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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아름다운 푸른 빛, 비색청자

2012-11-16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오는 12월 16일까지 “천하제일 비색청자” 기획전이 개최된다. 송나라 태평노인이 쓴 책 ‘수중금’에서 고려청자가 중국 송나라의 청자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내용에서 “천하제일 비색청자”라는 전시회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전시는 1부 고려청자의 시작과 전개, 2부 고려를 보는 창 청자, 3부 고려 공예의 정수 상감, 4부 천하제일을 말하다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어, 연도순 전개의 딱딱함과 지루함을 벗어나 어떤 구역부터 관람해도 고려청자의 면모를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도록 했다.

글, 사진 | 김희경 객원기자( nigajota5@hanmail.net)

고려청자의 등장

“천하제일 비색청자”라는 기획전에서는 단순히 고려청자의 아름다움만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고려의 대표적인 예술품이자 생활용품으로서, 고려청자가 시대를 보는 창의 역할을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일찍이 송나라 태평 노인은 ‘수중금(袖中錦)’ 천하제일조에서 “낙양의 꽃•건주의 차•정요의 자기•절강의 칠기•오의 종이…고려 비색… 모두 천하제일인데 다른 곳에서는 따라 하고자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라고 하여 고려청자를 천하제일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또한 송나라 사신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도기의 푸른 빛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말한다.”라고 기록하여 고려청자의 미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다.

흔히 유물전시는 재미없고, 딱딱하며, 유물과 그것의 이름을 보고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려청자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고려청자의 시작과 전개에서는 초기-중기-후기로 이어지는 고려청자의 시대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고려가 건국된 10세기 무렵에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자기를 기술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고려청자의 제작은 당시나 지금이나 획기적인 일이었음이 틀림없다.

청자를 통해 본 고려

현대인들은 고려청자를 생활용품이라기보다는 감상용 예술품으로 여겨지지만 원래 고려청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도구이다. 그래서 전시된 유물들은 고려인들의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흔히 알려진 고려청자는 병, 그릇 등 식기가 대부분이지만 이곳에 공개된 것은 여성들의 화장 용기, 잠자리에서 사용한 청자 베개,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청자 의자와 향로들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의례나 행사에서 사용한 다양한 청자들, 무덤의 부장품, 그리고 집 장식을 위해 사용한 청자 기와와 자판에까지 사용되어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고려사(高慮史)’에는 “의종이 민가 50여 채를 헐어 못을 만들고 주변에 여러 정자를 지었는데, 그 중 하나가 양이정이며 청자기와를 얹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송나라 사신 서긍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중 궁전(宮殿)에는 “그들의 풍습은 음식을 아끼되 거처를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꿩이 나는 듯한 화려함에 용마루는 잇달아 붉고 푸른빛으로 장식하였다.”라는 내용으로 보아 고려인들이 집을 꾸미는 것을 좋아했고,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청자를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사용한 것이 청자 기와, 장식용 자판, 전, 연봉 등이다.

상감을 알다

상감을 통해 900년대에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상감은 서로 다른 재료인 대토, 또 다른 흙에 무늬도 새기고, 금분을 칠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청자에는 무늬 외에도 그림, 시가 새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감기법을 통해 고려인의 미적 창의력과 안목을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천하제일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으로 1~3부 전시를 정리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체화하게 된다. 주자, 매병, 향로, 연적, 붓 꽂이 등 생활 곳곳에서 사용된 청자의 실용성과 표면에 새겨진 소담스럽고 귀여운 한편, 자연 친화적이면서 종교적이고 숭고하기까지 한 천하제일, 고려청자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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