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문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범과도 같은 작가이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펼쳐지는 그의 작품세계는 세계 문학계에 색다른 한 획을 그었다. 이런 그의 소설이 모티브를 차용한 전시가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이하 MoA)에서 진행중인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Game + Interactive Media Art_2부’가 바로 그것. 게임과 미디어아트라는 얼핏 보면 묶이지 않을 카테고리를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전개한 MoA의 전시는 그래서 더욱 새롭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서울대학교 미술관(MoA)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MoA)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Game + Interactive Media Art’ 展을 진행했다. 이후 두 달만에 진행되는 2부 전시는 1부 전시와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두 장르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고 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1세대 가정용 게임기들과 게임 씨디 등 게임산업의 역사와 함께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소개했던 1부 전시에 비해 2부 전시에서는 설치 작품 및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위주로 전시가 진행된다.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게임과 새로운 예술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에 담아낸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모로 다채로운 구성이 눈에 띈다.
1세대 미디어아티스트인 백남준을 비롯하여 Alvaro Cassinelli, Roger Ibars, 박제성, 이정은, 허윤실, 방현우 등의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최근 작업과 신작들을 소개했던 1부 전시에 이어, 2부 전시에서는 김기철, 김수정, 변지훈, 이상민, 이지선, 이현진, 하태석, 황주선 이상 8명의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창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선보인다. 사운드 디렉터,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 등 다양한 직업 군에 속하여 있는 작가들은 스피커, 스마트폰, 첨단 기기 등의 오브제를 이용하여 관객들의 감각들을 자극하며 참여를 유도한다. 관객들은 작품에 따라 직접 선택하고 반응하며 작품의 형태나 결말까지 바꿀 수 있는데, 이렇게 게임의 형식과 특성을 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게임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키워드이다.
Wave Reflection_이상민
Wave Reflection은 관객이 조이스틱을 이용하여 3차원 공간으로 들어가게 한다. 게임패드 또는 조이패드로 불리는 이 조이스틱은 마치 악기처럼 이미지와 사운드를 콘트롤한다.
Head of Speech_이지선
Head of Speech는 참선의 일종으로 스님들이 마음을 읽는 방법으로써 질문을 던지는 화두법이라 불리는 명상법을 디지털화된 일상생활에 가져오는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자아를 찾도록 하는, 바쁜 일상에서 생각하기 힘든 질문이 거울에 나타나고 이 질문을 통하여 자신의 본연의 삶의 목적, 자아를 돌아보는 답변을 스스로 찾아간다.
The Dot_이지선
The Dot은 면벽명상을 위하여 벽에 점을 찍고 참선하는 방법을 디지털화된 일상생활에 가져오는 수단으로써 만들어졌다. 배꼽높이에 손가락 끝이 닿을만한 위치에 찍히는 점을 계속 보다 보면 머리에 잡념이 사라지면서 몰입하는 순간 점이 커지면서 나의 전체가 되는 것을 디지털화하였다.
교차하는Inter_황주선 외
Inter는 상호 참조하는 두 공간을 제시한다.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이 하나의 공간을 형성하고 이 물리적 공간을 참조한 미니어처가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한다. 두 공간은 시각적 유사성을 지녔다는 점 외에 정보적으로 상호 참조한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수제비 던지기 2009 Ripplecast2009_이현진
마치 관객이 호숫가 앞에 서있듯이, 갤러리 벽에는 잔잔한 호수 이미지가 프로젝션되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물수제비 던지기2009는 마치 우리가 손과 손목의 스냅을 이용 돌을 던지는 동작과 유사하게 닌텐도 사에서 제작된 위리모트 콘트롤러(Wiiremote-controller)를 가지고 가상의 돌의 호숫가에 던질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닿다觸Contact_김기철
Contact는 관객들의 직접 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관객들은 양쪽 끝에 자리잡은 마이크를 이용하여 소리를 전달하고 마이크가 인식한 소리는 중간 부분의 인형들에게 전달 되면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관객들은 상대방의 소리와 자신의 소리가 만나는 것을 작품 가운데 위치한 인형들의 움직임을 통해 느끼고 볼 수 있다.
둘 혹은 하나Two or One_김기철, 변지훈
김기철과 변지훈의 공동작품인
<둘 혹은 하나>
는 ‘서로 다른 공간의 바람을 한 곳에서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공간의 사건들이 한 지점에서 만났을 때의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미분생활 적분도시DIFFERENTIAL LIFE INTEGRAL CITY_하태석
미분생활 적분도시는 많은 사람의 기여를 통해 압축된 시간 안에 생성 변화하는 도시를 제안한다. 곧 압축된 시간에 도시의 역사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시민들이 참여 하면 할수록 도시는 점점 더 시민들의 삶을 반영하며 분화하게 된다. 곧 미분화된 도시적 삶이 모여 적분화된 도시를 이룬다.
타나토노트Thanatonautes_김수정
타나토노트는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7행의 작은 막대들과 그 사이를 피하면서 전진해 가는 하나의 빨간 막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피해서 맨 위에 도달한 나의 빨간 막대는 스스로 원형 통로에 접근하고 곧 이어 화면은 하얀 빛으로 뒤덮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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