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7
1970년대 세대들의 학창시절에는 사실 학교를 벗어난 체험학습이라든가 현장학습은 거의 없었다. 하루 종일 학교 교실에 앉아 잘 이해되지도 않는 선생님의 수업을 꾸역꾸역 머릿속에 넣다가 조는 것이 대부분의 모습이었다. 창의적인 것보다는 암기를 잘하는 학생이 뛰어난 학생이었고,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전달하는 지식을 잘 받아들이는 학생이 우등생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처럼 지난 10년간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은 많은 발전을 해왔다.
소득의 향상과 그에 따른 의식의 변화는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결과 우리나라의 교육
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많은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고 개인의 창의성과 학교의 체험학습은 교육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만약 좀 더 일찍 이러한 교육풍토가 자리잡았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체험학습과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들에 힘입어 우리나라에도 빠른 속도로 체험전시관들이 늘어나고 개인 박물관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등 붐을 조성하고 있다.
글 │ 이지연(zhujue@hanmail.net,)
양평에 위치한 ‘상상랜드 리틀광개토’는 고물을 활용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는 예술창의 체험교실이다. 입구에 보이는 걸리버 파크 간판이 걸린 3량의 열차는 이곳의 카페. 대형 곤충과 노랗게 채색된 꽃은 지나가다가도 한번쯤 쳐다볼 만큼 인상적이다.
그 옆으로는 그린 타워라 이름 붙여진 5m 정도 되는 안테나가 세워져 있다. 한국통신에서 버린 안테나와 여러 가지 고물을 가지고 이곳의 주인장인 환경조형설치미술가 이환 선생이 작업한 작품이다. 여기 세워진 작품들은 모두 그의 오랜 세월이 담긴 창작품. 이 밖에도 상상랜드 입구는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대형 작품이 많아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기차를 넘어 뒤뜰로 가면 재생 로봇들과, 호박넝쿨이 멋지게 얽혀있는 원두막, 요즘 아이들
은 생전 처음 볼 방앗간이 구성되어 있다. 사실 필자도 방앗간의 기기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다. 입구에서부터 정렬된 이곳의 대형 전시품들은 그 크기부터가 볼거리. 재생 계단을 지나 안뜰로 들어가면 공중엔 조형 거미줄이 걸려있다. 거미는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하므로 거미줄이 처져 있는 것은 이곳이 그 만큼 환경적으로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이환 선생이 설명해주었다. 이곳을 지나면 고구려 전시 테마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건물은 고구려 시대의 고분 느낌을 살려 황토벽으로 처리했다. 안에는 고구려 시대의 유물과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방향이 없어서 전시물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보는 것인지 좀 우왕좌왕했다. 천장에서 벽 그리고 전시품들이 고구려의 느낌 그대로 전해주므로 좀더 정리되고 자세한 설명이 붙으면 하나의 박물관으로 따로 떼어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상영관이 나온다. 상상랜드의 메인 캐릭터인
<리틀광개토>
애니메이션과 이곳의 전략상품인 12지곤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관람이 끝나면 체험학습장으로 연결된다. 12지곤 캐릭터를 3D 페이퍼로 만들어보고, 캐릭터 입체 가면을 만들어 빛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초록마법채색놀이실로 들어가 거대한 조형물에 맘대로 색칠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체험이 끝나면 2층의 고구려사랑 체험관으로 향한
다. 고구려 유물, 모형, 서적 등 이환 선생이 손수 모아온 고구려 보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중국에서 구입해 온 소중한 자료들이 담긴 말 그대로 보물창고. 관람이 끝나면 1층으로 가서 희망의 나무에 자신의 소원을 묶는 것으로 관람코스를 끝맺는다.
리틀광개토>
이 선생은 “이곳 양평은 옛 고구려 땅으로, 고구려를 기념하며 상상랜드를 구상, 조성했다”
고 말했다. 요즘 중국과 일본의 터무니없는 역사 왜곡으로 민족의 정기를 찾자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고구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일반인에게 지식의 전파는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상상랜드의 가치는 많은 부분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도 앞으로의 가능성이 크다. 테마파크의 성공 요인 다섯 가지로 든 것이 테마성, 수익성, 재방문력, 디자인, 전체적인 기획력이었다. 상상랜드는 이러한 가능성이 큰 테마파크이다. 환경과 고구려라는 테마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테마 중의 하나이며 흡입력 있는 테마이다.
디자인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대형 재생 조형물. 미술가답게 곳곳에 보이는 창의성과 아울러 아기자기한 색감과 디자인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재방문력은 체험 교실을
지향하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올 때마다 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사실 만평에 테마파크를 꾸민다고 하면 비용만으로도 큰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상랜드는 재활용이라는 아이템을 활용하여 다른 테마파크에 비하여 효율성을 누릴 수 있고 지속적인 조형물의 제작이 가능하므로 리뉴얼이 쉽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용의 구성과 기획부분이었다. 개성 있는 조형물과 역사적 가치를 가진 고구려 유물과 모형들이지만 구성면에 있어서 정리가 덜된 느낌을 받았다. 고구려 유물의 경우 한곳에 모아 박물관으로 기획하고, 홍보만 잘되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이환 선생의 말처럼 앞으로 부족한 몇 가지를 개선한다면 전시와 체험이 결합된 우수 테마파크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