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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낡은 수첩에서 아이패드까지

2012-08-07


‘Note’는 사진가에게 설계도면과 같은 물건이다. 빳빳한 팸플릿에 정돈되어 새겨진 작가노트도 노트지만 그 안에는 설계도면 같은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뼈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연필로 무심하게 찍찍 그려 넣은 스케치, 개성 강한 필체로 휘갈겨놓은, 그런 노트가 보고 싶다.

작가들은 노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노트는 작업에 있어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어떤 의미로 기능하고 있을까. 그중에서는 더 이상 노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작가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노트를 살펴본다.

글│현정아 기자
기사제공│월간사진

강홍구의 갤럭시노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특정 시간에만 떠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가들에게는 틈날 때마다 메모할 수 있는 조그만 노트가 필요하다. 요즘도 작고 가벼운 노트를 항상 들고 다니긴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갤럭시노트를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2G폰을 쓰다가 작년 말 갤럭시노트가 출시된다는 얘기를 듣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입문했다. 무엇보다 펜이 딸려 있어 좋다. 직접 종이 위에 쓰는 것처럼 선 굵기도 섬세하게 표현되고 반응도 빨라 다른 노트가 필요 없을 정도다. 특히 잠자다 느닷없이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따로 불을 켤 필요가 없어서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기 애매한 상황이라면 ‘냅다’ 카메라로 찍어 저장도 할 수 있고. 다만 지난 메모를 펴볼 때 일일이 찍어봐야 해서 조금 불편하긴 하다. 제목을 달아 쉽게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것마저 귀찮아지니 큰일이다.(웃음)

하시시박의 다이어리

작업노트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적는 것 자체를 좋아해 스케줄이나 일기 등은 꼭 다이어리에 직접 정리해놓는다. 카메라 무게 때문에 노트만큼은 절대적으로 가벼워야 하는데, 얼마 전 맘에 쏙 드는 노트를 발견해서 패키지로 잔뜩 쟁여 놨다.(웃음) 주제별로 나눠서 앞으로 이것만 쭉 쓸 예정이다. 노트 표지에는 어렸을 때 직접 만든 도장도 꾹꾹 찍어 놨다.

작업할 때 사용하는 시안은 따로 정해진 노트에 기록하기보다 아무 종이에 자유롭게 스케치하곤 한다. 보통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시안을 직접 그려서 기록해놓는데, 영화를 공부해서인지 촬영 전에 기획을 꼼꼼히 하는 편이다.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내 머릿속에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콘티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이런 습관이 몸에 배어서인지 촬영 전에 그려놓은 스케치를 토대로 작업할 때가 많다.

김영준의 아이패드

나에겐 아이패드가 작업노트나 다름없다. 시안을 찾을 때 영화나 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곤 하는데 출장이 많을 때 수시로 들고 다니며 볼 수 있어 좋다. 영화를 캡처하기도 좋고.

이밖에도 촬영할 때 아이패드에 촬영물을 바로 띄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몇몇 상업사진가들이 실제 사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오히려 불편한 느낌이다. 사진가나 모델 모두 순간적인 템포와 호흡이 중요한데, 한컷 찍고 아이패드를 확인할라치면 모델도 같이 확인하게 되니 집중도와 흐름이 끊기더라.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전에는 아이디어 노트를 들고 다니곤 했지만 그때도 스케치는 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케치로 더 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림을 못 그리다보니 그리는데만 집중하느라 정작 뭘 찍으려고 했는지 기억이 날아가 버릴 때도 있다. 차라리 글로 단상을 적어놓는 게 더 나았다. 내가 영상을 자주 보는 이유는 무슨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었는지 굳이 그림이나 글로 적지 않아도 생생히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영화는 내용에 상관없이 수시로 돌려보곤 한다. 그럼 ‘아! 그 영화’하며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다.

이밖에 시안을 살펴볼 때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에디터와 미팅을 한다거나 모델과 촬영 직전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야할 때, 예전 같았으면 프린트해서 직접 보여줬겠지만 요즘은 아이패드로 바로 보여줄 수 있어 매우 편하다. 일단 화질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다보니 톤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잘 된다.

채경의 공책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오던 노트다. 초등학교 남학생 글씨 같아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긴 부끄럽지만(웃음) 내 작업의 모티프들이 이 노트 속에 가득하다. 작업 스케치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가도 인상 깊은 구절이 있으면 따로 적어놓고 다른 작가들의 전시를 보면서도 단편적인 감상이나 배울 점 등을 메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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