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글의 사진을 책임지는 ‘스튜디오 salt’의 안성철, 황규백 실장이 그들에게 처음 카메라를 쥐어주셨던 스승님이 계신 중국 연길에 다녀왔다. 가여운 에디터들을 버려두고 훌쩍 떠나던 뒷모습이 부럽고 또 야속해, 돌아오자마자 사진을 토해내라고 종용했다. 프로페셔녈한 포토그래퍼 둘이 ‘똑딱이’ 카메라 하나 덜렁 들고 어슬렁어슬렁 기록한 사진 속에 ‘진짜’ 연길이 있었다. 그 속에서 서울의 두 올드 보이가 부르는 사랑 노래를 들어본다.

글 • 사진 | 스튜디오 salt

힘 좀 풀고 가자고. 뭐가 꼭 있어야 하나. 우리는 간섭할 자격 없는 한낱 관광객이 아닌가. 그저 몸 슬슬 끌고 다니며, 두리번두리번, 손바닥에 철썩 붙어 있는 이 귀여운 쇳덩이로 다른 시선을 즐기는 거야. 모든 모습 신기한 관광객의 자세로 폼 잡지 않은 담담한 풍경을 맘껏 즐겨주자. 억지로 발길 끄는 그런 모습 기대했다면 다른 곳에 가시오. 이곳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으니, 관심 받고 싶다면 유네스코 지정 관광지에 가시오.

찰칵찰칵 정겨운 소리. 소리 한번에 기억도 저장. 내 카메라, 이 작은 상자에 거리에 많은 사람 요정으로 만들어 가지고 다니지. 쓰레기를 끌고 다니는 고단한 노새. 노새를 보는 것은 처음이야. 여기에도 있구나 정겨운 아파트들. 내가 살던 도시의 싱거운 회색을 이곳에서 또 보네. 눈 크게 뜨면 로맨스도 보인다. 자전거 탄 총각 그 앞의 처녀, 전화번호 교환하다가 내 카메라에 딱 걸렸어. 사랑은 좋은 것, 온 거리가 ‘노출오버’로 둘의 형상을 살려 주네. 다방이라 이름 붙은 곳에서는 특정상표의 인스턴트 커피를 판다. 눈치 볼일 없이 맘껏 흡연하시오. 구석으로 밀려나는 서러운 신세에서 신분상승, 이 곳은 끽연이 대세다. 커피와 담배를 분리시키는, 그런 비교양적인 행위는 여기에서 없다. 길이라면 신호의 규칙 따위 무시해도 좋다. 빨간 불, 파란 불 번갈아 ‘깜빡’해도 보는 사람 아무도 없다. 가고 싶은 사람, 가도 좋으니 뛰어 보자고! 이럴 때 근사한 BGM이 깔려준다면 얼마나 기쁠소냐.

20℃의 일교차, 더운 겨울과 추운 겨울이 하루에 산다. 더운 겨울이 끝날 시간, 사과향 나는 맑은 술을 찾아 주점에 간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스승님께서 이곳에 계시니 술만 드시면 아름다운 말씀이 공짜로 들려온다. 오늘의 명언. ‘진정한 스승은 친구와 같다’. “고맙습니다”. 영욱이. 내 친구였구나. 아름다운 우리의 스승님. 우리 손에 카메라를 쥐어주신 분.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스승님의 벗들께선 함께 아름다우시니 내 그분들을 잊지 않음으로 감사함을 대신한다. 저녁밥에 마신 술이 자기 전에 깬다. 첫 잔에 사과향이 나던 술이다. 안주와 술이 아니라 사람과 술이라더니, 좋은 사람 곁에서 마신 술이 곤한 잠을 자게 한다. 안녕 연길. 많은 것을 보여주더니 오늘 밤엔 결국 UFO까지 보여주는 구나. 너 안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지. 너 안에 있는 담담한 풍경을 좋아하지. 기다리라고. 마지막 술을 남겨두고 왔으니, 돌아가서 마실 거야. “선생님! 웃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