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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구르스키와 노순택의 같은 대상, 다른 시선

2012-07-03


독일 사진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가 촬영한 북한 매스게임 사진 ‘평양 2’가 지난 2월14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4억5천여만원에 팔렸다. 지난 2010년 구르스키의 ‘평양 4’가 23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이후 북한을 찍은 사진으로는 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기사 제공│월간사진

북한 사진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듯하다. 얼마 전 북한 사진만 모은 어플리케이션 ‘North Korea’가 사진 분야 인기 앱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미술시장의 컬렉터들도 북한 관련 작품에는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구상의 유일한 폐쇄적인 국가를 담았다는 작품의 희소성과 기록적인 가치가 가격을 반등시킨다. 특히 구르스키가 담은 북한 아리랑축제의 매스게임은 구르스키가 일관해온 작품 스타일과도 통한다. 그는 증권거래소와 대형마트, 조립공장 등 평면적이고 기계적으로 비인간화된 노동현장을 거대한 스케일로 담아왔다. 주체성이 상실된 장난감 같은 인간의 무기력함과 그속의 엄격한 배열과 질서가 그의 사진의 특징이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북한은 특수한 국가와 집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반해 같은 민족이면서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래서 완전한 외부인도 내부인도 아닌 우리 예술가들의 북한 작업은 어떨까.

구르스키는 집단성, 그 ‘이면’을 보려 했던 노순택

구르스키에 앞서 아리랑축제를 촬영한 노순택의 사진을 보자. 노순택은 지난 2001년 이후 우연찮은 기회로 네차례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 결과물을 사진집 ‘Red House’(2007년, 청어람미디어 펴냄)와 2007년 백승우, 이정 작가와 함께 <세명의 사진가가 훔쳐본 북한의 모습> (트렁크갤러리) 전시 등에서 소개했다. 사진집 ‘Red House’의 책 구성에선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책은 1부 ‘펼쳐들다’, 2부 ‘스며들다’, 3부 ‘말려들다’로 나뉜다. 1부는 아리랑축제의 집단체조와 매스게임으로 대변되는 북한이 보여주려는 장면, 2부는 카메라를 들고 작가와 비슷하게 또는 다른 목적으로 공간을 탐색(촬영)하는 남북한 사람들의 모습, 3부에선 북한이라는 거대 상징이 남한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가 각각 등장한다. 거대한 스케일의 집단체조에서 시작해 상대방을 탐색하는 과정, 분단이 가져온 남한의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모습이 차례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순택은 “스펙터클하고 화려하면서 힘을 과시하려는 강박관념까지 느껴지는 집단체조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이 혹시 우리에게 있지 않은지 반문하는 일련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구르스키가 매스게임에서 인간이 만든 최고 수준의 집단성을 본다면 노순택은 그 집단성의 이면과 원인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개개인에 대한 관심도 숨기지 않는다. 집단체조나 매스게임 중에 조그만 동작의 불일치나 카드 너머로 삐쭉이 고개를 내민 호기심 어린 표정 등에서 정작 작가가 보고 싶었던 바도 짐작할 수 있다. 노순택은 “구르스키같은 외국작가에게는 장대한 스케일이 먼저이겠지만 우리는 그처럼 완벽한 외부자도 그렇다고 내부자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짧은 만남 긴 여운 남기는 박찬경의 ‘비행’

녹색의 땅이 서서히 황폐한 황토색 땅으로 변해간다. 한복을 입고 붉은 꽃을 흔드는 지상의 환영인파는 느린 화면으로 잡혀 한명 한명에게서 묘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박찬경의 ‘비행’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에서 평양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찍은 풍경을 13분 분량으로 편집한 비디오 아트 작품이다. 전쟁 이후 50년 만에 직항로가 열려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난 지 5년이 지난 2005년, 남북의 관계는 기대했던 것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박찬경은 2000년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방송국을 돌며 비행기 안에서 촬영된 방송되지 않은 영상물을 모았다. 그리고 견우와 직녀 설화를 바탕으로 윤이상이 작곡한 ‘더블 콘체르토’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비디오를 보는 동안 헤어진 50년의 시간은 짧게, 만나러 가는 10여분의 시간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위협이면서 동족이기도 한 북한을 대하는 우리 안의 이중성은 비현실적인 땅과 모호한 동질감으로 점차 격정을 더해간다. 관객은 자신이 들고 찍는 듯한 비디오의 시선으로 인해 남북이 만나던 역사적인 순간의 주인공이 되어 감동적이고 모호한 감정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처럼 ‘비행’은 남북이 공유하는 역사적인 사건과 정서, 설화 그리고 클래식 음악 등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예술의 가능성까지 시험한다. 박찬경은 “예술은 일상과 사회문제에 가장 민감하며 이중 남북관계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다. 무겁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7년간의 북한 몰래 카메라, 리얼한 북한

북한의 다양한 실상에 한발 더 다가서고 싶다면 사진집 ‘30년 사진인생, 7년간 북한을 담다’(2006년, 시대정신 펴냄)를 볼 필요가 있다. ‘리만근’이란 가명의 저자인 석임생은 아마추어 사진가로, 북한의 경수로 건설공사를 맡았던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사진실에 근무하며 7년간 북한에 머물렀다. 그는 업무의 특성상 카메라를 휴대할 수 있었고 목에 걸고 셔터만 누르는 방식으로 몰래 사진을 찍고,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꼼꼼히 메모와 기록으로 남겼다. 책은 북한의 경제, 사회, 생활, 남북한의 차이 그럼에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까지 5장으로 구성되며, 단기간의 체류와 단편적인 경험으로는 알 수 없는 살아있는 북한과 북한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박한 농촌 풍경과 정겨운 인심, 그럼에도 궁핍한 생활과 커다란 인식의 차이 등 가감없이 실상을 전하고 동시에 오해를 풀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마치 남북통일에 관한 수많은 이론들의 ‘현장실험’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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