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0
처음 그를 알게 된 건 빅토리아 베컴을 과감하게 쇼핑백 안에 구겨 넣은 사진을 통해서였다. 그녀를 둘러싼 가십들을 정면 돌파하는 그의 공격적인 감각은 이후 관심을 갖고 찾아본 그의 다른 작품들 속에 선명하게 들어차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날 것의 느낌. 그의 사진은 아름답고 감각적인 광고 사진만을 봐오던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수많은 브랜드들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바로 그, 독일 출신의 패션사진작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의 국내 첫 사진전이 지난 4월 15일부터 시작되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대림미술관
유르겐 텔러의 국내 첫 전시 ‘Touch me’는 프랑스 디종의 유명 미술관 Le consortium과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는 자유로운 성적 표현과 가공되지 않은 거친 미감들이 가득하다. 이는 모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난 10년간 촬영해온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작품들과 함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로니 혼(Roni Horn), 리차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윌리암 이글스턴(William Eaggleston) 등 의 유명 아티스트과 함께한 portrait 작업을 소개하여, 작가의 패션사진가로서 면모뿐만이 아니라 예술가적 시선을 조명한다.
본 전시에서는 예술과 상업사진의 경계를 두지 않고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작가의 독특한 사진철학을 통해 그의 사진이 기존의 광고사진과 어떻게 차별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기존의 전시에서 다뤄지지 않았었던 낯선 도시에서의 다큐멘터리 작업 ‘Ten days in Havana’를 통해 사진가로서의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전시구성에 있어서도 작품과 작품 사이에 충분히 여백을 두는 설치 방법을 통해서 작품 외의 어떠한 외부조건들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초현실적인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치했다. 이는 관객들이 스스로의 시선으로 작품의 내러티브를 만들고 작가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더불어 본 전시와 함께 제작되는 도록은 최초로 유르겐 텔러가 도록 디자인에 참여하고, 출판사 레알(Les presses du reel)과 협업으로 만들어 졌다는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진 작품뿐만이 아니다. 작가가 모델들 그리고 유명인들과 사진작업을 하면서 생겨난 에피소드와 그들과의 dialogue를 소개하는 미디어 룸을 통해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출판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관객들이 유르겐 텔러 개인과 그의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더불어 영국의 유명 예술비평가 아드리안 실 (Adrian Seale)의 텍스트를 통해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또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사진이 단순히 사진에서의 영역뿐만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소개하고 있다. 통의동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7월 31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