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8
반체제 인권운동가인 중국 출신의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가 베이징 공항에서 경찰에 구금되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아시아권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에서 언론과 인권단체들이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글 | 월간 퍼블릭아트 이혜린 기자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중국 정부에 의한 예술 표현의 제한’을 주장해온 아이 웨이웨이는 정부 및 사회에 대한 풍자 퍼포먼스를 진행해 왔다. 가령, 목면 붕대로 주요부위를 가린 채 퍼포먼스를 펼치고, 가운데 손가락을 불쑥 올린 퍼포먼스도 시행하고, 베이징 천안문을 배경으로 가슴팍에 ‘FUCK’라는 글자를 새겨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세계의 주목을 끌던 아이 웨이웨이는 6월 석방됐다.
장 엘리옹(Jean Helion)
공학과 건축을 전공했지만 몬드리안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추상회화에 몰두했던 장 엘리옹(Jean Helion). ‘앱스트럭션 그룹’에 가입하고 추상회화를 기초로 구상회화를 추구한 그는 프랑스에서 출생 후 미국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미국의 미술계에 처음으로 추상화를 소개했다고 알려진 인물 중 하나인 장 엘리옹은 1950-60년대 내내 뉴욕의 화랑가와 미술관들에게 강력한 보이콧을 받았는데, 급진적 추상화였던 그의 작품이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이유였다. 단순하게 채색된 면을 통해 시각적 균형을 추구했던 그는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이루어진 작품을 주로 그렸으며, 그림은 감성이나 상징을 제외한 색채만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브데이 터 오가니안(Avdei Ter-Oganyan)
2010년 ‘러시아의 해’를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기획된 러시아 현대미술 전에 참여한 작가 아브데이 터 오가니안(Avdei Ter-Oganyan)이 러시아 정부의 검열을 받고 전시에서 제외될 뻔 했다. “너무 도발적이며, 국가 원수에 대한 테러를 부추긴다”란 이유로 검열된 그의 작품은 ‘Radical abstractionnism n°8‘.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시에 함께 참여했던 작가들은 아브데이 터 오가니안 없이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히려 문제의 발단이 된 러시아 정부를 역으로 보이콧했다. 현재 아브데이 터 오가니안은 1998년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작품을 발표한 후, 체코에 망명해 거주 중이다.
베르사이유 현대미술 프로젝트(Contemporary art exhibition at Versailles)
현대미술을 통해 베르사이유에 새로운 활력과 새로운 시각을 준다는 의도로 기획된 베르사이유 현대미술 프로젝트. 제프 쿤스(Jeff Koons)를 시작으로 타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많은 이슈를 만들어왔다. 전시 개막 전부터 보수 단체들이 이에 대해 보이콧을 하고, 법정 소송까지 불거지게 만들었다. 예술적 성향보다 상업적인 측에서 자주 조명되던 제프 쿤스와 일본의 만화를 차용해 ‘키치미술’을 보여주고 있는 무라카미가 베르사이유의 성격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보이콧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만큼, 베르사이유의 현대미술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데이비드 워나로위츠(David Wojanarowicz)
최근 출품된 작품 한 점이 검열되어 논란이 되었던 전시 ‘Hide/Seek: Difference and Desire in American Portraiture’. 게이와 레즈비언, 바이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노출과 동성애 등을 주제로 하는 만큼 보수파 정치인들과 종교 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선정성 문제가 제기될만한 기획이라며 문제 삼았던 단체들과 정치인들은 전시가 열린 스미소니언미술관에 집행되는 예산을 줄이겠다고는 협박했다. 결국 이에 잔뜩 겁먹은 스미소니언미술관 측은 전시에서 문제가 되었던 데이비드 워나로위츠(David Wojnarowicz)의 작품 ‘A Fire in My Belly, 1986-7’를 철수했다. 문제가 된 그의 작품은 피를 흘리는 예수의 모형 위로 개미가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보수파 정치인들은 이미 20년 전에 작고한 작가의, 더욱이 종교 비하가 아닌 동성애자로서 자신이 경험을 빗댄 작품에 대한 이해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보이는 이미지를 검열했다. 대중과 예술계 인사들은 미술 검열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데이비드 워나로위츠의 초상화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미술관에 항의했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에 많은 예산을 투자했던 앤디 워홀 재단(Andy Warhol Foundation) 역시 작품 검열에 앞장 선 스미소니언미술관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고 시우 란(Ko Siu Lan)
파리의 유명 미술학교인 국립 에꼴 데 보자르 학생 고 시우 란(Ko Siu Lan). 그가 자신의 작품을 학교 외벽에 설치한지 몇 시간 만에 학교 당국의 명령에 따라 철거되어 검열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작품은 검은색 천에 흰색으로 ‘일하자(TRAVAILLER)’, ‘덜(MOINS)’, ‘벌자(GAGNER)’, ‘더(PLUS)’라고 쓰인 4개의 플래카드이다. 이 구호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이었던 ‘더 일하고, 더 벌자(Travailler plus pour gagner plus:Work more to earn more)’를 비판적으로 풍자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논란이 되었다.
학교 측은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이 작품이 중립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철거의 당위성을 밝혔지만, 작가는 “정치적인 이유로 검열의 대상이 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슈화되자, 더 큰 비판을 피하고자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상황을 정리했고, 그의 작품은 원래의 자리에 다시 설치되었다.
만다나 모가담(Mandana Moghaddam)
작가 만다나 모가담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나 현재 스웨덴 고텐부르그(Gothenburg)와 테헤란을 오가며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는 그동안 이민, 추방, 소통, 고립, 성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작품을 통해 제기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2008년 테헤란과 고텐부르구 두 지역을 연결하여 제작해, 서로 다른 두 지역의 사람들이 소통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 ‘우물(The Well)’을 계획했다. 하지만 작가는 프로젝트 시행 도중 이란 정부의 검열과 방해 때문에 철수된 이 작품을 지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에서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