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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High-end Living Trend

2007-07-31

세계 미술시장은 지난 1980 년대 후반 일본 경제의 붕괴로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가, 2002년 이후 다시 활황세로 반전됐다. 자산가들에게 예술이란 영역은 문화감성을 만족시키는 출구일 뿐 아니라, 자산증식 개념의 매력적인 포트폴리오 항목 중 가장 큰 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미술품의 가치는 작품의 창조적 유일성으로, 그 희소가치를 향유한다는 자부심은 내면의 깊은 만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비교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예술성을 주거공간에 부여해 소유를 넘어 소장의 개념을 적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의 차원 이상의 느끼는 대상으로서의 공간적 독창성을 확보하고, 또한 예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통해 보다 깊은 감흥과 감수성으로 주거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요구된다.

시각과 체험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디자인은 혁신과 생존의 수단으로 인식되며, 디자인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제 브랜드는 2-D 로고에서 3-D의 입체적 경험의 영역으로 그리고 그러한 우주적 공간성을 설계한 디자이너로 점차 그 생명력을 넓이고 있다. 상품의 아름다움을 그 형식과 기능만이 아닌 디자이너의 삶과 철학이란 근원적 반경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영감적 가치를 제공하는 건축가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오리지널리티와 스토리가 확보된 주거환경은, 새로운 문화적 연대감과 지적 공감대를 창조하는 힘, 즉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게 된다.

명품이라 불리는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이 아닌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과 엄격한 공정과 선별된 유통경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세월에 구애 받지 않는 영속성 등의 가치에 의해 그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고전이 계속 사랑 받는 이유는 변치 않는 정신에 새로움을 더하는 노력이 꾸준히 더해졌기 때문이다.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衣의 영역을 초월해 홈 인테리어에 진출한지 오래이며 더 나아가 레스토랑, 호텔로 공간적 범위를 급속도로 확장하며 총체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패션 거장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구축된 인지도를 발판으로 주거환경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장인의 수공예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교한 우아함이 내제된 주거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된 유엔 환경 개발회의 이후 환경은 인류의 숙명적인 관심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제품과 기업은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이제 환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건물에서 배출되는 각종 환경유해물질 규제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그린빌딩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환경가치가 기본과 기준으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주거상품은 ‘친환경’이라는 공간적 테두리로는 아우를 수 없는 유기적 생명체로 인식되고 있다. 기능미를 넘어 고유한 라이프사이클과 개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소개될 때 비로서 그린 테크놀러지의 실천방식이 감동과 감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1980년대 중반 맞춤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소규모의 부띠크호텔의 출현은, 호텔이 단순히 숙박을 위한 곳이 아닌 문화적 충만함으로 가득한 창조적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대형 호텔 체인들에서도 독특한 개성미가 표출된 서브 브랜드들을 런칭하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다. 주택과 호텔의 결합인 콘도-호텔의 성공적 런칭으로, 호텔은 안정적인 자금력의 확보를, 주거상품은 품격 있는 브랜드 가치를, 입주자들은 호텔에만 국한되었던 수준 높은 서비스 및 어메니티를 제공 받게 되었다. 호텔 특유의 문화예술적 감성 그리고 고객감동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 프로그램이 소개된 주거공간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발신지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싱글문화가 정착 단계에 있으며, 싱글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싱글들은 가치와 취향이 유사한 그룹의 자유로운 만남을 추구하며 파티와 공연 등을 즐기고 절약이나 저축보다는 소비 위주의 생활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커리어에 따른 이동 및 외부에서의 각종 모임 등으로 단순하고 간편한 코쿤식 주거환경을 선호하되,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감각적인 주거공간을 기대한다. 또한 가정을 이루는 대신 문화적 배경과 지적 감수성이 맞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중요시 여기기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한다.

2006년부터 환갑을 맞기 시작한, 미국 전체 가구의 40%를 차지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를 겨냥한 실버 마켓은 미국 소비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기존 세대와 달리 고학력, 경제력, 사회 경험을 골고루 갖춘 50+ 세대가 노후를 보다 적극적이고 즐겁게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Live Longer’이 아닌 ‘Live Better’에 초점을 맞춰, 기존 누리던 유익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색다름을 체험할 수 있는 주거환경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간이 아니라 세월과 연륜을 존중 받는 세컨드 라이프가 시작되는 곳으로, 다채로운 배움과 경험을 영위할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세심한 배려가 마련되어야 한다.

글ㅣ인터패션플래닝 정윤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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