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9
보기엔 예쁜 선물 포장이지만 뜯고 난 뒤에는 쓰레기가 된다. 보기에도 예쁘고 환경 오염 걱정도 덜 수 있는 선물 포장이 있다면? 바로 후로시키, 일본의 전통 천이다.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좋은 이 후로시키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들이 활발하다. 그 가운데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 이하 약칭JF로 표기)서울문화센터가 일본의 전통 보자기, 후로시키의 국제디자인공모전을 통한 우수작품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jpf.or.kr)
근대화가 진행되는 가는 가운데, 서양으로부터 가방, 종이봉투, 비닐봉투의 보급과 함께 후로시키의 이용은 차츰 줄어들었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몇 번이고 리사이클 가능한 후로시키의 기능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종이 포장지와 달리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후로시키. 이를 사용하는 것이 결국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길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는 이처럼 환경과 문화교류에 관심을 고취시키고 동시에 미래의 거장을 향해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세계의 젊은 재원을 지원하기 위하여 ‘JF오리지날후로시키디자인콘테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2008년에 열렸던 요코하마트리엔날레 개최 시에는 일본국내 디자인관련학생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오리지날후로시키를 제작한 바 있다. 이 오리지날후로시키는 요코하마트리엔날레 회장과 도쿄 내의 박물관 숍에서 판매되는 등, 국내외의 많은 분들로부터 큰 반향이 있었다. 이번 콘테스트는 JF측의 사업홍보 일환으로 상품성을 겸비한 JF상품을 개발하는 차원에서 2008년부터 실시한 공모전이다. 작년에는 세계10개국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응모한 결과, 최우수디자인 3작품을 포함 독창적이고 참신한 디자인 다수가 입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콘테스트에는 세계10개국의 대학생 및 전문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모집, 모두 370개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이들 작품은 각국에서 1차 심사, 일본에서 2차 심사를 거쳐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한국에서 있었던 제1차 심사에서는 한국패키지디자인협회의 임종웅 회장과 이숙자 부회장이 심사를 맡았다. 또한, 일본에서 있었던 제2차 심사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인평론가 가시와기히로시 무사시노미술대학교수와 디자인 저널리스트 가와가미노리코가 심사를 맡아 한국출품작에 대하여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는 평이다. 엄정한 심사 결과, 박상윤 학생의 작품 ‘The letter’s of Korea&Japan’이 최우수작품 3작품 중, 1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이승혜 학생은 우수작 10작품 속에 선정되었다. 최우수디자인 3작품의 디자인은 상품화되는데, 박상윤 학생의 작품은 일본국제교류기금이 후로시키 및 손수건, 이승혜 학생의 작품은 엽서로 제작된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JF활동 소개와 아울러 일본의 전통 생활잡화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알리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된 중국, 브라질, 한국 학생의 디자인과 한국출품작 중, 뛰어난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의 대두와 함께 리사이클 차원에서 공헌 가능한 제품으로도 주목 받고있는 후로시키에서 차세대 디자이너의 참신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로 주목받고 있다.
덧붙이자면, 한국의 보자기가 떠오르는 것이 씁쓸하다. 우리는 보자기를 네모난 천만 있으면 무엇이든 감쌀 수 있는 우리네 고유의 것이라 여겨왔다. 누가 먼저 만들었냐를 놓고 원조 다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에 앞서 인지해야 할 것이 있다. 일본인들은 보자기(=HUROSHIKI)를 고유의 전통이라 믿고 있다. 영문 표기 자체를 ‘래핑 클로즈’가 아닌 ‘HUROSHIKI’라고 표기하며 세계적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우리네의 보자기를 보편화시키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쉽기만 하다. 보자기에 후로시키 못지않은 관심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자기에도 시선을 끌만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