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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손민철의 Nothing is forever

2009-02-10


지난 2월 6일, 손민철의 첫 개인전이 열리는 가나아트스페이스를 찾았다. 우아한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갤러리 3층, 출입구에는 뜬금없이 ‘19 금’ 표시가 박혀 있다. 언뜻 보기에는 최근 유행하는 왁자한 분위기의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처럼 느껴지지만, 작품 앞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자 당혹스러움에 귀까지 빨개져 온다. 불거진 성기와 난무하는 섹스…. 손민철,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의 철옹성과 같던 위엄이 헛헛 기침 소리를 낸다. 지난 2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손민철의 첫 개인전 'Nothing is forever' 전시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저 낙서같고, 어찌보면 신문 속 한칸 만평 같기도 한 그의 그림이 새하얀 갤러리에 걸려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강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하고 이제 막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그림의 발칙함과는 영 거리가 멀다. 벽에 걸린 그림은 저리 거침이 없는데, 정작 작가는 부끄러움에 말을 잊지 못한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그의 그림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불식시키며 인터뷰는 영 진행이 안된다. 불거진 성기를 부끄러움 없이 그려내는 뻔뻔함은 어디에 감췄을까.

‘Pumking’이라는 닉네임으로 꾸준히 일러스트 작업을 선보여온 손민철. 바스키아 풍의 감각적인 라인 드로잉이 특출한 그는, 그림체만큼이나 도발적인 소재로 이목을 끌며 현재 마니아 층을 거느린 언더그라운드 작가로 활약 중이다. 손민철의 주요 테마는 바로 ‘섹스.’ 그러나 그가 섹스를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바는 흥분과 쾌락이 아니라 거짓과 모순, 위선과 아이러니 속에 감춰진 진실이다.


손민철이 말하는 진실이란, 곧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욕망의 표상으로 섹스가 캔버스에 우뚝하게 선다. 이를테면 십자군 전쟁을 위시하여 코스보 내전, 보스니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종교전쟁 역시 경건한 종교적 목적이 아니라, 성욕과 같은 인간의 욕망 때문에 벌어진 피의 전쟁이라는 것. 그래서 전장에 대치하는 이들의 손에는 총과 총알 대신, 불거진 성기와 분출하는 정액이 대체된다. 마치 할렘가 MC들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랩을 쏟아내는 것처럼, 손민철은 거침없이 퍼부어댄다. 그리고 그의 '거침없는 하이킥'은 정확하게 어떤 실체를 후려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작품 ‘석유전쟁’을 꼽을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벌여온 일련의 전쟁이 결국 피의 값으로 ‘석유’를 얻기 위한 이전투구일 뿐이었다는 것.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키마우스와 식민제국을 꿈꾼 대영제국,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차례로 배치한 작품 ‘석유전쟁’이 꾀고 있는 역사적 진실은 이렇듯 명쾌하다.

어쩌면 논란거리가 될 예민한 주제이지만 그는 머뭇거림 없이 그가 생각하는 진실을 꼿꼿이 떠든다. 결국 그 모든 권위와 위엄을, 마치 ‘X 까’라고 외치는 듯 막무가내로 얼버무리는 그의 위악으로부터, 사람들은 불편함과 낭혹스러움, 혹은 통괘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아이러니로서 존재하는 세상의 진실, 그 자체와 맞닥뜨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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