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2
흑과 백. 연필이 그릴 수 있는 세상은 이분법적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흑과 백 사이의 수천, 수만 가지 다른 빛깔들이 보인다. 여기에 사각사각 종이를 쓸어 내리는 섬세한 터치가 더해지면 연필이 전하는 세상은 훨씬 더 다채로워진다. 아트선재센터 2011 라운지 프로젝트의 세 번째 초대작가 강성은이 전하는 세상은 고요한 새벽 같은 빛깔을 지녔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아트선재센터
어스름하게 밝아 오는 아침, 낮게 깔린 안개. 강성은 작가가 그리는 세상은 아직은 어두운 새벽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의 집이나 골목길을 먹으로 그려왔던 작가는 이제 연필을 들고 산과 들, 도시의 밤 풍경을 그린다. 가래떡처럼 굽이 굽이 늘어져 있는 비닐하우스, 고요한 그 곳은 작가의 여정을 담은 기록의 산물이다. 강성은은 강화도 마니산, 스키장,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보이는 커다란 구조물을 촬영하고 드로잉했다. 거기에 자신의 여정과 감정에 대한 짤막한 기록도 더했다. 그녀의 여정이 담긴 작가노트를 보면 작가가 마주친 풍경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2011.4.15
이태원 시장 길을 밤 10시 반 경 빠져나감/ 시장 길을 십자로 가로질러 수개월을 파냈다는/ 그랑드 블루발드를 위한 대공사/ 어두움에 까내고 덜어 낸 바닥 헤치고 한발씩 살살 앞으로/ 정면을 막아서는 덩치 큰 탈 것, 잠자고 있다/ 크고 많은 바퀴 인상적, 아이폰 촬영, 당장 그리기 시작/ - 작가노트 중에서”
드로잉을 위해 작가가 선택한 연필이라는 재료는 교과서에 낙서하던 어린 시절부터 우리와 함께 해 온 친숙한 도구다. 이 도구는 또한 밝음과 어두움을 확연하게 드러내주며, 작가의 시선을 좁은 골목길의 집들에서 도시의 거리 또는 산으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섬세한 선과 면으로 채워진 강성은의 그림은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 전시된다. 예술전문서점 더북스와 아트선재센터 카페가 있는 이 곳은 작가에 프로젝트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는 서점이자 카페, 전시장이다.
2011 라운지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인공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듀오 작가의
<파워마스터스>
는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고, 두 번째 주인공 얀 크리리스텐슨과 앤더스 피어슨은
<얀 크리스텐슨과 앤더스 피어슨이 ‘서울세션 2011’을 선보인다>
로 사운드 워크샵과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였다.
개성강한 목소리를 내던 2011 라운지 프로젝트의 전 작가들과 달리 심연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강성은의 드로잉이 라운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전시는 7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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