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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인디카 inDICA

2009-12-08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다사다난했 던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며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나빴던 기억, 지워야 할 기억 등 정리할 일이 많은 12월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은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연인들과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와 오색 루미나리에 앞에서 사진을 찍을 계획, 새해 첫 해가 뜨는 동해에서 오메가(Ω) 모양의 일출을 담아낼 계획 등 다양한 준비로 바빠질 요즘, 누구보다 먼저 연말을 기다렸다는 듯 부지런히 연말 전시회를 준비해온 동호회가 있다.
바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유명한 '인디카(INDICA)'다. 이들은 한 해 동안 회원들이 찍은 사진들을 되돌아보고 많은 사람에게 자연, 특히 야생화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전시회를 매해 개최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말에 열리는 전시를 통해 꽃과 나비, 새, 그 밖의 이름 모를 자연의 소중한 것들을 아끼고 사랑한 흔적들을 선보인다.

글 한영혜


인디언과 관계가 있는 단체인가요?"어떤 사람은 동호회의 이름만 보고 이러한 물음을 해온다고 한다. 인디카는 본래 나I 그리고aNd 디지털카메라DIgital CAmera를 지칭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으며, 내년이면 10년이 되는 동호회 중에서도 꽤 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동호회이다.


30대 후반부터 40대를 지나 50대 중반까지가 다양한 연령대와 대학생, 교수, 연구원, 직장인, 가정주부, 의사, 자영업,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작가 등 다양하게 구성된 인디카의 회원들은 대부분 산과 들, 그리고 자연을 좋아하여 산행이나 여행 중 발견한 이름 모를 꽃에 궁금증을 안고 가입하는 사람들과 야생화에 대해 좀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해마다 연말이면 인사동에서 개최하는 야생화 사진전에 우연히 들렸다가 인디카가 바라본 자연의 꽃들에 매료되어 동호회에 가입한 회원도 있다. 게다가 인디카의 홈페이지는 열린 공간으로 별도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내용 대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야생화 사이트 중 접속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된 소통 공간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지역 단위의 번개와 출사는 2달의 한 번 정도, 전국 단위의 출사는 정기모임으로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이루어진다. 많은 회원 수와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출사보다는 자생지의 훼손을 생각하여 소규모 지역 출사를 권장한다는 것이 일반 동호회와는 다른 점이다. 이러한 면이 인디카의 모토인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임'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야생화를 중심으로 자연을 구성하는 자그마한 풍경까지도 수용하고 촬영하며, 웹을 통해 다양한 사진들을 나눈다. 사진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시나 산문으로 구성된 한 장의 웹페이지는 회원들 사이에 정서를 안정시키고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누며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 인디카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인디카는 숲과 들과 산을 헤매며 미기록종인 식물도 발견했고 정확한 자생지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식물의 이름도 찾아주기도 했다. 물론 인디카가 정보를 제공하고 식물학자들이 규명한 것이지만, 여러 회원이 식물학회에서 시행하는 각종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식을 넓히며 학술적으로도 접근하는 것이 다른 동호회와 차별점이다.


인디카의 야생화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사회 한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자생식물의 다양함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연구에 도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야생화에 두각을 보이는 회원들의 활동은 식물 관련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원들과도 많은 교류를 이끌어낸다. 상부상조하며 부족한 부분을 돕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름을 모르는 꽃은 연구원들이, 사진 테크닉적인 부분은 인디카 회원들이 협조하는 방식이다.
광각, 망원렌즈도 사용하지만 주로 마이크로 렌즈를 사용하고 앵글 파인더와 소형 삼각대를 항상 소지하며, 잎의 난반사는 줄이고 푸른 하늘은 더욱 파랗게 표현하기 위해 CPL렌즈를 사용하기도 하는 이들만의 야생화 촬영은 식물도감의 형식을 넘어 감성을 보태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전문적 지식은 부족하지만, 열정적으로 식물을 대하는 인디카 회원들의 열정은 식물학자나 연구원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기도 한다.
"매년 열리는 전시를 찾아주셔서 저희를 응원하고 축하해주시는 저희의 스승이신 식물학자님들이 많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마추어들이 우리 꽃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시며 흐뭇하다고 하시니 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죠. 매년 저희의 전시를 찾아주셨던 식물학자 故 이영노 박사님을 이제 모실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올해도 꽃의 영혼과 함께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저희 전시회를 찾아주실 겁니다." 인디카 운영회장 '물푸레'님의 말이다.


인디카는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동호회 역할 또한 충실히 해낸다. 학문적으로 파고들어 열심히 공부하는 회원들이 있는가 하면, 가까운 지역 회원들끼리 한 차에 함께 타고 서로 어울리면서, 꽃에 반하고 풍경에 반하고 또 사람 사이의 정에 반하면서 인간미를 발산하기도 한다. 물푸레, 사향, 산내들, 장수하늘소, 창원, 경포대 등 모두가 본명이 아닌 꽃과 풀과 나무와 자연 혹은 지명으로 이루어진 닉네임을 부르며 어울린다. 그 이름들은 김아무개씨, 박부장, 조선생, 한사장의 명찰을 달고 살아가는 일상적 사회생활에서 탈출되어 꽃과 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변모시킨다.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 꽃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면 이러한 어울림 속의 즐거움은 누리지 못할 것이다. 꽃으로 만나 어찌 보면 친형제보다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며 점점 하나가 되어 간다고 말한다. 또한, 회원들이 지역별로 흩어져 있기에, 그 지방을 찾게 될 때에는 서로 반가운 손님으로 맞아주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인디카의 바퀴가 9년을 구를 수 있었던 것도 인디카가 열린 공간으로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며 회원 서로를 아낄 수 있는 마음과 배려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5회를 맞이하는 인디카의 연말 전시회는 지난해와 같이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열린다. 연말에 개최하는 전시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출품할 작품을 고르기 위해 지난 1년간 찍은 사진을 되돌아보며, 그때 그 장면의 감격을 다시 느끼기도 하고 왜 그때 좀 더 멋지고 아름답게 찍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반성, 개인적 소회를 푸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더구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에서 전시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우리 꽃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기도 하다. 자축연이기도 하지만, 인디카만의 자리가 아닌,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많은 사진작가와 한자리에 모여, 산과 들과 숲에서 우리의 자연을 구성하는 조그마한 우리 꽃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모두의 자리라 할 수 있다. 의미있는 전시를 통해, 우리 꽃에 대한 관심과 아름다움, 그리고 인디카만의 열정을 느껴보는것. 한 해 를 의미있게 마무리하는 또 하나의 연말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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