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6
날씨 요정이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겨울이 사라지고 포근한 날씨가 됐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데, 갤러리에서는 새순 틔우듯 전시를 열고 있다. 유독 춥고 길었던 겨울 덕분에 급작스런 봄의 방문이 즐겁다면, 밖으로 나가자. 봄과 함께 ‘안구 웰빙’을 누릴 수 있는 전시들을 소개한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김해문화의전당이 김해의 우수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세 번째 New Face in Gimhae전을 개최한다. 지난 2008년 정원조(수채화), 박영애(한국화)의 전시로 시작된 ‘New Face in Gimhae’전은 2009년 노재환(서양화), 조상이(서양화) 작가를 거쳐 세 번째 전시를 맞는다. 공모를 진행하여 엄격한 심사를 바탕으로 선정된 작가들은 김해 신진작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김해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 되어가는 ‘New Face in Gimhae’전은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 의지를 고취시키고 나아가 지역미술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해 우수 작가로 선정된 이선엽(공예)은 3월 2일부터 7일까지 개인전을 갖고, 바통을 이어 받은 김지영(한국화)이 3월 9일부터 14일까지 전시를 연다. 이선엽은 나무 고유의 물성을 그대로 살리는 작품을 선보여 왔는데 선(線)·곡(曲)·각(角)·면(面)·색(色)의 주제들이 어우러져 목공예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김지영은 황무지에서나 볼 수 있는 달맞이꽃, 강아지 풀더미들을 섬세하게 재현한다. 작가의 소박한 풍경들은 섬세한 농담을 통해 아름다운 풍경으로 연출된다. 두 신예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2전시실로 가면 된다. 문의 | 055 320 1261
전시를 통해 잠재력 있는 국내외 젊은 작가를 발굴·지원하는 갤러리 잔다리에서 한성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2004년부터 천착해온 “FACADE” 프로젝트의 결과물들로 2007년 ‘FACADE: face-cade’전에서 선보였던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사진에 담겨있는 파사드들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한 층의 얇은 막을 경계로 이편과 저편에 실재와 가상이 공존하고 그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을 녹여낸다. 예를 들어 화재로 손상된 남대문의 공사 가림막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개인전에서 한성필은 전시장 내부와 외부를 통해 전면적으로 작품을 드러낸다. 전시 작품 중 한 점으로 갤러리 건물을 포장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 본인의 작품으로 파사드를 드러내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 설치 작품은 그의 개인전 마지막 날까지 함께하며 이후 가방과 같은 아트상품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가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파사드를 보고 싶다면 3월 18일부터 5월 9일까지 갤러리 잔다리를 방문하면 된다. 문의 | 02 323 4155
전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북아트의 세계를 마치 입체적이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코리아북아트협회 작가 중 35명이 각자의 개성이 담긴 북아트의 세계를 소개한다. 사진, 판화, 일러스트레이션, 페이퍼 조형아트 등 소재의 다양성과 다다이즘, 미니멀리즘 등 여러 장르가 숨 쉬는 북아트가 만들어 내는 ‘원더랜드’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북아트를 이미 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북아트에 관한 활용방법과 정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바인딩기법과 소재의 표현 방법을 통한 디자인 어플리케이션을 보여 주는 작품을 접함으로써 북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삼원특수지와 코리아북아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중곡동 삼원 페이퍼갤러리에서 3월 6일부터 4월 30일까지 열리며, 다채로운 행사도 많이 준비되어 있어 생활 속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 보는 자신만의 북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3월 6일 전시 오프닝에는 북프레스의 김나래 대표가 들려주는 “북아트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3월 26일(진행: 김효)과 4월 9일(진행: 이명숙)에는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바인딩 기법을 만나 볼 수 있는 워크숍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 02 468 9008
2006년 선보인 ‘얄읏한 공’ 시리즈로 다큐멘터리와 예술의 경계에 선 사진가로 사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노순택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총 7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이 작가의 관점을 중심으로 제1 전시관, 카페 전시관, 지하전시관으로 나뉘어 소개될 예정이며 제1 전시관은 현재, 지하 전시관은 과거를 그리고 카페 전시관은 그 둘을 잊는 중계자의 풍경을 전시한다. 과거를 상징하는 지하 전시관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작업된 ‘얄읏한 공 the strAnge ball’ 30여 점이 전시된다. 문득 흰 공처럼 보이는 작품 속의 ‘공’들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평택에 살고 있는 시민들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한 미지의 공이었다. 평화로운 평택시민들의 일상의 모습을 촬영한 듯 보이는 작품들은 이 ‘공’이 사실 미군이 설치한 고성능 레이더와 이를 보호하기 위한 돔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미군기지 확장문제로 이주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의 대립과 갈등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순택은 이 작업을 통해 2004년부터 3년 동안 평택 대추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관객에게 묻는다.
2층 주 전시관인 제1 전시관은 ‘정치적 현재’를 다룬다. 개별 사진 속에는 우리 사회를 충격과 갈등으로 안내했던 각각의 역사적 사건들이 직접적이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담겨 있다. 이 정치적 풍경의 배후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동시에, 배후설이라는 석연찮은 가설이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다시 판단해 볼 것을 권유한다. 아울러 과거의 일이지만, 역사이기에 과거의 일이라 규정해 버릴 수 없는 ‘작동하는 과거’의 풍경도 배치해 놓고 있다. ‘배후설, 메가바이트 산성의 비밀’ 시리즈와 ‘망각기계’ 시리즈는 우리사회의 첨예한 현재와 쓰린 과거를 넘나들며 ‘성실한 실성’의 거울을 들이민다. 카페 전시관에서 전시될 10여 점의 작품은 지하 전시관(과거)과 제1전시관(정치적 현실)을 잇는 ‘중계자’의 풍경을 다룬다. 이 중계자들은 짐짓 객관적인 척 하지만, 말 그대로 전유된 현실(Appropriating Reality)에 불과하다. ‘조류도감’이라 이름 붙은 이 작품들은 소위 ‘찍새’라는 속칭으로 불리어지기도 하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진과 현실, 재현과 맥락화에 관한 의문’을 던진다. 노순택이 던지는 질문을 받고 싶다면 3월 28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문의 | 051 746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