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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낡은 공간, 예술 아지트로 태어나다

2014-01-03


화려한 옛 시절을 뒤로하고 역사의 그늘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국 각지의 버려진 공간이 예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다. 헌 옷을 벗고 예술이란 새 옷으로 갈아입은 공간에서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유례없는 고속 경제성장 속에서 새로움만을 추구하던 이 땅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든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다. 철공소들이 떠나가면서 활기를 잃은 문래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기 시작한 예술가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문래창작촌을 필두로 기존의 버려진 공장이나 건물을 재활용한 예술 공간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찾아든 보금자리

과거 철과 철이 부딪히는 기계음으로 가득했던 문래동이 재개발 정책 등의 이유로 많은 철공소가 이곳을 떠나면서 생명력을 잃어가던 문래동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였다. 홍대나 대학로 등에서 활동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문래동 철재 상가의 빈 사무실에 입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소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공장 지역이라는 사실은 분명 매력이었다. 이제 ‘문래창작촌’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는 2백여 명의 예술가가 100여 곳의 작업실을 아지트 삼아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 동구에 위치한 배다리 헌 책방 골목에도 최근 예술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활기를 잃어가던 이곳에 몇몇 예술 공간이 들어서면서부터다. 2007년 배다리의 옛 인천양조장 건물로 이사 온 ‘스페이스 빔’과 2012년 빈 책방 창고를 개조해 문을 연 ‘사진공간배다리’ 등이 있다. 이들은 지역과 예술이라는 연대 속에서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배다리 헌 책방 골목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자체가 만든 예술 공간들

앞선 곳들이 예술가들의 자발적 응집에 의해 형성되었다면 버려진 공간을 지자체가 공적 재산으로 사들이면서 만들어진 예술 공간도 있다. 인천광역시가 구도심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 중구 해안동의 개항기 근대 건축물과 인근 건물을 매입해 2009년 문을 연 복합문화예술 공간 ‘인천아트플랫폼’과 버려진 간장회사 공장을 창작스튜디오로 전용한 ‘창동스튜디오’, 1970년대 전화기 코일 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국제 레지던시 스튜디오로 전환한 ‘금천예술공장’이 좋은 예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예술 공간 중에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예가 많다. 최근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옛 서교동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조성되었고, 옛 성북구보건소 건물을 재활용한 ‘성북예술창작센터’와 옛 서부도로교통사업소에 둥지를 튼 ‘홍은예술창작센터’가 있다. 이들 공간은 기본적으로 시각 예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홍은예술창작센터의 경우 무용 장르에 집중하고 있고, 잠실 종합운동장 내에 조성된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장애우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강북취수장의 신설로 폐쇄된 서울시 광진구의 구의취수장은 서커스를 포함한 거리예술을 중심으로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새로운 창작공간으로 탄생할 준비 중으로 2014년 상반기 시민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지역을 넘어선 변화의 흐름

이런 흐름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부터 청주시 내덕동의 옛 연초제조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쇠락한 마산 창동 일대 빈 점포 50여 곳을 창원시가 매입해 운영중인 ‘창동예술촌’ 등이 있다. 또한 광주광역시는 옛 광주 서구청 건물의 내부를 리모델링해 전시실과 스튜디오, 세미나실, 그리고 광주지역 예술단체를 위한 임대 사무실로 구성된 대규모 창작 공간을 조성 중이기도 하다.

2010년을 넘어서며 전국적으로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도심을 문화예술로 재생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낡은 것을 무조건 새 것으로 바꿔온 재개발의 바람 속에서 피어난 의미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냄비 근성’이라 불리기도 하는 한국의 유행 치맛바람에 지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 그리고 공간의 주체인 예술가와 시민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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