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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거장들이 삶을 찍는 법

2011-08-17


있는 그대로의 인물을 화폭에 담고 싶어했던 인간의 욕망이 사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충족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에도 작가 나름의 표현방법이 존재하듯 눈 앞의 인물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표현의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 20세기는 사진가들에게 색다른 가능성의 시대였다. 그들은 현실을 그대로 찍어 나르는 사진에서 탈피, 자신들의 다양한 시각을 작품에 투영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롯데갤러리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리는 ‘삶의 기록: 만레이와 사진거장 展’은 20세기 사진사를 대표하는 사진 예술 거장들 7명의 작품 105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아방가르드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 만레이는 뒤샹과 피카비아의 영향으로 다다이즘에 천착하기 시작한 후 뉴욕 다다를 이끌었고, 1924년경부터는 파리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가한 인물이다. 프랑스로 이주한 1921년 이후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하여 패션사진과 유명 인사들을 찍은 사진들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그는 솔라리제이션 기법과 레이요그래프, 음화제작, 포토몽타주 등의 기법들을 사용한 실험적인 사진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따서 레이요그래프(rayograph)라 명명한 사진은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인화지에 직접 피사체를 배치하여 빛을 비추는 방식으로 만레이만의 실험정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기법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추상주의 사진의 대가 만 레이를 비롯, 오늘날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고 있는 으젠느 앗제와 여성의 누드를 초현실적으로 왜곡한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표적 초현실주의 사진가 빌 브란트, 그리고 자신의 시각과 관점을 작품에 투영시켜 한국 예술 사진계에 큰 획을 그은 주명덕과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들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사진의 기록적 측면을 예술로 승화시킨 루시앙 클레그, 일본의 전후 경험을 사진으로 승화시킨 일본의 대표적 작가 호소에 에이코, 고전적 신비함과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이리나 이오네스코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만레이와 함께 소개되는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같이 모두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후, 1953년에 파블로 피카소를 만나 그의 죽기 전까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던 루시앙 클레그의 사진에는 인간에 대한 지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단순히 피사체로써만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 그 자체가 의미가 되는 인간에 대한 서사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 딸의 누드를 10년 동안 찍어 윤리적인 문제제기를 당하기도 했던 이리나 이오네스코. 그녀의 사진은 에로틱하고 퇴폐적인 분위기와 함께 고전적인 미를 함께 나타내 윤리문제를 넘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사진은 현실의 재현이라는 매체적 특성으로 인하여 다른 예술 장르보다 동시대의 사회나 문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삶의 모습을 회상하게 하는 동시에 내면의 세계를 강하게 표출하는 대상이기도.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작품 속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한번 곱씹어보는 것일 터이다. 8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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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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