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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한라산 한번 구경오십시오

2006-05-02


제주도에 가면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한번 구경 오십시오.” 여기에 제주도 하면 딱 떠오르는 민족의 영산 한라산의 높이가 숨겨져 있다. 한번=1 구(경)=9 오십=50 이렇게 해서 남한에서는 제일 높은 산인 한라산의 1950M라는 높이가 나타나게 된다. 한민족의 3대 영산이라는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 중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산.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고 해서 ‘한라’라고 불릴 만큼 높고 크지만 사람들을 가까이 하여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차가운 역사의 굴레 속에서 우리 민족을 따스하게 가슴으로 품어주는 민족의 영산 한라산에 가보자.

글, 사진 I 월간 DC 객원기자 박승훈 (towa0401@naver.com)

한라산 등산코스는 총 7개의 코스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코스는 성판악, 관음사, 어리목, 영실 4개 코스가 있다. 하지만 4개 코스 중 단팥빵의 팥앙금이라고 할 수 있는 한라산의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 2개이다. 보통의 경우 성판악코스로 올라가서 백록담을 본 후 관음사코스로 내려오는데, 반대의 경우로 하지 않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힘이 더 들기 때문이다. 처음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까지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더라도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지는 성판악코스로 올라가서 다시 성판악 코스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한라산은 일요일 아침에 약수 뜨러 올라가는 동네 뒷산이 아니다. 그 말은 T셔츠에 반바지입고 슬리퍼 질질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라산의 격에 맞는 준비를 하고 올라가야 뜻하지 않은 불행한 일을 예방할 수 있고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겨울산행이라면 아이젠과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는 필수다.

겨울의 한라산은 허리까지 파묻힐 정도로 눈이 쌓이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등산화와 아이젠이 준비되었으면 궂은 날씨를 대비해 방풍 재킷을 준비하자. 한라산에서는 그 높이로 인해 4계절의 날씨를 한라산에서 다 겪을 수 있으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물통과 수건, 초콜릿이나 귤 정도의 먹을거리를 준비하자. 9-10시간정도의 산행이므로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그리고 한라산에는 자연보호를 위해 국립공원 내에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이 회수해서 내려와야 한다. 한라산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는 센스가 아니라 필수다.

한라산은 기후변화가 심하고 여행객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안전한 산행을 위해 기점과 계절에 따라 입산과 하산 시각이 정해져 있다. 이 시각을 넘으면 입산이 허락되지 않으니 늦지 않도록 서두르자. 또한 안전을 위해 한라산은 야영산행이 금지돼 있어 당일에 산행을 마쳐야 한다.


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성판악왕복코스이다. 성판악코스는 한라산 동쪽 코스로 경사가 완만하고 정상등반이 연중 가능하며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해서 정상등반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코스이다. 등산로에는 활엽수가 우거져서 삼림욕하면서 걷기는 좋으나 주변 경관을 감상 할 수 없어서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는 코스이다. 성판악입구에서 정상까지는 9.6km의 구간으로 왕복으로 따질 경우 19.2km의 제법 긴 코스이다. 왕복으로 계산할 경우 보통 9-10시간정도면 무난하게 왕복할 수 있다.


성판악의 등산로는 주로 돌길로 되어 있어서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5.6km 지점에 성판악코스의 유일한 식수원인 사라악 약수터가 있으나 등산 시에는 적절한 수분섭취가 필요하므로 물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은 각 대피소에만 있고 자연발효식 화장실이여서 누적사용량이 많은 경우 문을 닫기도 하니 가능하면 성판악입구에서 볼일은 해결하고 올라가도록 하자. 이를 남성 전문용어로 옥근삼타(玉根三打)라고 한다.

속밭까지는 등산로가 평탄한 편이고, 사라악부터 진달래밭까지는 경사가 있다. 사라악에서 진달래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고 사라악에 있는 무인대피소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정상에서 1시간 30분정도의 거리인 진달래밭대피소에는 매점이 운영되는 유인대피소로 컵라면과 생수 등의 간단한 간식거리를 판매하는데 가능하면 등산할때는 이곳에서 잠시 휴식만 취하고 하산하는 길에 컵라면이나 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는게 좋다.
일단 먹고 올라갈려고 하면 몸이 무거워 져서 포기하고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발 1800고지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구상나무군락지대를 1시간쯤 걸어가면 동능 급경사가 나온다. 급경사의 계단 길을 20여분 올라가면 한라산 동능 정상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TV에서나 보던 백록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백록담 구경을 잘하고 하산할 때에는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면 되지만 성판악 코스의 유일한 식수원인 사라샘을 지나면 숲은 더욱 짙어지고 한번 올라온 길이라고 꾀가 생겨 중간 중간의 샛길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 들어서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길을 잃어버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먼저 산행을 하셨던 분들이 표시로 나무에 묶어둔 빨간색 천들을 찾아서 따라가면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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