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9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마당에 풀어 키우다 때 되면 잡아먹던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의 시대는 가고, 자식보다 더 소중하고 친구보다 더 친밀한 존재가 되어가는 요즈음의 동물들. 그러나 반면, 사람에게 학대 받는 동물들의 사연 또한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사람에게 있어 동물은 진정 어떠한 존재인가. 더불어 사람과 동물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어떤 관계들을 맺어오고 있었을까.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코리아나 미술관
인간이 동물을 삶의 반려자로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에 이르러서라고 한다. 철학자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은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기계 같은 존재(르네 데카르트)’라는 주장에 대해서 ‘동물 또한 인간과 같이 고통 받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고 반박했다고. 수 만 년 전 어느 동굴 벽에 그려진 동물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은 당대의 사회와 관념의 변화를 상징하는 인간의 동행자로서 존재해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 방식이 수렵에서 농업으로 전환되고, 이어 산업사회로 변화해 가면서 동물은 애정의 대상과 폭력의 대상으로 동시에 인식되고 있다.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6월 29일부터 진행된 ‘애니멀리어(Animalier) 展’은 인간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동물에게 새로운 상징성과 관념을 부여하고, 현대 문명이 초래한 혼돈과 위기 속에서 현대의 애니멀리어가 동물과 맺어온 인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애니멀리어(Animalier)는 19세기 프랑스 미술에서 동물을 주요 제재로 다루었던 화가나 조각가들에게 붙여졌던 호칭이다. 동물을 뜻하는 단어 ‘animal’과 인간 행위자를 뜻하는 접미사 ‘ier’를 결합한 애니멀리어는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제시하려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한 눈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인간의 동반자’, ‘동물을 통한 자아성찰’, ‘도구로서의 동물’, ‘반인반수, 경계적 존재’라는 네 가지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섹션 ‘인간의 동반자’에서는 작가 김남표와 이종선, 임만혁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섹션 ‘동물을 통한 자아성찰’ 역시 흥미롭다. 애니멀리어 예술가들은 동물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것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기성찰을 위한 기회와 사회와의 소통 창구를 찾아왔다. 두 번째 섹션의 작가 박종호와 곽수연은 동물의 행동에 자신의 삶을 이입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능력이 바로 사회 적응 능력임을 확인시킨다.
세 번째 섹션 ‘도구로서의 동물’은 인간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도구로 존재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의학이나 심리학적 실험에 수많은 동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동물의 떼죽음은 인간의 무관심과 이기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금중기와 송상희, 정정엽, 양승수 등의 작가들은 이렇듯 도구로서 소비되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비정상적인 인간성과 인류의 위기를 고발하고 있다. 마지막 섹션인 ‘반인반수, 경계적 존재’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던 반인반수(半人半獸)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계적 존재로서의 인간, 혹은 동물을 상징해낸다. 오랫동안 공생해온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시각예술을 통해 되짚어보는 이번 전시는 8월 17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