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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세계 3대 아트페어 피악

2011-12-02


제38회 생일을 맞은 피악(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이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에 걸쳐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 전체 홀에서 개최되었다. 그랑 팔레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피악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관심을 실감케 했다.

글 | 이민영 월간 퍼블릭아트 프랑스 통신원


올해 선보인 피악은 그동안 제2관으로 사용했던 루브르 궁 꾸르 카레의 공사로 전시홀이 폐쇄로 작년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피악 주최 측은 전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그동안 출입이 제한되었던 그랑 팔레의 세 개의 회당(남, 남-동, 남-서) 공개를 그랑 팔레 측과 합의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관람객들은 피악 기간 동안 이곳에 드나들 수 있었다. 이처럼 피악 시작 전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랑 팔레 홀의 역사와 전통, 아름다움이 돋보인 행사라는 긍정적 평을 얻었다.


2011년 피악에 참여를 희망했던 화랑은 더욱 까다로워진 심사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 194개 화랑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올해 피악은 21개국에서 온 168개 화랑만을 선정해 ‘들어가기 좁은 문’이라는 명성을 가진 아트페어 중 하나임을 증명했다. 개최국인 프랑스는 54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전체의 32퍼센트를 차지했고, 미국 26개, 독일 21개, 이탈리아 12개, 벨기에 11개, 영국 10개, 스위스 9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유럽 국가의 비중이 전체 화랑의 75퍼센트를 보였다. 이 가운데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지에서 37개의 갤러리가 올해 처음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전년도와 비교하면 모든 부스의 크기가 90㎡에서 75㎡로, 70㎡에서 50㎡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늘 피악 메인 홀을 장악하던 대규모 갤러리들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반면, 모든 부스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프랑스 갤러리 참여가 큰 비중을 보이고 있지만 아모리 쇼, 아트 바젤 등 세계 주요 아트페어들과 비교했을 때 프랑스 피악만의 고유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미술 시장의 지구촌화, 평균화되는 현상은 갤러리 심사에서 ‘출품 작가의 명성’을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꼽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세계 모든 아트페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가가 거의 비슷한 것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선보이는 유명 아트페어들은 사실상 새로운 작품을 발견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대가들이나 그들의 명성에 치중되어 있다는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 폐쇄설까지 대두되었던 피악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아트페어의 국제적 명성을 되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피악 기간 내에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열리는 파리 전역의 타 아트페어의 확산이 그 예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쇼 오프(Show off)와 슬릭(Slick), 아트 엘리제(Art Elysees), 커트로그(Cutlog), 쉭 아트(Chic Art Fair) 등 프랑스의 신생 아트페어들은 그동안 뉴욕이나 영국의 현대 미술에 비해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을 받고 있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알리고자 하는 전략으로 탄생했다. ‘보다 날카로운 현대미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쉭 아트(Chic Art Fair), 현 생존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슬릭(Slick)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피악의 연계행사로 튈르리 공원(Jardin des Tuileries)과 플랑트 공원(Jardin des Plantes)에 각각 19점, 14점의 조각 작품이 설치되었다. 까미 앙로(Camille Henrot),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장 뤽 물렌(Jean-Luc Moulene), 마크 디온(Mark Dion), 파브리스 이베르(Fabrice Hybert) 등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 또한 튈르리 정원 야외극장에서는 예술가들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행사가 파리 곳곳에 준비되어 10월 파리의 가을을 예술로 장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2년 피악 소식을 미리 알리자면, 지금 공사 중인 그랑 팔레의 명예 살롱(Salon d'Honneur)이 피악 전시장으로 영입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올해 축소되었던 참여 갤러리 수가 168개에서 대략 200개 정도로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올해의 유독 좁았던 피악의 문이 내년에는 좀 넓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보며, 올해 단 하나의 갤러리만이 참가했던 국내 갤러리의 많은 참여도 기대해 본다.



글쓴이 이민영은 현재 파리 8대학에서 젠더학 박사 중이며,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Cour Carree에서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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