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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평화롭기엔 너무나 불온한

2011-08-02


한 무리의 남자들이 언덕에 성조기를 꽂고 있다. 그 유명한 사진, ‘이오지마에 미국 국기를 꽂고 있는 해군들(1945)’의 변용인 듯 하다. 하지만 왠지 그림이 낯설다. 자세히 보니 성조기는 뒤집혔고 남자들은 각 잡힌 군인이 아닌, 날라리 같은 동네 부랑아들이다. 조셉 리의 작품 ‘성조기’는 미국인의 용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을 이렇게 전복시킨다. 이렇듯 독특한 시각을 가진 두 명의 작가, 조셉 리와 이혁의 사진전이 인사동에 위치한 토포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토포하우스

이번 사진전은 그 이름부터 색다르다. ‘불온한 유산’이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되는 이번 사진전은 그간 일본을 무대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사진작가 이혁과 미국 내 한국인의 자화상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한 조셉 리의 공동전시이다. ‘고상한 통속’과 ‘THE KOMERICAN’이라는 두 개의 파트는 각각 이혁과 조셉 리가 담당했다.

‘볼 수 있는’ 사진가로서 ‘볼 수 없는’ 자의 손끝이 느끼는 대상을 담아낸 사진작가 이혁의 ‘고상한 통속’ 전의 작업은 ‘어두운 방(camera obscura)’에서 빛을 통해 생명을 얻게 되는 사진 일반의 특성처럼, 어둠의 세계에서 빛(점자)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획득하게 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춘다. 시각과 청각에 비해 더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촉각의 오브제인 점자성경작업은 인간과 세계의 원초적이고, 구체적인 만남의 현상을 형상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성경구절을 점자로 입혀 주제에 맞는 다양한 아트웍을 진행한 후, 이를 사진으로 나타내는 식의 작업을 진행한 그는 특히 창세기 중 아담과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성경구절과 팝적인 이미지의 조화가 인상적인 이 작품들은 선악과의 사과를 애플의 로고로 표현한다든지, 창조되는 인간을 미키 마우스로 표현하는 등의 독특한 비틀기가 눈에 띈다.

하나 같이 전부 강렬한 배경에, 강렬한 인물들이 카메라를 노려본다. 그들의 입성은 평범하지 않으며 렌즈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는 얼굴에는 일말의 적개심까지 느껴진다. 또한 그들의 몸에는 하나 같이 문신이 새겨져 있다. 기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구원(救援)이라는 단어는 ‘멀리서 구하다’라는 뜻의 구원(求遠)이라는 단어로 비틀려 한 여인의 손등에 새겨진 후다. 얼굴과 이력을 비롯,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작가 조셉은 수많은 인물과 장소섭외, 개인적인 사유의 주체성을 쫓기 위함이 시발점이었던 Komerican Project를 통해 각각의 인물이 주는 시선과 미국적 정체성을 눈 여겨 보아왔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그들의 존재와 주체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각 인물의 몸에 새겨진 문신의 야성성은 문명화 되어있지 않은 몸과 문명화 되어있는 인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쉽지 않은 강렬함과 이 보다 더욱 강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전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색다른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7월 27일부터 시작된 ‘불온한 유산’ 展은 8월 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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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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