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9
지난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부산 전시 컨벤션(BEXCO)에서 2007 F/W 부산 프레타포르테가 개최됐다. 지난해까지 S/S컬렉션으로 연 1회 진행되었던 부산 컬렉션은 올해부터 연 2회 확대 개최되면서 4대 컬렉션의 기틀을 마련, 국제적 쇼로 발돋움했다. 이번 쇼는 국내 유일의 국제적인 패션 컬렉션으로 글로벌 패션 네트워크 장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과 부산을 비롯, 파리 런던 도쿄에서 활동하는 유명 디자이너와 국내 디자이너들이 사흘간 총 11회에 걸쳐 쇼를 선보였다. 현재 부산패션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몇 년째 부산 프레타포르테 행사의 첫문을 열은 서순남의 쇼로 개막식을 시작했다. 한글패션을 파리를 비롯전세계에 알리는 디자이너 이상봉은 북을 이용해 웅장한 음악과 조화된 무대로 감동적인 쇼를 펼쳤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중에는 지난해 11월 삼성에서 주최하는 패션디자인 펀드 및 다양한 세계 패션어워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스티브 J & 요니 P'컬렉션이 눈길을 끈다.
취재│ 김은수 기자 (sue0207@fashionbiz.co.kr)
Steve J & Yoni P의 이번 쇼는 영국에 베이스를 둔 그들이 한국에 선보인 첫 쇼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들의 쇼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영국적 테일러링에 충실하면서도 티벳티안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링으로 독특하다. 집시풍 털코트 옷, 큰 뱅글 목걸이, 갈색의 얇은 가죽 끈, 십자가 문양의 머플러는 모두 티베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티베트 고유의 패턴과 플라워 프린트가 조화된 큰 사이즈의 니트 카디건이 이번 쇼의 메인 아이템이다. 테일러링이 강조된 가죽 남성재킷도 눈에 띄며, 의상학도와 디자이너들에게도 가장 어렵다는 테일러링을 세심하면서도 독특하게 풀어냈다. 7부 프린트 팬트와 오버사이즈 코트 등의 룩은 일본의 콤므데가르송이 한국에서 재현된 듯한 느낌였다. (실제로 Steve J가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콤므데가르송이라고 한다.) 실험적 디자인에다가 여러 원단과 컬러가 조화된 재킷류, 펑키적 요소가 충분히 담겨 있으나 컬러와 전체적인 룩에는 통일감을 줘 절제함도 잊지 않은 훌륭한 콜렉션이었다. 이들의 쇼를 본 한 관람객은 “무엇보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한다.
잔잔한 클래식과 함께 시작된 장광효의 쇼는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차분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의 이번 컬렉션은 퓨처리즘으로 압축된다. 합성소재, 실버, 미니멀 디테일로 도시적인 시크함과 더불어 다양한 아이템의 믹스&매치가 돋보였다. 쇼에서의 전반적인 컬러는 블랙과 그레이가 강세였고 실버나 메탈이 신발과 넥타이 등 액세서리에 들어가 포인트를 준다. 쇼 중간중간 재밌는 요소들로 그만의 위트 있고 독특한 디자인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팬츠 밑단을 길게 끌어 신발을 덮을 정도로 질질 끌리는 워킹이라든가 재킷 속의 와이셔츠 소매를 길게 빼고 은색 리본끈을 다는 디자인이다. 모피의 활용과 가느다란 실루엣은 독특한 착장법으로 발랄한 남성미를 표현한다. 젊은층으로부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디자이너 최범석의 쇼 역시 영국 전역을 여행하며 느낀 기억을 추억하며 컬렉션을 구성했다. 이밖에 부산 출신 디자이너 이영희, 이희순 등이 가세해 더욱 빛이 발했다. 해외 디자이너로는 프랑스 신세대 디자이너 유르키에 비치, 벨기에 왕립 미술학교 패션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크리스티앙 뵈이너스 등도 참여했다.
정혁서(Steve J) 배승연(Yoni P). 이들은 세인트 마틴스쿨을 수석 졸업해 영국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 듀오다. 이들의 영어 이름과 쇼 이미지만 보면 교포 2세이거나, 어렸을 때 영국으로 건너가 한국말 한마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한성대 의상학과 96학번 출신으로 순수 한국인이다. 이번 쇼에서 많은 언론의 관심으로 끊임없는 카메라 세례와 취재 요청을 받아 이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Q. 이번 시즌에 선보인 아이템 특징은? A.버사이즈 코트, 다양한 원단과 컬러가 조화된 재킷류, 테일러링이 강조된 남성재킷, 와이드 팬츠, 프린트가 들어간 빅 카디건 등이 키 아이템이다. 이 밖에도 특별히 나무를 깎아 만든 모자와 퍼가 달린 플래폼 슈즈, 가죽가방, 벨트 등 모든 액세서리가 잘 조화돼 흥미롭고 강한 쇼로 기억될 듯하다. Q. 처음으로 한국에서 콜렉션을 선보인 느낌은? A.유럽의 많은 트레이드쇼(trade show)에 섰을 때도 지금처럼 떨리는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국내 쇼이기에 기분이 색다르고 흥분된다. Q.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A.우리는 주로 책에서 영감을 받는다. 컨셉을 짜는 기간에 우리는 거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한다. 런던의 도서관은 마치 보물창고 같다. 아주 오래된 책에서부터 영감을 주는 아트북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콤므데가르송(정혁서)과 비비안 웨스트우드(배승연)를 좋아한다. 얼마전 한 언론으로부터 제2의 비비안웨스트우드 쇼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들어서 너무나 신기했다. Q.영국 언론으로부터 받은 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A.영국에서 ‘퓨처 스타(Future Star)’로 주목 받았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A.당장 한 컬렉션에 만족하고 안주하기보다는 적어도 10년을 바라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현재 영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 유럽 진출이 우리의 목표이다. 미국 마켓도 도전해보고 싶지만 우리 옷이 아메리칸 컨셉과는 약간 갭이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 진출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다른 분야와 결합된 문화의 전반적인 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계획은 많지만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이니 한 단계 한 단계 일궈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