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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개그와 예술사이

기타노 다케시 | 2012-02-21


기타노 다케시는 독특한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비트 다케시’라는 이름의 개그맨이기도 하면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배우 겸 감독이기도 하다. 평소에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사랑하거나, 혹은 비트 다케시의 독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 보자. 예술과 개그 양극단을 오고 가는 이 남자의 진심 어린 농담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에디터│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세미콜론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이자 배우, 그리고 개그맨.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얼굴들을 모두 가진 사람이 바로 기타노 다케시다. 그는 엄숙한 감독의 얼굴을 하다가도 쉽게 말하기 힘든 금기를 꺼내 대중을 웃기는 개그맨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있어 영화와 개그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 건 어쩐지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 존재자체로 자유로운 사람, 기타노는 그런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브라운관을 활발히 오가던 그가 그림에도 도전한다. 이 책은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부터 어려움에 부딪친 순간의 고민을 담고 있다.

기타노는 영화 <하나비> 의 이미지 콘티를 위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엄숙하거나 진지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감한 색의 대비와 표현, 디테일한 묘사는 마치 낙서 같기도 하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자신이 그리는 것은 화장실 낙서라고 말한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발상을 그대로 표현한 그림은 그가 이제까지 걸어온 삶의 방식과 많이 닮아 보인다. 이 책에서는 기타노의 개성을 보여주는 59점의 그림을 소개한다. 온화하고 신비로워야 할 천수관음상이 마작을 하면서 그 많은 손으로 술을 마시고 볼링을 친다거나, 꽃과 동물을 결합한 이제까지는 본 적 없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림을 그리는 일에 차츰 흥미를 느낀 기타노는 유화 물감으로도 그림을 그리기 시도했다. 하지만 유화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타노에게 이런 고민은 잠시 잠깐의 일일 뿐이었다. 결국 그는 본래 자신이 그렸던 화장실 낙서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유쾌한 창조력을 만나게 된다. 그의 그림은 예술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좋아서 하는 일로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이 책은 평소 만나기 힘든 기타노의 그림과 그의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그의 팬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즐거운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영화 감독부터 그리고 그림까지 이제는 그림이다. 예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과 개그는 종이 한 장 차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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