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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메트로 섹슈얼(Metro Sexual) [ 아름다운 남자 만들기 ]

2004-03-14

남녀의 역할이 분명하던 시절 남성은 땀을 흘려 노동을 하였고 여성은 아이를 낳고 가정을 돌보았다. 인구가 증가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량생산이 필요하게 되었고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기계화 사회가 출현하면서 여성들도 이러한 ‘공장’ 시스템에 그들의 노동력을 동원하여야 했다.

이러한 경쟁 과정에서 전쟁도 빈발하였고 빈사무실들이 여성 들에 의해 채워지면서 그녀들은 차츰 남성 위주의 메커니즘에 익숙해 지기 시작하였다. 노동을 제공하면 당연히 보수가 있어야 하는 법, 참여가 늘어 날 수록 여성에게도 사회적 권리가 부여되었고, 이제 성별로 구별되었던 ‘자연’스러운 남녀의 생리적 대조에서 대등한 입장의 사회역할적 관계로 변하였고 업무적 파트너쉽도 형성되었다.
어쩌면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었다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표면화’되었다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여성의 역할이 남성의 그것보다 적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의 메커니즘을 ‘사냥’에 비유한다면 여성은 ‘채집’형태라 할 수 있는데, 한가지 목표를 정하고 최대한의 효율을 얻기 위해 형성되었던 남성의 ‘목적주의’적인 메커니즘에 유기적이고 감정적이며 과정주의적 형태의 ‘여성성’이 미묘하게 섞이면서 오랜 기간 양자간에 충돌과 혼돈을 야기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비효율성도 또 다른 사회의 모습인 것. 이럴 즈음, 또 다른 차원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조직원으로서 여성을 수용하기 시작한 남성들에게 불길한 조짐이 불거지고 있었다.


‘노약자’로 분리되어 보호하고 이해 해야 할 대상이었고 구애와 로맨스 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이 이제는 무서운 사회적 경쟁자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능력은 있지만 대머 리에 배가 나온 아저씨 보다는 능력 도 있고 외모도 ‘봐줄만한’ 여성을 선호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안에서 남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위기감에서 시작되어진 자기관리가 이제는 자신을 느끼고 인생을 즐기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뱃살을 빼려고 시작한 운동이 뽐내기용 근육 가꾸기로, 그리고 더 발전하여 운동을 통하여 정신적 진화를 추구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여성성을 모방만 하던 꽃미남 시대에서 메트로 섹슈얼 시대를 거쳐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러한 분위기는 ‘WellBeing’ 이라는 지향성 신조어를 만들어서 최근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기도 하다.
다른 사회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자기 만들기’ 과정을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부류 덕분에 어떤 동네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적인 성향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요구되는 내적, 외적 성숙함은 새로운 세상에서 스스로의 존재적 가치를 돌아보게 하고 가꾸게 하여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쯤 되면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과 추구가 더 이상 ‘여성성’이라는 통념적 영역에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은 물론 스스로 인생의 매력을 느끼고 영위하며 그 의미를 증폭시키는 행진은 이제까지 불모지였던 남성상품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바야흐로 매력을 만드는 사업에 모두가 뛰어드는 시절인 것이다.

매력을 만드는 작업은 무척이나 까다롭고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매혹적이고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면 경우에 따라선 양보와 배려를 발휘해서 타인의 ‘본능적 이기’를 만족시킴으로써 얻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박식함과 화려한 화술로, 또는 유머감각이나 우아한 자태와 스타일로, 그리고 희생적 행동이나 리더쉽 발휘 등으로 타인이 가지고 있는 위기감을 해소시키고 생존의지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능적 ‘매력행위’와 더불어 문화에 의해 다스려진 정신적 활동, 그리고 마음의 운영방법 등이 복합적으로 발효된 것이 ‘외모’라는 외투를 만드는 것이다. 화장품 제품의 이름을 심미적 단어들로 표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수 많은 화장품 브랜드에서 다양한 남성 전용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기초화장품,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더 나아가 여자들의 화장품이라고 여겨지던 메이크업 베이스, 칼라링 제품, 뿐만 아니라 Shiseido는 일찌감치 1997년에 남성용 아이브로우를 출시하였고 작년에 프랑스의 디자이너 Jean-Paul Gaultier가 출시한 남성용 화장품 중에는 "Le Beau Baiser"(아름다운 키스)라는 남성용 립스틱이 포함되어 있어서 과감하면서도 비장함 마저 도 느끼게 한다.

그가 이 화장품 세트를 출시하면서 말했던 ‘분장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이기 위한 남성 화장품이다’ 의 뜻을 음미해 볼만하다.




극성스럽고 전투적이며 저돌적인 방식이 생산적이라는 사회관념은 깨진 지 오래이고, 이제는 성숙한 인류애가 녹아있고 남성성과 여성성이 조화된, 부드럽고 ‘매력적인 적극성’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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