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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그들이 보았던 그날들

2014-03-20


오늘 하루도 안녕하셨나요?’라는 인사가 이슈인 요즘, 뉴스로만 접했던 우리 사회 속 현장들을 바라본 사진가들이 있었다. 박종식, 이명익, 정택용, 최형락, 홍진훤 5명이 보았던 그날, 그곳의 이야기.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누구일까요?

2012년 4월 22일 평택 쌍용차공장 앞에서 만난 윤주형 씨의 맑은 얼굴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만남 이후, 그의 이름과 얼굴을 죽음으로 다시 기억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기아차 해고 비정규직노동자 윤주형 씨 자살’. 정신이 멍했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날,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세상과 직면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는 울먹이는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자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믿는 사람이잖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뇌이며 오늘도 카메라를 든다.

- 박종식(사진가, 한겨레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생긴 일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는 직원 중 8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공항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비정규직이란 뜻이다. 그런 사람들이 최저한의 생계를 위한 급여와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보고 공항으로 향했다. 거대하고 넓은 공간에서 파업참가자들이 모여 불편하게 한뎃잠을 자고 있었다. 최근 한뎃잠의 이미지를 채집하고 있기도 했기에 카메라를 들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규모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장면이다. 촬영 이틀 뒤 파업은 끝이 났다.

- 정택용(사진가)


산 넘어 산

밀양에서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들렀다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는 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에 주민들이 세워 놓은 초록색 천막이 있었다. 거대한 송전탑과 맞서 싸우는 전초기지였다. 나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지만,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다. 밀양을 지나는 송전탑은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막 뒤편으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아 먼 산을 보니 산 앞으로 더 큰 산이 보인다. 그것은 그저 송전탑 반대를 위한 천막이었지만, 사실은 우리가 넘어야 할 더 큰 산일지도 모르겠다.

- 홍진훤(사진가)


국가 권력은 누구를 조준하나?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가 재개됐을 때다. 그날,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경찰의 강력한 제지로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전력 확보를 명분으로 특정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무차별적인 공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치 국가 권력이 밀양 주민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가와 개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 최형락 (사진가, 프레시안 기자)


송전탑 위의 외침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 앞 송전탑에 오른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노조 지부장이 안전벨트에 몸을 의지한 채 난간을 붙잡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77일 간의 파업을 벌여온 쌍용자동차 문제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조사 공약 중 하나였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해고자 복직에 대한 사측과 금속노조와의 협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사이 정리해고의 고통으로 인해 자살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은 자그마치 23명에 이른다.

- 이명익(시사IN)


우리 사회의 안녕을 묻다

서울역에서 열렸던 철도노조 집회 현장이다.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을 타고 많은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했는데, 그 중 한 여학생이 들고 있는 팻말이 눈길을 끌었다. 미친 세상이라니... 희망에 부풀어야 할 나이에 아직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세상에 절망을 느끼는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간절한 눈빛이 한동안 뇌리에 남았다. 왠지 이 사진을 보면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 가사가 생각난다. ‘이 미친 세상의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 최형락(사진가, 프레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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