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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도시 속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

2011-07-04


현재, 많은 비율의 인류가 '도시(City,都市)'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인들의 도시 속의 삶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놀랄만한 사실은 기원전 3,000년전경에는 세계 인구에 대한 도시 인구의 비율이 거의 '0'에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활동을 좁은 경계를 벗어나서 광범위하게 통합 조정하며 살고 있는 공동체를 뜻하는 '도시'는 현재 세계인구의 2/3 이상이 자신들의 일생을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이러한 도시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존재할까?

글 |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우선, 도시라는 개념에 접근해보자. 많은 인구수와 빌딩, 밀집되어 있는 주거형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직업군 등등 몇 가지 요소들로부터 사전적 의미에서의 도시를 정의하고 규정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정보들은 우리에게 단지 일련의 숫자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도시의 풍경과 그 속의 삶을 떠올리는 것은 어떨까? 분명 도시가 지닌 매력적인 모습임에는 분명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이 너무 이상적이고 표피적인 가상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는 우리에게 이렇듯 손에 잡히지 않는 도시의 개념과 모습에 관한 일종의 보고서와 같은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 'GeoCity'이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시각화된 숫자들과 이미지로서 제시하는 동시에 체험하게 만든다. 최근, 도시는 글로벌화가 진행된 까닭에 유사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모습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각 도시는 특유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삶의 모습은 다른 듯 유사하고, 유사한 듯 상이하기 때문이다. GeoCity는 거주민들과 지역성에 기반한 도시의 모습을 조명하며, local한 도시의 모습을 통해 전체 도시 속에서의 삶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전시이다. 특히, '알스 일렉트로니카'가 위치한 '린츠(Linz)'시를 통해 도시가 발생시키는 일련의 정보들을 보여준다. 린츠시의 후원을 받아 시작된 센터인만큼, 알스 일렉트로니카는 린츠'시에 관한 충실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국내의 미술관 내지는 아트센터에서도 벤치마킹 하면 좋을 부분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문화 예술을 진흥시킨다는 목적만이 아닌, 실질적인 도시의 정보들을 예술적으로 가시화하여, 그 도시를 방문하는 이들과 공유한다면 미술관 혹은 예술에 대한 후원을 더 이상 맹목적이거나 뚜렷한 기대효과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라 폄하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80+1 – A Journey Around The World’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80일간의 세계일주'란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20개의이슈들이 테마로 제시된 일종의 가상 여행 장치이다. 이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Food, Energy, Growth, Climate Change, Heritage, Civil Society, Biological Diversity, Happiness, Education, Water, Markets, Migration, Traffic, Cultural Diversity, Coexistence, Aging, Recycling, Exploration, Identity, Progress - 이러한 이슈들은 각각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데, 각각의 이슈들을 선택할 때마다, 중요한 장소들(Key Locations), 예술프로젝트들(Art Projects), 학교 프로젝트들(School Projects)을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통계 데이터를 실시간(분 단위)으로 업데이트하여 더욱 생생한 지구 곳곳의 소식을 전달한다. 이 작품은 마치 위에서 제시된 이슈에 관한 글로벌 리포트를 감상하는 기분이기 때문에, 이것을 예술 작품이라 여겨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지기도 한다.

두 번째 작품은 거주민들에 의해 구성되는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Procedual City’이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자신의 손가락에 새겨진 지문을 통해 도시의 구성을 확인하는 작품인데, 관람객은 마치 지문 확인용 장치같이 만들어진 키오스크에서 지문을 스캔 받아 도시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스캔된 지문의 굴곡과 라인들은 바로 도시의 형태가 되는데, 관람객은 콘트롤러를 통해 마치 가상 세계를 탐험하듯 관람객 자신으로부터 파생된 도시의 빌딩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 ‘Procedual City’는 이웃해있는 ‘Pixel Window’와 설치를 일정 부분 공유하는데, ‘Pixel Window’는 레고 블럭과 같은 조형물로 만들어진 모형 도시의 벽면 위에 초소형 빔 프로젝터를 활용한 가상의 창문들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개성이 결여된 채 번잡한 대도시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관람객들은 마치 이러한 도시의 조정자 처럼 도시의 순간들에 개입하여 바쁜 일상의 도시인들이 잊고 지내던 그들과 관계된 이야기들을 가상의 창문 속 이미지를 통해 체험하게 된다.


전시장의 중앙부에는 진정 린츠시가 좋아할만한 작품 ‘SimLinz’가 전시되어 있다. 왜냐하면 1950년대에서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는 린츠시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알스 일렉트로니카는 이 작품을 Interactive Urban -and Geo - information system 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첫 번째 부분은 관람객이 정보를 찾아 검색할 수 있는 콘트롤러 및 모니터 부분이고, 두 번째 부분은 그러한 정보가 크게 확대되어 나타나는 3 piece의 스크린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스크린 아래에는 린츠시의 지도를 크게 확대해놓은 설치 작품이다. (관람객용 모니터 옆 계단을 통해 지도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두 가지의 개입 포인트를 갖게 되는데, 한 가지 방법은 앞서 언급했듯이, 관람객 용으로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를 통해 여섯 가지의 키워드 (Tourism, Culture, Economy / Energy Consumption, Road Traffic, Air Traffic)를 선택하여 린츠시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다.


모니터 속에서는 가상의 지구본이 떠있는데, 선택한 키워드에 따른 린츠시와 세계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가시화한다. 각각의 스크린은 물론 관람객의 선택에 따른 내용을 화면에 연동시켜,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관람객의 선택에 조응하는 환경을 체험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또한, 관람객이 아래 거대하게 설치되어 있는 린츠시의 지도로 이동하여 비치되어 있는 전자펜을 통해 지도를 따라가며 린츠 시의 각 지역들을 관람하게 만들기도 한다. 화면 속에서만 나타나는 디지털 이미지의 린츠 뿐만 아니라, 지도를 짚어가며 린츠시를 더듬어가는 듯한 경험 또한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Data World’이다. 이 작품이야말로, 세계 곳곳의 도시들의 정보들로 구성된 다양한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작품이다. 관람객을 위한 두 개의 좌석과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모니터와 연동되는 바닥에 투영되는 4 piece의 프로젝션 스크린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객은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 앞에 앉아 다양한 주제 및 테마들로 구성된 어플리케이션'들을 실행해 볼 수 있는데, 세계 각국의 건강 정보를 볼 수 있는 'The World Wide Health Map' 이라던지, 다양한 지역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찍힌 사진들을 통해 시간과 지역성을 확인할 수 있는 '10X10 (ten by ten)', 각국에서 배출한 CO2 수치와 인류의 탄생과 죽음의 비율을 비교해놓은 어플 등등을 선택하여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바닥에 투영되는 스크린에는 이러한 정보들과 함께 지역의 실제 지도와 일러스트가 함께 보여진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며, 몇 가지 확인한 점들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최근의 경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예술의 영역이 매우 크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예술 영역의 확장은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그 시점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최근 미디어아트의 경우,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그러한 정보들을 다시 매개하여 새로운 정보로 파생시킨다 던지,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나의 주제에 관한 넓고 깊은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미디어가 가진 힘을 통해 특정 (주제의)이미지/데이터를 공유 및 확산시키는 작업 등,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를 그 짝으로 선택한 예술의 변모가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흐름들은 그 형태 면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예술 작품과 비교해보자면, 예술이라고 하기엔 너무 분석적이거나 학적이며 사회적 이슈 등을 내용으로 다루고 있기에, 과연 이것이 예술 작품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자문을 하다 보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렇다면,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현대 예술은 이미 관람객에게 특정 감흥 내지는 감정을 유발시킨다면, 그 감정이 어떠한 것이던 예술의 영역 안에서 수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시대의 아방가르드라고 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는 어떠할까? 인류가 미디어를 통해 보다 긴밀하게 생활하면 할수록, 그들이 미디어와 상보적 관계를 맺게 됨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디어와 그것과 합일된 메시지를 통해 다시 전율할 수 있다. 이것이 미디어아트가 제시하는 새로운 예술의 국면일 것이다.


Ars Electronica : http://new.aec.at
GeoCity : http://new.aec.at/center/ausstellungen/geocity/

p.s
흥미로운 점 하나!!!
위의 작품들은 모두 '알스 일렉트로니카'의 Futurelab에 의해 제작된 작품들이다. 개인 작가가 아닌, 랩의 구성원들이 리서치를 통해 만들어낸 프로젝트/작품이라는 점이 참으로 고무적이다.

흥미로운 점 둘!!!
알스 일렉트로니카의 태생이 그러하듯, 위의 작품들 또한 많은 후원을 받아 제작된 것들이다. 물론, 본문에서 언급하였듯이 후원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보장되긴 하였지만...^^;

흥미로운 점 셋!!!
현재 알스일렉트로니카에서는 그들의 다양한 랩(RoboLab / BioLab / BrainLab / FabLab)의 활동들에 기반한 또 다른 전시 라는 전시도 진행 중이다.

http://new.aec.at/center/ausstellungen/new-views-of-human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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