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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지구방위대

2008-11-11


‘사진아트센터 보다’가 개최한 영아티스트 공모전 당선작가로 이승주가 결정됐다. 이를 기념해 그의 개인전이 11월 20일까지 갤러리 보다에서 열린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영웅이 되어 지구를 구한다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엉뚱하고 원대한 꿈을 재현하고 있다. “가라 그대, 그대는 이 지구의 유일한 희망. 이 지구의 평화는 그대의 손에 달려있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자료제공 | 갤러리 보다

지구방위대 – 이승주 개인전
2008. 11. 7 ~ 11. 20.
갤러리보다 02 3474 0013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61-1 한라기산 B/D 2F
평일 10:00 ~ 21:30, 토요일 10:00~16:40, 일요일 휴관


사진작가 이승주의 작업노트

나는 어렸을 적 ‘RED’를 꿈꿨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 그 안의 중심인 RED. 세상의 중심이었던 나는 지구에 위기가 닥치면 앞장서서 지켜야 하고 당연히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자 히어로이기 때문에….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현실 속의 나는 히어로의 모습이 아닌 철저한 방관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히어로가 될 것이라 믿었던 나는 히어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보통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작업은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린 시절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지구상의 모든 일들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일들이었고, 내 주위의 사람들은 가장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점차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하고 사회를 접하면서 그 색채가 옅어졌다. 나는 점차 하나의 주체로서의 ‘나’가 아닌 집단의 ‘우리’ 중의 하나가 되어갔다. 이런 생각은 군대에 감으로써 한층 더 강해졌다.


나는 군대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로 근무했다. 시위대를 막기 위해 ‘우리’는 큰 벽이 되어야만 했다. 그 안에서 나는 그저 큰 벽을 구성하는 하나의 돌 조각이었을 뿐이었다. 세상의 중심에 서있던 나는 그저 작은 돌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를 한 채 그저 ‘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또 다른 ‘나’들이 주변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우리는 우리 자체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점차 익숙해져갔다.


이 작업은 그런 나를, 그리고 세상의 다른 나에게 세상의 중심으로의 회귀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다. 그리고 당신의 세상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이런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세상의 주인공이었던 나를, 그리고 그들을 어린 시절 보았던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에 대한 기억을 반영시켜 재현하고 싶었다. 인물들에게는 자신들이 정한 고유의 색이 부여가 되고, 출동하기 전 변신하기 위하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야기는 지구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는 가상의 설정 아래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지구방위대원들은 그런 지구의 위기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히어로로서 사진에 담겨진다.


가라 그대, 그대는 이 지구의 유일한 희망. 이 지구의 평화는 그대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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