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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지상낙원에 펼쳐진 사진의 향연

2012-03-27


2011년 9월25일부터 10월7일까지 따리국제사진전(Dali International Photography Exhibition, DIPE)이 열렸다. 필자는 이갑철, 석재현 사진가와 함께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따리국제사진전은 미노 미디어(Mino Midia)의 주최로 지난 2009년, 세계 사진 탄생 170년과 중국 사진 탄생 60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글, 사진 | 김흥구
기사제공 | 월간사진

예로부터 따리(大理)는 중국 윈난성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바이족(白族)이 살고 있는 이곳은 천 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면서 윈난성 고대 문화의 발상지로서 다양한 문화유산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얼하이 호수와 창산(蒼山)으로 둘러싸여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간직하고 있다. 따리를 찾는 중국 국내외 사진가들이 늘면서 언제나 따리는 많은 사진가들의 낙원이 되었다.

올해 사진전의 주제는 ‘생은 다른 곳에’(Life is elsewhere)로, 프랑스 시인 랭보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다른 곳’이란 바로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이러한 주제에 따라 이번 사진전은 우리의 현실과 꿈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었다. 역사와 문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지상낙원 따리는 이 사진전의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고대도시의 자연과 인간, 사진으로 소통하다

1회 때부터 3회째 전시 총감독을 맡고 있는 바오 리후이(Bao Lihui)는 이번 전시를 크게 사진과 뉴미디어 두 갈래로 나누었다. 그리고 워낙 큰 규모의 전시이니만큼 사진과 뉴미디어의 전문 기획자를 따로 두었다. 사진 부문의 기획자로는 알랭 줄리엥(Alain Jullien)이, 뉴미디어 부문에는 디제이 클락(DJ Clark, 영국 버튼대 교수이자 국제 스티리밍 미디어 전문가)이 기용되었다. 유명한 사진가 마크 리부(Marc Riboud)의 조카이기도 한 알랭 줄리엥은 리엔조(Lianzhou) 국제사진전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광동미술관 ‘국제사진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서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수많은 전시를 기획했다.

전 세계에서 출품된 4천장 이상의 사진을 소개한 사진전은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고 사진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참여한 유럽 전시 ‘낭만적인 유로파’, 미국과 캐나다 전시인 ‘우주 미국’, 태국,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한국 등이 참여했던 아시아 전시 ‘역동적인 아시아’, 홍콩, 마카오, 대만의 전시인 ‘화려한 세 도시’, 마지막으로 중국 전시인 ‘중국의 초상’ 등이 그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의 갤러리들도 따리를 찾아 자신들의 뛰어난 컬렉션을 전시하고, 사진가들의 문화와 경제의 소통을 위한 무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뉴미디어도 함께 전시, 이갑철 ''올해의 전시상'' 수상

주목할 만한 작가의 전시로는 미국의 메리 엘런 마크(Mary Ellen Mark), 프랑스의 마크 리부(Marc Riboud), 인물사진으로 유명한 크리스리안 쿠레주(Chrisrian Courreges)와 미국 의 윌리엄 쿠폰(William Coupon), 초현실적 사진의 대표적인 사진가인 레스 크림스(Les Krims), 실비 질만스(Sylvie Zijlmans), 질스 데스로지에(Gills Desrozier) 등이 이목을 끌었다. 또한 함께 참석한 사진가 이갑철의 ‘충돌과 반동’(이번 사진전에서는 ‘nirvana’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도 큰 주목을 받았고, 시상식에서 최우수 전시상을 받기도 했다.

뉴미디어전은 이번 사진전의 가장 하이라이트였다. 단편영화 상영과 함께 많은 사진 전문 단체와 언론 그리고 뉴미디어 대학들이 초대되어 “뉴미디어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전문적이고 다양한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9월28일에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사진가에게 레드폴(Redpoll) 트로피를 수여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최우수 사진가상’은 메리 엘런 마크(Mary Ellen Mark)가, ‘최우수 전시상’은 윌리엄 그레임과 한국의 이갑철이 수상했으며, 그밖에 ‘최우수 출판상’, ‘최우수 큐레이터상’ 등이 수여되었다.

내재된 긴장감 표현한 신진작가들에 눈길

수석 큐레이터인 알랭 줄리엥은 이번 사진전을 기획하면서 좋은 사진을 고른 기준에 대해, 사진 그 자체보다 사진가가 자신의 생각을 사진을 통해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진전을 통해 사진가들이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고, 관람객들이 옛것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사진전의 큰 의미이자 성과라고 덧붙였다. 반면, 그는 준비시간의 부족을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고 털어놓았다. 9월 개막을 앞두고 5월에 전시기획을 제안받아 세계 각국의 유능한 큐레이터를 기용했지만 좋은 작품과 사진가를 고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다음 전시에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해 준비한다면 더욱 좋은 사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사진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대사진, 특히 오늘날 혼란스러운 사회 속 그들의 삶 속에 내재된 긴장을 표현한 신진 작가들의 사진이었다. 그들은 현 시대의 사회 풍경과 아울러 그들 자신의 고민을 사진에 담아 놀라우면서 흥미로운 사진을 선보였다. 거대 담론을 앞세운 특정 스타일의 메이킹 포토가 주류를 이루는 최근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의 흐름과 달리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로 자기의 색깔을 표현하고 있었다. 따리에서의 마지막 밤, 싱가포르에서 온 한 기획자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좋은 사진은 그냥 좋은 사진이다. 좋은 사진에는 유행이 없으며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전시 규모에 비해 준비시간이 짧았던 탓에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따리국제사진전은 자연과 인간이 사진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였다. 따리국제사진전이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진가들의 낙원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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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흥구는 2011년 따리국제사진전에서 해녀들의 삶을 담은 ‘좀녜’ 시리즈를 슬라이드쇼 형태로 전시했다. 지난 6월, 갤러리 류가헌에서 첫 개인전으로 소개되었던 좀녜 시리즈는 오는 11월4일부터 고은문화재단의 초대로 부산 도요타아트스페이스에서 7주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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