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진 | 2015-09-03
좋은 사진집은 곁에 두고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공부가 된다. 젊은 사진가들이 최근 구입한 사진집은 무엇일까. 그들의 안목과 노하우를 통해 배우는 한 수.
기사제공 | 월간사진
사진가 김진희
〈LP Jacket Edition〉 선택 이유
〈LP Jacket Edition〉은 정확히 말해서 사진집은 아니다. 백승우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이 마운트로 들어가 있는 에디션으로 사진집보다 소장 가치가 훨씬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디션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오리지널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작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컬렉션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총 10가지 스타일로 제작되었고 각 100매 한정으로 판매된다.
사진집 구매 기준이 있다면?
좋아하는 작가나 좋아하는 느낌의 작품. 평소 인물사진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어서인지 인물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집에 더 눈길이 간다. 그리고 한정 에디션 출판물을 좀 더 유심히 찾아보는 편이다. 소량으로 제작된 사진집들은 디자인이나 편집 형식이 독특한 것이 많다.
사진집에 관한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
뉴욕 사진 출판물 전문 서점 대쉬우드(Dashwood)나 MOMA, 도쿄 아트북 서점 나디프(Nadiff), 대형 서점 아오야마 북센터(Aoyama Book Center) 등이다. 해외 일정이 있을 때 방문해서 어떤 책이 나왔나 살펴보고 구입한다.
선호하는 사진집 구매 방법은?
직접 서점에 가는 편이다. 해외에 나가면 그 지역의 예술서적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사진집을 한꺼번에 구매하곤 한다. 한국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한국에 없는 책들도 많다. 도쿄 방문이 잦은 편인데 앞서 말한 나디프와 아오야마 북센터는 10여 년 전 처음 도쿄를 방문한 이후 빼먹지 않고 방문한다. 작년에 새로 문을 연 IMA Concept Store에도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다.
소장한 사진집 중 특별히 좋아하는 사진집을 꼽는다면?
한 권을 고르기는 어렵다. 주로 수집하는 것들은 소량 출판 형식의 사진집이다. 일본 사진집들을 많이 모아 왔다. 공부도 되고 모으는 즐거움도 크다.
사진가 안종현
〈The sadness of men〉 선택 이유
<사진 강의 노트>(안목 출판사 펴냄)의 저자 필립 퍼키스(Philip Perkis)의 사진집이란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사진 강의 노트>는 사진 교육을 위해 써진 책이었지만 그의 사진집을 소유하고 그의 사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필립 퍼키스의 사진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사진에 관한 자신의 지론과 일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이 사진집을 선택한 이유이자 즐거움이다.
사진집 구매 기준이 있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작가와 대상의 거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한다.
사진집에 관한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
사진작업을 하는 동료 선후배를 통해서다. 서촌에 위치한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를 자주 방문하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한국 작가의 사진집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진가 황규태 선생님 작업실에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귀한 사진집을 볼 수 있었다.
선호하는 사진집 구매 방법은?
아마존이나 사진집 전문 판매점에서 구입한다.
소장한 사진집 중 특별히 좋아하는 사진집을 꼽는다면?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의 〈Uncommon Places〉다. 1973년부터 1978년 사이, 미국과 캐나다를 다니며 대형 카메라로 기록한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쇼어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가 정영돈
〈Another Language〉 선택 이유
우선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인쇄된 종이와 판형, 양장 제본된 천의 질감과 절제된 디자인 등 사진집의 전체적인 조화도 훌륭하다. 흑백 작품이어서 다소 단조로울수 있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의 배열이나 겉치장에 신경 쓰지 않고 사진 자체에 시선을 두도록 완성한 것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작가의 작업이 오히려 돋보인다. 특히 책을 잡았을 때의 표지의 질감과 무게가 적당한 점도 이 책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다.
사진집 구매 기준이 있다면?
작업을 두고두고 보고 싶은지, 작업과 책의 형식이 잘 어울리는지를 본다. 디자인이 너무 과장되어 사진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는 제외시킨다.
사진집에 관한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
주로 국내 중고 서점 및 독립출판 서점을 방문해 직접손으로 만져본다. 만약 구할 수 없는 자료가 있다면, 마크(www.mackbooks.co.uk), 핫제칸츠(www.hatjecantz.de), 슈타이들(https://steidl.de) 등 아트북 전문 출판사에 소개된 책들을 검색한다.
선호하는 사진집 구매 방법은?
서점을 직접 방문한다.〈Another Language〉는 이태원에 위치한 아트북 서점 포스트 포에틱스(post poetics)에서 구입했다. 온라인(http://shop.postpoetics.kr) 구매도 가능한 온오프라인 매장이다.
소장한 사진집 중 특별히 좋아하는 사진집을 꼽는다면?
바네사 윈쉽(Vanessa Winship)의 〈She Dances on Jackson〉을 아낀다. 작품도 좋지만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구성이 좋다. 특히 사진 배열과 종이의 질감이 이 책의 정사각 판형과 잘 맞물린다. 표지도 매력적이다. 얇은 천에 단 두 가지 색으로 작가의 작품이 인쇄되어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이 낡기는 하지만, 그런 점이 왠지 바네사 윈쉽의 작업과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사진가 김영경
〈Wolfgang Tillmans〉 선택 이유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이름이 사진집 제목으로 그대로 사용된 〈Wolfgang Tillmans〉 는 2002년 출간되었다. 오래전에 구입했는데 작업실을 이사하며 분실해 최근 다시 구입했다. 볼프강 틸만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10여 년 전 출판된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편집이나 인쇄, 종이 등 모든 요소가 만족감을준다. 그의 초기작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인터뷰까지 한 권의 사진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구성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90년대 중반부터 천편일률적인 사진의 디스플레이 방식을 이미 탈피한 그의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작품 설치방식이 보는 이를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는 느낌이다.
사진집 구매 기준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진가인지, 책의 편집이나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은지 살펴 본다. 편집이나 디자인이 형편없으면 구입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표지의 임팩트도 눈여겨본다. 표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사진집에 관한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
관심 있는 사진작가들의 개인 홈페이지에 종종 들른다.
선호하는 사진집 구매 방법은?
이베이(www.ebay.com)와 아마존(www.amazon.com).
소장한 사진집 중 특별히 좋아하는 사진집을 꼽는다면?
1997년 아퍼처(Aperture)에서 출간된 잰 스텔러(Jan Staller)의 〈On Planet Earth〉이다. 그의 사진집은 사진의 형식적인 부분부터 시각적인 부분까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미국을 횡단하며 작업한 도심 외곽의 황폐한 풍경을 담은 〈On Planet Earth〉부터 뉴욕 맨해튼의 밤풍경을 기록한 사진집 〈Frontier New York〉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On Planet Earth〉는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할 때 구입했던 작품집이라 더더욱 애착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