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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미래의 블루칩 작가 한자리에 모이다

2008-03-04

미술계에서 이미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미래의 새로운 블루칩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가 런칭 기념 전시로 미래에 그 진가를 더 발휘할 작가들을 선별하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자료제공 _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일탈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들은 이제껏 옥션에서 거래된 적이 없으며 안정적인 작품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갤러리 혹은 작가 스스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전시 경력을 위주로 활동해왔기에 미술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활발하게 프로모션되지 않았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미술시장의 추세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인정받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기획전시를 전문적으로 진행해 온 큐레이터가 작품의 상품성보다는 지속적인 작업의 발전사를 지켜봐오면서 함께 성장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이들 참여작가가 다루는 장르는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사실적인 묘사에 입각했다. 특히 단순히 ‘보이는’ 현상을 담아내는 것보다 현상의 심층에 있는 본질을 다루고 있다. 사각 프레임에 재구성되는 현실로서 다루어왔던 이데올로기적 담론에 한정되지 않은, 상상력이 기반된 본질의 파악 및 해석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적인 현상 또는 형상을 차용하고 있지만 현실의 현상 너머에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이다. 이는 안주하는 현실로부터 예술행위를 통한 일탈을 그려내는 테크닉이고 이 기술은 작가적 태도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해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김시연은 시나 짧은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설치장면을 전시하고, 그것을 사진에 담아 사진 작업으로 만들어낸다. 이야기의 주제는 우울증에 관한 것이고, 그러한 감정에 의해 생성된 소금이 집을 둘러싸게 되고 그것이 자신의 바리케이드가 된다는 내용을 다룬다. 이 바리케이드는 주로 소금, 얇은 비누 등의 연약한 재료이다. 이는 차단된 소통 장치로서 상호간의 부자연스러운 소통의 현장을 나타낸다. 김시연은 2008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최하는 아트스펙트럼 전에 발탁되어 전시를 가진다.

김태중은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이면서 에로틱하거나 노골적인 이미지로 화면을 메워나가는 작가이다. 거침없고 자유로운 자신의 이야기나 꿈 혹은 상상을 일러스트 같은 형식으로, 각종 매체나 광고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언제든지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경계가 없는 표현형식을 해 온 작가이다. 때문에 굳이 그의 작품을 만나는 매체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다른 작가와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

김기라는 텍스트를 읽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소통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어보고 있다. 예를 들어 ‘We Are the One’이나 ‘Coca Killer’ 등의 문구를 통하여 대중화되어 머릿속에 인식되어 온 텍스트 혹은 이미지를 시니컬하게 되뇌게 하여 그 사용과 의미를 비껴나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전통적인 표현방식을 패러디하기도 하는데, 현대사회의 독소로 취급받는 요소–인스턴트 식품과 관련한 재료, 일회용 포장지, 담배, 술 등–이 회화나 사진의 소재가 된다. 가장 아름다운 배치와 표현은 무엇이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미학적 재료를 찾아온 전통적인 작업이 아닌, 자신이 직접 먹고, 대하고, 버려온 주변의 소소한 물건들이나 음식을 다루면서, ‘정물’이라는 가장 권위적인 형식에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최승훈+박선민은 하나하나 쓴 편지는 상형문자처럼 암호화되지만 그것이 해독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난해한 개념을 벗어나고 있다. 추상적이라 할 수 있는 일반 문자들보다 일상적 이미지로 그 의미를 전달해 온 상형문자의 전통을 도입하여, 형상의 인식을 우선시 하게 하면서 구체적인 시각인식을 유도하게끔 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시각적 스케일의 문제에서 드러나는 현실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잡초와 동물의 어느 부분이 확대되고 이는 시각적으로 낯선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사진’이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주는 관념적인 독해력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사진 속에 반영되는 보통의 스케일과 이를 정면으로 마주 대했을 때 화면 속의 이미지가 실물보다 크거나 비슷할 때 느껴지는 시각적인 스케일감은 확연히 달라지면서 거대한 물체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윤진은 일상 공간에서 느끼는 스케일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의 카메라가 닿는 공간의 한 구석은 그 전체 사진 중에서도 10분의 일도 안 되는 작은 부분이지만 이를 실물 크기 혹은 약간 크게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마치 관람객이 거대한 공간 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한다. 사물들이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만나며 만들어낸 공간감이 또 다른 관심을 끌게 되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화면을 살피다보면 전체 화면이 평면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각 물건들의 그림자가 자연스럽지 않고 거의 사라져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납작한 공간 같은 느낌이 들며 회화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김수영의 회화를 보면 고전 원근법과는 다른, 이론보다는 실제에 기초한 작가의 작업방식으로 인해 틀 자체가 왜곡되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배워왔던 관념적인 원근법을 적용하지 않고 실제 보이는 대로 건물의 선을 캔버스에 옮겨 담은 것이었다. 건물의 표면이 정형화된 창틀로 인해 규칙적인 패턴 형식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이면서 견고한 건물의 특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서 원근법을 활용한 듯 보인다. 그러나 화면을 바라보다 수평이 뒤죽박죽인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캔버스도 비뚤어져 보인다. 이로 인해 자꾸 건물이라는 관념의 구조와는 다른 혼돈을 느끼게 된다. 건물의 수직이 틀린 것 같고, 그렇다고 시각적 인식의 질서를 흩트려 놓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대로를 따라서 그려보는 것이 작품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종명의 사진 속 풍경은 그 도시의 가장 높은 송신탑 등에서 찍은, 거의 가장 높은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대상을 찍은 필름을 겹쳐서 이를 그대로 프린트하여 중첩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딱딱한 도시의 건물은 이러한 과정에 의해 갑자기 유연한 유기체처럼 변한다. 우리는 관람자의 관점이 순간적으로 변한 듯한 착각을 하게 되며 그것이 교묘한 조작으로 관객에게 보이는 이미지는 허구적이고, 작가가 지배하는 또 다른 풍경으로 제시된다. 그 도시에서 가장 거대하고 견고한 건물을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로 재조합하여 창조해낸다는 것은 전지전능에 가까운 권위적인 시선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의 조합이다.

이명호는 지속적으로 눈과 관념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사실성의 혼란에 대해 묻는 작가이다. 사진으로 관객은 감각으로 인식된 이미지와 실제로 존재하는 원래의 시스템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기존의 풍경 속에 캔버스 천을 배경으로 설치하여 찍은 나무 사진 시리즈는 사진이 주는 진실성을 의심하게 유도하는 동시에 실제로 무엇인지를 알아보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 속에서는 인식 차원의 사실성과 실경으로 존재하는 진실이 끊임없이 교차하게 된다. 이것은 관념적으로 원래 그러해야 했던 사실, 즉 ‘원래 저 자리에 나무가 있었다’라는 사실을 캔버스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찍고자 하는 대상을 ‘저 자리’에서 분리하여 촬영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완전히 환경 속 요소가 분리되었음을 믿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중근은 자신의 신체 일부분, 또는 주변 사람들의 사진 이미지를 재조합하여 패턴화한다. 그 패턴은 멀리서 보면 화려한 무늬로 인식되고 좀 더 다가와 거리를 좁히고 시간을 들이면 패턴을 이루는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실존하고 기능하는 이미지임을 인식하게 된다. 일상의 이미지가 화려한 패턴으로 변하는 순간 그의 작품은 장식성을 강하게 띠면서 일상 생활용품으로 던져지기도 하는데, 이번에 전시되는 의자가 그 대표적인 예. 기능이 추가되어 활용과 움직임을 주도하게 된 그의 패턴작업은 캔버스에서 시각의 환영을 유도하던 미학적인 기능을 뛰어넘어 인간의 활동을 제어하게 된다.

천성명은 연속적인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분위기와 심리를 나타내는 인물들을 제시한다. 그의 개별적인 조각품들은 특정 이야기의 단편이지만, 천성명이라는 실제 캐릭터와 심리상태가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반영되어 현실과 가상의 범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광대 혹은 눈을 가린 채 헤매고 있는 어린 소녀의 이미지는 모두 어둠이라는 곳을 찾아서 기어들어가고 있는 다음 장면을 연상하게끔 하는데, 작가 자신의 모습을 이입시키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스스로 넘나들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주상연은 마치 이야기의 일부를 단편적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화면을 나열하면서 영화의 장면들을 보여주는 듯한 사진작업을 보여준다. 화면에 공통적으로 서려 있는 빛과 물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는 종교적인 차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혹은 생명 관련 요소로서 경건함과 연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클로즈업된 대상들이 오히려 부드러운 감촉을 드러내는 것은 포커스를 의도적으로 흐리게 한다든가, 노출 시간을 오래 두어 움직이는 생물의 속도감을 표현하는 등 원래의 이미지를 보다 말랑말랑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래의 이미지에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감각을 더해 주고 있다. 찰나의 순간이라기보다는 정지되어 있으되 그 다음 장면과 그 이면을 상상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전시장소 _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전시일정 _ 2008. 2. 22 ~ 3. 20
문의 _ 02-347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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