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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눈으로 맛보는 파인다이닝

2012-03-29


영화감독 안휴에게 ‘탐미주의’는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기 때문이다. 미술, 사진, 영화, 문학 등 소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예술적 산물은 곧 ‘아름다움’에 대한 오감의 반응으로 창조된 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각, 후각, 시각을 만족시키며 가장 원초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음식’은 그에게 의심의 여지없이 예술적 산물에 해당한다.

글 | 현정아 기자
기사제공 | 월간사진

안휴 감독은 2011년 11월11일부터 11월30일까지 오룸 갤러리에서 <미식의 탐미주의> 사진전을 통해 시각적 미를 비교적 등한시해온 한국인들의 미각(味覺)과 미각(美覺)을 동시에 자극시켰다.

푸드칼럼니스트의 맛있는 음식사진전

80년대에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뉴욕과 할리우드를 무대로 영화 배급 및 제작관련 일을 해온 안휴는 최근 ‘미식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워낙 미식가로 소문이 자자했던 그는 귀국 후 한 지인으로부터 음식관련 출판 제의를 받게 된다. 영화 비즈니스로 프랑스 칸느만 18번 오갔던 그는 여러 접대와 미팅을 위해 세계 각지의 고급 레스토랑을 다녔다. 그곳에서 체험한 미식문화를 책으로 엮어 소개한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클라이닉스 펴냄)는 영화감독 안휴 외에 ‘미식가 안휴’라는 또 다른 수식어를 탄생시켰다. 현재 푸드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여러 매체에 미식여행 글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내년에는 음식다이닝과 여행을 주제로 화보형식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그는 2010년부터 매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푸드페스티벌인 ‘파인다이닝 갈라위크’를 선보이고 있다. 작년 5월, 서울을 대표하는 7개 최고급 호텔에서 성황리에 갈라위크를 마친 안휴는 매해 새로운 콘셉트로 국내외 미식가들에게 ‘가장 맛있는 일주일’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음식관련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그에게 ‘음식 사진전’은 이미 3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사진공부라고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1년간 공부한 것이 전부이지만 그에게 사진은 매우 익숙한 매체이다. 예술이란 결국 한 통속이고 그중에서도 영화와 사진은 닮은 구석이 많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영화공부를 할 때도 정지된 한컷으로 미장센 공부를 했던 안휴에게 사진은 영화 공부의 연장이자 일상이었다.

오로지 음식 자체의 미학에 포커스

<미식의 탐미주의> 전은 그동안 그가 맛본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자리다. 사진전을 위해 특별히 촬영한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이는 책을 출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습관처럼 찍어온 사진은 어떠한 변형이나 첨가 없이 그대로 전시되며 오로지 ‘음식’에 초점을 둔 국내 가스트로노미 작품 약 20점이 선보인다. 흔히 접시, 장식물 등 음식 외적으로 화려하게 세팅된 푸드스타일링 작품에 익숙했던 대중들에게 그의 작품은 다소 밋밋할 수 있다. 그러나 안휴는 음식 이외의 디자인적 요소를 과감히 제외시키고 오로지 음식 자체의 미학적 부분에 포커스를 두었다. 그래서인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담백한 음식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여기에는 각각의 음식에 관한 안휴 개인의 추억도 녹아 있다.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국내 유수의 셰프들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단 하나뿐인 음식들, 그날 한번밖에 만들어지지 않는 이벤트성 음식들 중에 그에게 깊은 인상과 감동을 주었던 작품 위주로 엄선하였다. 이번 전시는 안휴만의 독특한 기획력도 살펴볼 수 있다. 마치 코스요리를 맛보듯 작품은 크게 ‘에피타이저-메인-디저트’ 순으로 나열된다. 철저히 시각으로 맛보는 파인다이닝이다. 전시를 통해 안휴는 “국내 파인다이닝 음식의 미적 아름다움을 비롯해 일반 음식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전시를 마친 뒤에는 런던과 뉴욕에서 전시를 이어가며 한국 파인다이닝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미디어를 넘나드는 예술가의 꿈

무엇이든 기획하는 것을 좋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학예회 연극을 도맡아 기획하고 중학생 때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핀치 콘치니의 정원’을 보고 영화감독을 꿈꾼 한 청년은 이제 제2의 로베르 브레송을 꿈꾼다. 프랑스 영화감독으로 여러 걸작들을 내놓은 로베르 브레송은 영화뿐만 아니라 몇 점의 걸출한 사진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영화감독 안휴 역시 미디어를 넘나드는 진정한 예술가를 꿈꾼다. 한창 사진전을 준비하면서도 5월에 열릴 파인다이닝 갈라위크 행사, 영화촬영, 책 출간, 나아가 연극까지 기획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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