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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가상세계의 잠재적 이미지 ①

2011-07-12


1999년 영화 <매트릭스> 이후 지난 10여 년간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와 여러 실험들을 통해 우리는 ‘가상(virtual)’이라는 단어를 실재성의 영역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탄생한지 20년이 겨우 넘은 시점에서 ‘가상’이 ‘실재성’의 개념과 동등하게, 아니 더 비중 있게 사용된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가상을 단순히 실재성과 반대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가상공간’을 현실이 아닌 현실 저편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세계는 이미지가 차고 넘치는 세계이다. 우리는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예술은 바로 이 가상을 매개로 하여 자신의 존재론적 지위를 마련한다. 이 글은 예술에서의 가상과 가상현실의 의미를 살펴보고 가상(세계)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예술작가, 그리고 가상적 이미지와 현실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실재 세계를 살펴보고자 작성되었다.

글 | 백 곤 미학

1. 가상세계를 바라보는 눈

「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를 저술한 마이클 하임(Michael Heim)은 ‘가상적인(Virtual)’이라는 말과 ‘현실(Reality)’이라는 말이 갖는 사전적 의미를 결합하여 가상현실 개념을 설명하고 그 본질을 찾고자 하였다. 벌써 1993년의 일이다. 그의 정의대로라면 ‘가상적인’이라는 말은 형상적으로 인지되거나 허용되지는 않지만 본질적으로 또는 효력을 미치는 면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실제로 현전하지 않음에도 현존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다. 이는 바로 존재론적 지위를 가짐을 뜻한다. ‘가상’에 대한 물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가상(virtual)’을 진리에 대한 속임수, 허구 혹은 환영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그는 가상을 완전한 없음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파악하였다. 플라톤은 예술작품을 현실에 대한 모방으로 보았는데, 이러한 모방을 거울에 비유하면서 거울 속에 들어있는 현실세계의 모든 것은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에게 가상이라는 것은 ‘실재로 없는 것’이 아니라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이며, 그러한 것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있는 것’이 된다.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실재란 우리가 주변에서 만지거나 느낄 수 있는 개별 개체들에 있을 뿐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또 다른 물음이 생성된다. ‘가상현실’은 진정 있는 것인가? 대답은 당연 있고 말고다. ‘가상현실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마이클 하임의 경우처럼 ‘사실상은 실제적이지 않지만’ 우리 앞에서 움직이는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무엇이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 어떻게 가상현실이 존재하는가? 이유는 바로 가상현실, 혹은 가상공간이 우리의 경험과 지각의 지평위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환영적 몰입을 통해서 말이다. 게임이 아주 강력한 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속성 때문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기본적으로 가상성(virtuality)을 내포한다. ‘사이버스페이스 존재론과 그 심리 철학적 함축’에 대해 연구한 여명숙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개념이 모호하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를 ‘reality’를 ‘실재’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현실’은 대체로 시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지각 가능한 대상이나 사건 혹은 그것들에 대한 경험을 가리키는 반면, 실재는 현실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사용된다. 실재 중에는 현실화 된 실재도 있고, 현실화 되지 않은 실재도 있다는 점에서 ‘virtual reality’는 ‘가상적 실재’로, ‘actual reality’는 ‘현실적 실재’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즉, 가상이라는 것은 잠재되어 있으나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가상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말은 마치 나무가 씨앗 안에 가상적으로 존재하듯이 아직은 현실화 되지 않았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 시공 속에서 현실화(actualization)될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상’에 대한 이러한 정의도 이제 식상한 것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가상을 정의내리는 단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몇 작가의 예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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