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3
빈티지가 트렌드가 된 게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정말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시대정신’의 영향 때문이지는 몰라도 웬만하면 부수고 새로 짓는 게 요즘의 대세인 듯 하다. 게다가 감각적이고 매끈한 것에 열광하는 세태가 상대적으로 전통의 입지를 작아지게 한 것 또한 사실. 한국의 전통적인 공간과 환경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진행해 온 사진가 주명덕의 사진전이 8월 18일부터 대림미술관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대림미술관이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주명덕 프로젝트’의 마지막이기도 하다고.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대림미술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1세대 작가인 주명덕. 그는 1966년 첫 개인전 ‘홀트씨 고아원’으로 한국적 리얼리즘의 탄생을 알린 장본인이자, 사진 앞에서 순수함을 지켜낸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이다. 주명덕은 다양한 다큐멘터리 사진들과 풍경 사진 등의 작업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가 구사하는 특유의 기법을 담은 흑백사진들은 ‘주명덕 블랙’이라는 하나의 사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My Motherland’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있어 낯설거나 혹은 익숙한 한국적 삶의 공간을 고요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 130 여 점의 작품들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카메라를 통해 작가가 바라 본 ‘조국 Motherland’, 그 자체의 이미지이다. 작가에게 있어 ‘조국’이란 어머니의 고향이자 아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가치, 동시에 미의식의 원형으로 형상화 된다. 그는 그의 이러한 사고들을 고스란히 출품작들에 담아내고 있다.
주명덕의 섬세한 미의식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기록했던 창덕궁이나 수원의 화성,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등이 후일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만으로도 명료하게 드러난다. 그가 애정을 가지고 담아낸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 자체로 뛰어난 조형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그의 애정은 그가 담아낸 프레임 곳곳에 나타나 사진을 보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전이된다. 주명덕의 공간에 대한 관심은 전통 한옥과 초가를 비롯한 보편적인 한국식 주거 공간에 대한 연구로 나아간다. 전통적인 한국식 주거 공간이 조금씩 사라져간 탓에 이제는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게다가 생활방식의 측면에서도 현대식 도심 생활은 한국식 주거 공간과 양립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해 버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질 주명덕의 사진작업은 그가 전국을 다니며 정성스레 담은 전통가옥의 공간미를 차분하게 드러내고 있다. 2008년 시작된 대림 미술관의 ‘주명덕 프로젝트’는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기록한 첫 번 째 전시 ‘도시정경’, 작가가 40년 간 한국의 산과 대지를 찾아 다니며 삶의 터전을 세심하게 포착한 ‘잃어버린 풍경’에 이어 한국의 전통 공간을 주제로 한 이번 ‘My Motherland’ 사진전을 마지막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 이번 전시는 9월 25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