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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사진을 배우다

2012-07-30


사진강의가 붐이다. 카메라 교본이나 잡지에 의존해 기기를 다루고 촬영법을 익히던 90년대에서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내용도 기기 매커니즘에서 사진을 읽고 표현하고 창작하는 강의로 진화했다. 인문학이나 음악, 영화 등 다른 영역과 융합되거나 전문작가를 목표로 하는 단련형의 사진강의까지 분화되는 양상이다.

기사 제공│월간사진

사진기기 홍보장을 가득 메운 젊은 남성에 비해 사진강의에선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지난해 월간사진이 매달 주최한 사진강의에선 전체 수강생의 6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었다. 사진인구가 늘면서 남성과 여성의 기호의 차이가 사진강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여성 마니아층은 남성에 비해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해석하는데 더 관심이 높고, 연령대가 젊을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또한 사진 마니아층 중에서 고학력,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늘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강의내용도 변하는 중이다. 기기 강의가 줄어드는 대신 미학과 융합형 강의가 늘고 점차 전문화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사진을 통한 자기표현과 사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진강의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사진해석과 예술사진 강좌를 열고 있는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기기 매커니즘 강의에서 사진을 보고 표현하는 방법 등을 다루는 미학과 예술론 강의가 늘었다”며 “앞으로 사진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도 사진과 인문학처럼 연관되는 강의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사진강의 관계자도 “사진이 미술 전반으로 확산되고 인식도 높아지면서 기계가 아닌 예술로서 받아들이고, 즐기는 수단으로 소통하려는 이들이 늘었다”며 “타 예술장르와 접목되거나 세분화된 주제를 통해 사진을 이해하는 강좌가 추세다”고 전했다.

여기에 프로 작가를 겨냥하거나 개인 사진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하이 아마추어의 증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은 사진가와 멘토를 맺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전시까지 갖는 등 장기간의 입문과정을 마다 않는다. 폐쇄적이던 사진가의 진입문턱이 낮아졌고,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의 교류가 활발해진 결과다. 이들처럼 적극적으로 사진가의 길을 모색하는 하이 아마추어층을 위한 사진강의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사진강의의 세분화, 전문화 바람

갤러리와 미술관, 사진관련 미디어, 사진가, 사진기업 등 사진강의의 주최기관은 갈수록 다양해진다. 기업가 등 특정대상을 겨냥한 강의들이 시들해지는 반면 일반인과 마니아층, 하이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세분화된 강좌가 증가하는 추세다. 먼저 올해 한미사진미술관과 고은사진미술관이 나란히 사진아카데미를 처음 선보였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일반 애호가를 대상으로 16주 과정의 상하반기 강의를 시작했다. 사진의 기본원리와 테크닉을 배우는 ‘카메라 토크’부터 포트폴리오 제작과 전시를 위한 ‘카메라 마스터’까지 단계별 강의와 사진비평가 및 작가들의 연속 특강인 ‘카메라 옵스큐라’ 등의 과정이 있다. 애호가 대상인 한미사진미술관 아카데미와 달리 고은사진미술관의 포트폴리오반은 사진작업에 열정은 있지만 방향을 못 잡은 하이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다.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과해서 들어온 수강생들은 사진작업의 성격에 따라 강홍구, 이갑철, 최광호 등 멘토 사진가가 정해져 작업방향을 상담 받고, 전시나 출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진가와 함께 경험한다.

사진가가 멘토나 지원자로 친밀하게 결합한 소규모 사진배움터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사진가 최광호의 ‘사진학교’와 임종진의 ‘달팽이사진골방’이 있다. 이곳을 통해 평소에 강의와 출사, 개인지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단제전이나 개인전을 가지며 사진가로 이름을 알리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친숙한 현대미술, 두산갤러리의 미학강의

난해한 현대미술을 알기 쉽게 이해한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는 매주 한차례씩 현대미술을 공부하려는 일반인들이 몰려든다.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5백여명을 수용하는 연강홀의 좌석 앞쪽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매주 평균 2백여명이 찾아오고, 몇차례 만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 미학강의로 자리를 잡았다.

두산갤러리가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열고 있는 미학강의는 현대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이해할 장이 부족했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임근준, 박상우, 강헌, 박영택 등 강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각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고 자기 색깔이 뚜렷한 평론가나 이론가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이 전하는 현대미술 강의는 어려운 이론수업도, 대충의 흐름만 짚고 넘어가는 개론수업도 아니다. 이해하기 쉬우면서 2~3달의 장기 커리큘럼으로 내용의 충실도를 높였다. 매 강의는 5~15회씩의 강의로 체계적으로 짜여져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모든 수강료가 무료다.

그동안 임근준의 ‘에고 트립-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과 ‘이것이 현대적 미술’, 박상우의 ‘20세기 아방가르드 사진’, 아트어드바이저 정윤아의 ‘현대미술 강좌’, 박영택의 ‘전통이란 코드로 읽어보는 한국현대미술’과 ‘테마로 읽는 한국현대미술’, 강헌의 ‘한국 대중음악 산책’ 등이 열렸다. 두산갤러리의 맹지영 큐레이터는 “국내외 현대미술과 그 흐름을 알기 쉽게 전해 현대미술의 대중화와 저변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2012년 상반기 첫 강의인 중부대 사진영상학과 박상우 교수의 ‘새로운 사진사’에 이어 하반기에는 갤러리 개관 5주년을 맞아 특별강의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3월부터 6월까지 10회 예정으로 열리는 박상우의 ‘새로운 사진사’는 사진의 역사를 타학문과의 융합의 역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여느 사진사 강의와 다르다. 박교수는 “사진사라면 흔히 예술사진이나 보도사진만 생각하지만 주민증사진, 범죄사진, 의학사진, 앨범사진 등 우리 삶과 가까운 다양한 사진들 역시 19세기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다”며 “삶 속 사진들의 기원을 앎으로써 사진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http://www.doosangallery.com

광모, 박태희, 이상엽의 사진 읽기

쉬우면서 어려운 사진, 사진은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질문은 늘어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진 이미지를 통해 창의적인 사진 읽기를 시도하는 사진강의가 열린다. 디지털사진의 시대에 흔히 갖게 되는 질문과 그것의 해답은? 사진의 역사에서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진가의 사진책이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바는? 그리고 익숙한 다큐멘터리사진 속에 스며있는 우리가 잘 몰랐던 세상의 아픔과 고통은? 각 질문에 해답을 찾다보면 사진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월간사진과 KT&G 상상마당이 공동으로 기획해 4월부터 시작하는 사진강의는 디지털사진과 사진책, 다큐멘터리사진이라는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사진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고 의미를 찾아가는 강의이다. 사진가 광모의 ‘상상교차’(4월), 박태희의 ‘사진과 책’(5월), 이상엽의 ‘아프니까, 사진이다’(6월) 등 3개 강의가 연이어 열린다. 먼저 광모는 디지털사진을 놀이와 성찰의 중간에서 접근한다. 흔히 ‘가볍다’ 혹은 ‘연출된’ 이미지라는 디지털사진에 관한 인식이 아날로그와의 편나누기 접근에서 비롯되지 않았는지 의심하며, 디지털시대에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질문의 해답을 중간지점에서 찾는다. 사진가이면서 안목출판사 대표인 박태희의 강의는 ‘한 사진가와 살아온 13권의 사진책’이 부제다. 로버트 프랭크, 벨로크, 브랏사이, 낸 골딘 등 13명 사진가들의 사진책을 통해 치열했고 숙명 같았던 이들의 삶과 사진을 조명하고, 창의적인 사진 읽기까지 탐구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은 우리에게 익숙한 다큐멘터리사진 속에 깃든 아픔과 고통을 꺼내든다. 그것은 역사적인 또는 개인적인 슬픔일 수 있고, 다큐멘터리사진의 역사를 아우르며 현재까지 이어진다. 사진의 의미와 더불어 사진창작의 방향까지 고민해볼 수 있다. http://www.sangsangma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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