림을 그렸다. 당시 미국의 대공황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불안에 시달렸다. 불안에 대한 대안으로 유토피아적인 세계나 꿈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들이 있었다. 블라스타 보스트 체발로바 피쉐로바의 1922년의 레트나는 그녀가 실제로 꿈에서 본 모습을 그림으로 옮긴 작품이다.


제3부 상상력의 발산 1931~1943

많은 화가들은 다양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자신들의 작품을 서유럽 미술이나 서로 다른 체코 화가들의 작품과 차별화하고, 전체주의의 권력에 저항하려는 시도를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이데올로기로부터 초월하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자유의 추구와 인간성의 회복과 같은 주제를 담고자 하였고,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한 작품들도 대거 등장하였다. 이 시기 동안 체코 근대회화는 묘사의 대상으로부터 분리되었고, 화가들의 독자적인 개념과 표현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 추상 미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전운의 그림자 때문일까? 1930년대 이후에는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그림들이 대거 등장한다. 불안한 정세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이어졌다. 스탈린의 공산체제 아래서 작가들은 작업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으로 공식적인 예술과 비공식적인 예술로 나누어 작업하였다.

국내에서는 소개될 기회가 드물었던 체코 근대회화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21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참고자료
http://www.mo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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