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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춤추는 눈고양이 설묘[雪描], 춤추는 시간 속의 동반자

2006-11-23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라도 불안함을 마음에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어둡고 거치른, 그리고 불안한 그의 이미지에 때때로 동화되어 감을 느끼는 건 이 글을 쓰고있는 나 역시도 가슴 한 켠에 불안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은 불안한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를 그의 모습을 짧은 몇 시간의 만남으로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의 사진, 그의 이야기들로 조금은 그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01] 안녕하세요. 이경민님 먼저 간단한 소개부터.. (웃음)
안녕하세요. 춤추는 눈고양이 Sulmyo[雪猫] 입니다. 좋은 기회에 D.C를 통하여 많은 분 들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아직도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직 한참 배워가는 단계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죄송하기도 하고 여간 면구스럽습니다.


[02] 지금껏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의 인상적인 닉네임들이 있었지만.. 이경민님의 닉네임만큼 인상적인 닉네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춤추는 눈고양이?
설묘라는 닉네임은 꽤 오래전 PC통신 시절부터 사용해오던 닉네임입니다. 재미없겠지만 사실 특별한 의미 같은 것은 없었어요. 워낙에 고양이라는 이미지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그 많은 고양이 중에서도 눈고양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웃음)
사실 처음 사진을 하면서는 지금처럼 긴 닉네임은 아니었고 그냥 영문과 한자로 sulmyo[雪描]라고 표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사진이라는 장르에서는 저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어쩐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곤했어요.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그렇게 붙게 된 것이 춤추는 눈고양이입니다. 문득 춤을 춘다는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왜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실은 저는 지독히도 춤을 못추는 몸치거든요. 어쩌면 그래서일까요? (웃음)

[03] 사진은 언제부터?
글쎄요.. 지금의 많은 사람들처럼 작은 디카를 들고 다녔던 시절부터 떠올려본다면 조금 더 긴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본격적으로는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본격적이라는 표현이 다소 애매하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 내 취미가 사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04] 요즘 DSLR이 많이 보급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어린(?) 나이에 사진을 시작한 편인 것 같습니다.
네 그런 편이었죠. 지금이야 보급형 DSLR들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당시만해서 또래의 제 친구들이 사기에는 무척 고가의 물건이었으니까요. 물론 제게도 무척 비싼 물건이었지만 그래도 전 친구들보다 조금은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덕도 있었지 싶습니다. (웃음)

[05] 독특한 닉네임 만큼이나 독특하고 멋진 제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보통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촬영을 하지는 않아요. 이러한 느낌이다라는 커다란 느낌만을 머리에 그리죠. 촬영 후에는 컨셉을 떠올려보며 좋아하는 노래 가사라든가 비슷한 에피소드에 관련된 단어 등을 떠올려보며 제목을 짓곤 합니다.

[06] 제목에 대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어도 좋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최근 촬영했던 Thanatos’s Walts라는 제목의 사진이 있는데요. 컨셉 자체가 어둡고 죽음으로 가는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입니다. Thanatos는 신화에 나오는 죽음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하수인입니다. 일설에는 죽음의 신인 하데스와 동격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우리로 본다면 저승사자 같은 존재겠죠. (웃음)
드물지만 촬영 전에 제목을 먼저 떠올리고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리움에는 얼굴이 없다’ 라는 제목의 사진이 그런 경우 였죠. 언젠가 꿈을 꾸었는데 꿈 속의 그녀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이었지만 깨어나고 보니 얼굴이 기억 나지 않았습니다. 먼저 머리 속에 제목이 떠올랐고 꿈 속의 그 느낌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던 경우죠.

[07] 사진 외에도 여러 가지 취미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웃음)
여러 가지는 아니지만 실은 예전에 고등학생 시절에는 밴드 생활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포지션은 베이시스트였는데 실용음악을 전공하려던 생각도 있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들로 음악으로의 길은 접을 수 밖에 없었죠.

[08] 아.. 음악. 특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이 있나요?
Ego Wrappin이라는 일본 퓨전재즈 밴드의 ‘byrd’라는 곡이 있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곡이죠. 제가 사진을 하는데 있어서 직접적인 영감을 준다기 보다는 내가 경험했거나 상상했던 것들, 내 생각들을 정리하게 만들어주죠. 저 스스로에 대해 많이 반성하게 되고 휴식하게 만들어주는 곡입니다.

[09] 촬영에 대한 컨셉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또 의상이나 소품, 모델, 촬영장소에 대한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여러 경우가 있지만 음악을 통해 얻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음악을 한 장면의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촬영지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편입니다. 인터넷에는 영화 촬영지 등에 대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게 되죠. 모델은.. 글쎄요. 제 경우는 컨셉이 확실하다면 모델이 어떤 사람이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컨셉을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모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 경우는 그래요. 어쩌면 현실적인 제약에 대한 일종의 타협일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10] 많지 않은 나이에 비해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다소 염세적이고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미지들이 많습니다. 성장과정이나 주위 환경의 영향일까요?
글쎄요.. 그저 표현하고픈 것들을 주제로 다루어 봤을 뿐, 왜 그 주제를 다루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저는 다소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 듯도 싶습니다. 늘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웃음)

[11] 갑자기 종교가 있을까 궁금한데..
기독교입니다. 지금은 잘 가질 못하고 있지만..

[12] 후보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께요. 상당히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거친 그레인의 흑백 이미지들이 많은데요. 어쩌면 디지털로 표현하기에 수월한 이미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노하우가 있다면?
보통 디지털의 좁은 다이나믹레인지 때문에 언더로 촬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지만 제 경우는 화이트홀이 생기지 않을 범위 내에서 1/3이나 반스탑 정도 오버로 촬영을 하는 편입니다. 저는 다소 다크한 사진들이 많은데 암부를 살려주는데 효과적인 것 같아요.
흑백변환은 항상 채널믹스를 사용하는데 강한 콘트라스트를 위해 레드채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한 대비를 활용해 주제는 확실히 부각시키고 부수적인 부분들을 정리해주는 작업이죠.


[13]디지털아트적인 요소들도 상당부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아트를 순수사진의 경계를 넘어서는 회화의 범주로 분류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여느 예술장르에서처럼 사진에서도 그 경계는 점점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현하고픈 주제만 확실하다면 표현방식은 그게 사진이든 디지털아트든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사진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도 이제는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보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웃음)

[14] 클로즈업, 디지털아트에서 시퀀스까지 상당히 다양한 표현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더 시도해 보고픈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로서는 장노출 사진이 가장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약간의 궤적이 표현될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의 장노출로 인물을 담아보고 싶어요. 형태가 살아있는 사진보다는 시간의 움직임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최근의 ‘breeze’ 시리즈도 그런 맥락에서 출발한 것이죠.

[15] 잠시 다른 이야기인데..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강수정님과는 연인관계인데 함께 사진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걸까요? (웃음)
함께 사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촬영에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소재에서도 나와는 다른 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진들을 보며 자극을 받거나 모티브를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진은 혼자 찍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던 저에게는 어쩌면 커다란 변화였죠.
음.. 글쎄요. 그리고는.. 여자친구의 입장에서라면 카메라 가방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웃음)
당연한 이야기지만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16] 미안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혹시 않좋은 것도?
하하.. 너무 사실대로 이야기를 다 해버리면 혼날 것 같은데(웃음)
우선은 여자친구 몰래 카메라를 지를 수 없다는 거? 뭐 가격을 속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죠.
그리고 카메라 가방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일까요?(웃음)


[17] 서로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인지? 어쩌면 반대로 서로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는 편인지 궁금하네요.
서로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는 나름대로 조언도 많이 하는 편이고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만약 이 부분에서는 이런 식으로 찍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들이죠. (웃음)
반대로 여자친구는 제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더 철이 없어서 인 것 같아요.

[18] 마지막으로 다시 사진 얘기로 돌아와서 앞으로는 어떤 사진을 하고 싶은지?
우선은 ‘breeze’를 조금 더 찍어보고 싶어요.
남자가 모델이 된 사진들도 찍어보고 싶고 레이소다에서 보았던 ‘시정잡배’님의 사진 같은 사진들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해보고 싶은 것은 참 많지만 결국 제가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건 어떤 대상, 어떤 방식으로든 인물사진인 것 같아요. 사진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결국 사람으로 끝나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었지만 제게는 사람만큼 매력적인 피사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19] 두서없는 질문에 답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끝인사 좀 부탁드릴께요.
사진이라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누군 가에게는 먹고 마시는 섭취 같은 일 일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 가에게는 다른 곳에서 얻은 감성적인 섭취를 배설하는 도구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구 일수도 있으며, 잘 만들어진 아름답고 기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의미로 있는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얼마만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지, 또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많은 웃음과 행복을 선사해 주는지 가끔은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참 쉽게 올 수 없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보시는 분들도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좋은 분들 그리고 좋은 이야기들, 좋은 시간들을 많이 얻으시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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