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8
흔히 소리는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무형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테크놀러지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소리가 귀로만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한 남자, 칼슨 니콜라이는 현존하는 테크놀러지를 이용해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렉트로닉 음악이 차가운 것이라는 사람들의 관념이 틀렸다는 것 역시 증명해 냈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The Creators Project
알바 노토(Alva Not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칼슨 니콜라이(Carsten Nicolai)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이자 뮤지션이다. Olaf Bender와 함께 Raster-Noton이라는 음반 제작사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사운드와 아트, 디자인을 혼합한 독특한 방법의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칼슨이 음악을 시작한 것은 비교적 늦은 90년대 초반이었다. 소리라는 것에 깊게 매료된 그는 이 소리를 자신의 설치 작품의 소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들 중에서 스스로 사용하고 싶은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칼슨은 많은 실험들을 했다. 아주 낮은 주파수부터 너무 높아 사람은 감지할 수 없는 주파수까지, 기계를 통한 실험은 끝없이 이어졌다. 현존하는 기술에 용도만 바꿔 사용한 것이었음에도 누구보다도 새로운 발견을 해낼 수 있었다.
“자연의 소리를 녹음할 때는 아주 거친 구조를 가진 파형을 얻게 되죠. 하지만 기술적인 주파수를 이용한 소리는 뚜렷한 구조의 파형을 만듭니다.”
기계를 이용한 음악이라는 것에 혹자는 거부감을 가진다. 기계의 차가움, 그리고 사람이 가지는 감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거부감도 변해가는 세상의 패러다임 앞에서는 가벼운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예술계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이 새로운 사조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에 직면했던 아티스트들. 덕분에 칼슨도 뉴에이지 음악의 대표주자인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2006년 이뤄진 류이치 사카모토와의 협연 ‘insen live’에서 칼슨은 컴퓨터로, 류이치는 피아노로 동시에 연주를 했다. 둘 사이에는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바로 무대에서 보여졌다. 무대를 순식간에 달군 강렬한 감정은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칼슨은 최근 뉴욕에서 전시를 열었다. 지난 9월 The Pace Gallery에서 열린 전시에는 하얀 실크 낙하산이 접혔다 펴지는 ‘pionier I’이 소개되었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하는 작품, “내가 아니라 작품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