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3
카메라 프레임이라는 사각형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야말로 ‘공간’이 아닐까. 직선으로만 채워진 공간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네모난 프레임 속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야 말로 공간일 것이다. 도시 혹은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레이어 중 사진으로 기록된 3개의 레이어를 소개한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사회적으로 버려진 공간 혹은 잉여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불연속적이고 다중적인 시간의 개념을 다루는 전시다. 로버트 스미드슨의 ‘파사익 기념물 여행(A Tour of the Monuments of Passaic, 1967)’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전시로, 스미드슨이 보여준 ‘모든 기념비의 쇠퇴를 기념하는 기념비’를 공통 분모로 삼는 12인의 아티스트가 작품을 선보인다. 이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은 사진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사진보다 더 정확하고 예리하게 ‘폐허로서 건설되는’ 역설적인 풍경을 잡아낸다. 전시 작품들은 개발 이데올로기의 직선적 공간개념을 비판하면서 과거와 미래, 현재가 서로 뒤얽히고 주체성과 타자성의 경험이 자리바꿈하는 다중적인 공간경험을 드러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예술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 코리아나 미술관 ■ 2010. 7. 15 ~ 8. 21 ■ 02 547 9177 ■ www.spacec.co.kr
주명덕, 강운구, 구본창, 오형근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10인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6.25 전쟁의 흔적을 찾아 전국에 산재한 전쟁 당시 주요 전적지와 전후 세대의 모습, 전쟁과 아픔과 같은 심리적 화두를 사진예술로 기록하고 해석한 최초의 시도이다. 휴전선이라는 경계에서 연상되는 한국전쟁과 당시의 공간들이 10인의 사진가의 프레임 속에서 고스란히 살아난다. 주명덕, 강운구 등 원로작가들의 전통적 흑백사진에서부터 원성원, 난다의 톡톡 튀는 디지털 합성 사진에 이르기까지 작가들만의 개성 넘치는 시각과 다양한 표현 방법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 전시는 6.25 전쟁이 만든 한반도의 현재 모습과 이를 해석하는 10인 작가들의 고유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6.25 전쟁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미국과 영국에서도 순회될 예정이며, 전시 도록은 참전 16개국의 국공립 미술관과 국립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될 것이다.
■ 대림미술관 ■ 2010. 6. 25 ~ 8. 20 ■ 02 720 0667 ■ www.daelimmuseum.org
제주도를 여행하며 남긴 지도와 사진과 편지들은 ‘두모악’에서 다음 친구에게 넘겨진다. 2006년부터 시작된 ‘선물잇기’라는 공통의 움직임으로 연결된 5인의 작가들이 제주도라는 공간을 여행하며 들이마시고 내쉰 ‘숨’을 사진으로 담아내어 전시를 열었다. 김수진, 달여리, 백유미, 이정은, 최민영이 참여해 각각이 기록한 제주도를 선보인다. 연중 4개월(11월 ~ 2월)을 제외하고 문화예술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제주 밀감창고 ‘곳간, 쉼’에서 열린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제주도를 찾아 섬이라는 공간이 보여주는 이색적인 레이어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 곳간, 쉼 ■ 2010. 7. 23 ~ 8. 10 ■ 064 784 9907 ■ www.dumoa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