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7
매거진 정글의 애독자라면 판화작가 ‘홍보람’을 기억할 것이다(http://magazine.jungle.co.kr/junglespecial/workroom/content.asp?idx=25&page=2). 작업실로 찾아가 만났던 그녀는 다양한 아트작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가였다. 그 당시 그녀는 또한 일렉트로닉 혼성 듀오 ‘포츈쿠키’의 보컬이었지만 그것은 전혀 별개의 작업으로 또 다른 홍보람으로 불리길 원했다. 그런 그녀가 2년의 시간을 건너 그림과 음악을 한 곳에 묶어 내보이기에 이른다. 그 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는 싶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다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취재 │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그저 보컬이었던 홍보람은 자신의 ‘그림때’ 묻은 두 손을 2집 앨범에 담아냈다. 이러한 작업은 포츈쿠키의 리더 유희종과 탄탄하게 얽혀져 좀 더 ‘포츈쿠키스러운’ 음악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그 ‘포츈쿠키스럽다’는 말은 어떤 한 스타일로 규정한다는 것보다는 홍보람과 유희종이란 포츈쿠키의 구성요소가 조화롭게 얽혔다는 말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1집 앨범에서 홍보람은 유희종의 음악에 최대한 응답하는 보컬을 선보였다면 이번 2집 앨범은 좀 더 홍보람의 손 때를 묻히려고 노력했다. 가사를 쓰고 음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판화를 찍어내는 그녀와 다듬어지지 않은 그녀를 흘림 없이 담아낸 유희종, 이 둘이 만들어 낸 포츈쿠키의 두 번째 앨범 ‘Hills Like White Elephants(흰 코끼리 같은 언덕)’가 그들의 답이다.
그림과 음악을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소모적인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홍보람은 이번에는 어떻게든 둘을 한 곳에 표현해 내리라 맘을 먹는다.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포츈쿠키 음악을 아트작업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스튜디오401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포츈쿠키의 음악을 들은 지인들은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포츈쿠키의 음악을 그려내게 된다. 이 작업을 통해 얻은 영감들이 파생되어 2집 앨범의 아트작업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그림과 음악의 연결고리였다고 말한다.
순수미술과 상업적인 음반이 맞물리면 반드시 생기는 여러 제약들에 그녀는 솔직히 조금 힘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러한 작업들이 이루어질지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미지 소스를 도출해내는 정도가 될 듯하다고 한다. 계속 이 둘이 함께하는 작업을 하겠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너무 힘든 작업이었기에 더 이상은 안될 것 같다고 한다. 그녀에게 이번 작업이 분명 커다란 몸살을 앓는 것과도 같았으리라.
그들의 2집 수록곡
<일요일 아침>
의 뮤직비디오 작업이 아마 앞으로 홍보람이 포츈쿠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아트작업의 모습일 것이다. 포츈큐키가 뿜어낸 이미지 소스를 사용해 비주얼 아티스트 권수진은 종이 인형과 무대를 실제롤 제작하여 아날로그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다. 이번 뮤직비디오 동영상은 일반 감독이 아닌 아티스트의 작업으로 완성시킨 작품으로 벌써부터 블로그를 통해 화제를 낳고 있다.
일요일>
흰 코끼리 같은 언덕으로 가는 길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실존하는 것들이며 몽환적이지만 차가운 현실도 존재한다. 신기루 같은 그 곳으로의 여정을 9개의 트랙에 담아냈다. 이런 보여지는 부분들에서 느껴지는 부대낌이 음악을 통해서도 들린다. 그 부대낌은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시각과 청각 등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것들을 한 곳에 보듬어 내면서 나는 서걱거림이다.
그 서걱거림은 홍보람의 목소리를 통해 걸러지고 깎이면서 또 다른 부드러움을 노래한다. 걸러지고 깎이는 작업은 아마도 유희종의 몫이었으리라.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고 감동하고 영감을 얻으며 만들어 낸 포츈쿠키의 음악을 이제 우리의 귀와 눈으로 쪼개어 볼 차례다. ‘바삭’하고 깨지는 포츈쿠키 속에서 당신이 원하는 세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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