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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정동길, 100년 전의 나날들

2012-11-12


삶을 사는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빨리빨리 무언가를 해치운다. 천천히 걸으며 하루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100년쯤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별로 특별하지 않게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되고 기록된다. 그렇게 우리는 흔적을 남긴다.

“서울 중구 정동 23-8(정동길 2-1)”은 대한제국시절 다양한 서구 문화를 전해준 출발점이 된 장소이다. 이제는 서울의 걷기 좋은 길로 잘 알려진 정동길의 100년 전의 나날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cosmosstar00@naver.com)

서울역사박물관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정동 1900’를 오는2003년 1월 20일까지 전시한다. 자주독립을 열망했던 대한제국과 우리나라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한 서양인들의 공존의 장소였던 정동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전시는 ‘낯선 공존’, 그리고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의 정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시작하여 첫 번째 주제인 낯선 공존으로 들어간다. 1882년 미국공사관이 들어서면서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여러 나라의 공사관이 자리하고 종교기관, 학교, 병원들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상을 반영한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 흔적들을 보여주는 전시품들이 있다.


궁궐을 제외하면 대부분 초가지붕에 소박한 당시 백성들의 집들 사이로 각국의 특색이 드러난 건물이 생기고 그들의 감성으로 채워나간 정동은 점점 특별해졌다.


서양인들이 정착하기 전까지 정동은 그다지 주목 받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항 이후에는 서양회화와 사진의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의 문화가 해외에 소개되는 창구로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는 국제교류의 무대였다. 특별이 흥미로웠던 점은 춘향전의 프랑스 버전이 었는데, 표지는 드레스를 입은 서양(프랑스여성 같다)여성이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내용도 좀 각색되어서 변학도가 이몽룡의 칼에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고 한다.


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학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책 발간에 도움이 되었고, 배제학당과 이화학당 등 신식 교육기관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교육의 터전을 마련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종교를 전파하고 성경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 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콜랭드 플랑시는 한국의 인쇄기술을 보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당시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의 활자인쇄술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정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앞서 이미 우리나라에서 직지심체요절 이라는 활자인쇄물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것이다.

전시 동선을 자연스럽게 따르다 보면 독립된 2개의 방이 있다. 하나는 양화진의 있는 외국인 묘역의 비문 탁본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는 비문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또 다른 한 방에는 상업공간으로서의 정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늘 의식주에 관련된 것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먹고 사용하던 것을 장소가 바뀐 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동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다양한 물건들이 거래되면서 당시 서울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이 거래되었다.

1900년대 정동은 이렇듯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장소였다. 하지만 아관파천과 대한제국의 슬픈 결말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고, 그 후 독립운동을 위해 독립신문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의식이 희미해지는 요즘 젊은 이들은 그저 걷기 좋은 길로만 기억할까 걱정되는 정동길.
그냥 걸어도 좋지만 그 옛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생각하면서 걸으면 더 좋을 정동길 이야기다.

‘낯선 공존’이 주 전시였다면 부 전시격으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 대한제국, 세계와 만나다’가 있다. 파리 만국박람회는19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기념으로 파리에서 열렸던 행사로 우리나라는 여기에 민영찬 대공이 대표로 참여하여 별도 전시관인 한국관을 설치, 당당한 독립국임을 알리고자 하였다. 당시의 전시관을 재현한 모습에서 그 당시 전시상황을 추측해 볼 수 있었는데, 옷이며 각종 생활도구 등을 그래도 보여주어 서양인들에게 극동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

100년 전 정동에 살던 외국인의 모습과 만국박람회에 소개된 우리의 생활상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서울역사박물관
http://www.museum.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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