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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예술과 사회의 간극을 잇는 새로운 행동주의

이광석 | 2015-04-21


비타민 음료와 땅콩 등 사회 이슈 등을 소재로 한 패러디 작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허술하지만 날카로운 찌름은, 원작의 잔상을 이용해 비상식적인 현실을 비튼다. 이광석은 이러한 패러디를 전술미디어 집단과 대중이 구사하는 사회미학적 개입의 방식이라고 묘사한다. 그렇다면 대중 창작이 보편화된 오늘날, 예술은 대중과의 간극이나 사회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응답으로, 예술·문화계에서 사회를 대하는 문화 실천과 사회 개입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에디터 ㅣ 장문선 (msjang@jungle.co.kr)
자료제공 ㅣ 안그라픽스
 

책 <뉴아트행동주의>는 2010년에 출간한 책 <사이방가르드: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의 국내판으로 기획되었다. 해외 사례가 주였던 지난 책과 달리, 이 책은 국내 사례를 담아 출간하였다. 먼저, 책의 제목인 ‘뉴아트행동주의’에 의문을 품는다면, 먼저 전술 미디어를 살필 필요가 있다. 조금 장황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서술한다.

"전술미디어(tactical media)란, 특정한 정치 이슈와 관련해 예술행동, 문화간섭, 대안미디어운동, 전자저항을 가로지르며, 미디어 수용주체가 현대 자본주의에 따른 ‘삶권력’의 파동으로부터 자신의 주권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문화실천과 현실 개입의 운동을 지칭한다."

이러한 전술미디어를 바탕으로,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기동성을 발휘하는 최근 예술·문화계의 행동주의 경향을 뉴아트행동주의라고 통칭한다. 이 책은 문화실천 논의의 이론적 배경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의 질곡에 개입하는 국내 미디어 전술가 그룹의 사회미학적 활동을 소개하며, 그 가치를 논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적인 접근으로, 전술미디어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고찰한다. 한국 사회에 반영할 전술미디어 개념의 실험과 실천 정신을 사유하기 위해, 예술·문화계, 미디어계, 정보계로 나눈 세 가지 계 사이의 문화실천적 횡단을 통한 서구 전술미디어의 기획과 경험에서 논제의 이론적 자원을 얻는다. 그 이론이 쉽지만은 않지만, 오늘날 전술미디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문화실천적 함의를 살피는 데에 정당성을 마련해준다.

이어서 2부에서는 국내 뉴아트행동주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훑어본다. 예술과 문화 현장에서 각자 현실에 개입하는 열여덟 창·제작군의 문화실천과 저항 실험을 소개한다. 세 가지 영역(표현의 자유와 시각적 상상력의 복원, 온라인 소셜 가치와 뉴아트행동주의, 자립형 기술문화의 탄생)으로 구분하여, 열여덟 명의 아티스트를 각 여섯 명씩 분류해 소개한다. 예컨대, 높으신 어르신의 특징을 잡아 팝아트로 재해석한 풍자 포스터로 언론과 경찰의 주목을 받은 포스터 작가, 이하는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된 사회라면 예술가들이 나서야 한다. 어떠한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히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들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그밖에 김선, 구헌주, 조습, 문형민, 연미 작가가 정치적 퇴행과 해학의 문화정치를 다루는 ‘표현의 자유와 시각적 상상력의 복원’ 카테고리에 소개된다.
 

두 번째 카테고리에서는 온라인 소셜 가치에 부응하는 뉴아트행동주의를 말한다.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의 일반 인식은, 데이터의 시각적 어필과 효과적 정보 제공을 수행하는 보조자적 임무 수행이다. 그러나 여기에, 오늘날 껍데기뿐인 인포그래픽에 사회적 디자인의 가치를 입히는 윤여경 디자이너가 있다. 이외에도 배인석, 양아치, 강영민, 홍원석, 차지량 등 소셜웹을 매개로 개입의 틈을 노리는 뉴아트행동주의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몸에서 점점 멀어지는 문명 기술에 반기를 든 자립형 기술문화 카테고리가 등장한다. 공급의 결핍 해소에 대한 이들의 방안은 전복된 기술의 역할을 재전유한다. 청개구리제작소는 자립의 기술과 기예를 익히기 위해, 워크숍 ‘약한 자급을 위한 생활의 4종 기예(목공, 용접, 전기, 재봉)’를 열었다. 자본주의식 상점에서 소비되는 재화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재화에 익숙한 현대인과 생활 자립의 대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박활민, 길종상가, 최태윤, 외이피, 김영현 역시 사회에서 기술의 지위와 역할을 고민한다.
 

이 책에 소개되는 열여덟 명의 작가는, 사회로부터 동떨어지지 않고,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예술의 의미를 모색한 이들이다. 애초 디자인이라 함은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과정의 미학에 기반을 둔 것인데, 지은이는 자본이 산업 목적으로 디자인을 대상화하면서 상품미학의 논리가 깊숙이 스며들어, 그 영역이 축소되고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뉴아트행동주의는 그 과정적 의미를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즉,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실천 행위와 권력에 대항하는 미시적 문화 실천의 기획에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이 책에는 무엇보다도 사회와의 간극을 좁히고, 문화 실천과 사회 개입에 있어서 예술의 역할에 관한 진중한 고민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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