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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그림은 리듬을 타고

2012-11-20


최근 들어 융합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여러 가지 일을 같이한다. 특히 예술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음악은 미술에 영향을 주고 그림은 문학에 영감을 주면서 끊임없는 교감과 융합이 이루어진다. 엄밀히 따지면 다른 장르지만 하나로 융합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재미있는 놀이터,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교감을 느껴보자.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가 떠오르는 전시 제목만큼이나 작품은 그림이지만 음악적 선율이 들리는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되진 않지만 우산을 들고 경쾌한 춤과 함께 Singing in the rain~ 하는 배우의 모습은 선명한 것처럼 시각과 청각이 함께 만드는 기억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것 같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싶다. 지난 11월 19일까지 열렸던 ‘문혜자’展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은 리듬을 타고’라는 전시명처럼 작가는 리듬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귀에 들어오는 음표들을 화면으로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자유로운 선의 흐름 때문에 어린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엇 하나 정지된 것이 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으로 보이고 생기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지는 것은 흐르는 선으로 만들어진 시각적인 율동감 때문일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물론 각자 소소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점점 난해 해지고 있는 동시대 미술은 전공자마저도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인지 해석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이 편하게 느껴진다.

창작의 영감을 음악에서 얻은 그림들은 입체적인 공간감은 없지만 대비가 강한 색의 사용으로 자유로움을 배가시키면서 별다른 해석 없이도 쉽게 읽혀진다. 혹자들은 작가가 숨겨놓은 의미들을 찾는 것을 그림을 보는 즐거움으로 생각 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 혹은 좋다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감정이니까 무엇이 옳다고 평가하는 않도록 하자.


“음악은 삶에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음악회에서는 연주자들의 긴장과 여유 그리고 열정의 희비가 관람객 또는 감상자에게 숨을 죽이고 음악에 빠져 들게 한다. 그런 음악이 주는 에너지를 화폭에 구현하기 위해 나는 춤사위를 통한 긴장과 열정, 그리고 거침없는 속도나 주저함 등을 솔직하게 옮기도록 노력한다.” _작가노트 중에서

그리 작지 않은 화면들을 작가는 0호 붓으로 오롯이 완성시킨다. 하나하나의 붓이 그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도 그렇지만 단 한번으로 완성되는 선적인 흐름, 즉 공선은 자유로운 리듬과 경쾌한 속도감을 낳고 있다. 가녀린 선이 주는 흐름을 고수하기 위해서 자기 반성적인 붓질의 반복을 통해 작업하는 것이다. 굳이 어렵게 작업하는 데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나름의 방식이라고 봐야겠다. 표현 방법은 다양하고 선택은 본인의 문제지만 모든 사람이 그 선택에 동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작가의 갈망은 세밀한 붓으로 완성되어간다. 달려가는 사람, 부유하는 음표들, 어딘가를 가리키는 손, 무지개, 꽃들, 화살표, 낙엽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가고,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품을 만드는 순간에만 유효하다. 일단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순간 그것을 느끼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일임된다. 관객의 마음까지 작가의 의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 작가가 정답을 정해 놓고 그것을 맞추길 바라면서 작품을 내놓는 건 흥미롭지 않은 일이다. 작가의 손을 떠나서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유기적인 발전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모두 다른 꿈을 갈망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과연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하는 대단한 것들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 갈망들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빨리빨리 앞으로만 나가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양한 장르와 만나야 하고 융합되어야 한다. 그림은 리듬을 타고 우리는 그림을 보고...

감성의 채움을 통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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