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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동남아의 성장하는 앙코르사진축제

2012-03-14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되는 사진가들은 모두 백인이다. 아시아의 재능 있는 사진가들을 발견하고 국경을 넘어 그들의 사진이 소개되고 활동하도록 돕는 게 사진축제의 목적 중 하나다. 일부는 이미 성공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어서 축제에 활력소와 동기를 부여한다.”

글 | 이민정
기사제공 | 월간사진

올해 전시 참여작가만 110명에 이르는 앙코르사진축제(Angkor Photo Festival, APF)는 지난해 아시아 퍼시픽 포토 포럼(Asia Pacific Photo Forum)의 멤버로 포함되어 전시 교류를 갖는 등 해마다 성장하는 중이다. 동남아시아의 첫 사진페스티벌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의 씨엡립(Siem Reap)에서 열려 어느새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진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07년부터 사진축제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프랑소와즈 꼴리에(Francoise Callier)는 “갈수록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참여작가가 늘고, 질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사진축제의 초창기 설립 ‘정신’을 잃지 않고 가능하면 친밀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앙코르사진축제는 지난 2005년 VII(세븐) 사진 에이전시의 공동 창립자인 Gary Knight와 현재 앙코르사진축제의 디렉터인 Jean-Yves Navel 등에 의해 만들어져 아시아의 젊은 사진가들을 발굴, 소개하고 교육하는 전시와 사진워크숍으로 운영된다. 올해 전시에는 참여작가의 절반이 넘는 60명이 아시아 출신 작가들로 채워졌다.

관객과 사진가들에게 비용을 받지 않는 비영리 행사인 앙코르사진축제는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에 기반해 사진작업을 하는 아시아의 젊은 사진가 30명을 공모를 통해 뽑아 일주일간 사진워크숍을 갖는다. 또 캄보디아 씨엡립의 안잘리 하우스(Anjali House)의 어린이들을 위한 워크숍도 해마다 열고 있다. 프랑소와즈 꼴리에는 “젊은 사진가를 위한 전문적인 워크숍이 없는 아시아에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참가 못하는 사진가들을 위해 수업료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는 아시아 각 나라에서 240여명이 응모해 사진워크숍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했다. 프랑소와즈 꼴리에는 선정기준에 관해 “사진 속에서 사진가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해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진가가 관찰자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며, 유행이나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7회째를 맞아 오는 11월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앙코르사진축제의 참여작가 중에서 4명의 인터뷰와 작품을 소개한다. (http://www.photographyforchange.net)/

공생하는 자연과 인간 Water is Life Mak Remissa

맥 레미사(Mak Remissa, 1970~)는 캄보디아의 프놈 펜 태생으로, 캄보디아의 Royal University of Fine Arts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다. EPA(European PressPhoto Agency)를 통해 전세계 매체에 보도사진을 싣고 있고, 아시아 모션(Asia Motion)이 그의 예술사진을 전속으로 취급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에 거주한다.
(http://www.asiamotion.net)


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했는데,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93년에 French Association Arts Cambodge에서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쳤는데, 그 수업을 들었다. 대학 졸업 후 당시 프랑스어로 발간되던 Le Mekong 신문사에서 보도사진가로 일을 시작했다. 1997년 태국에서 한 달 동안 보도사진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보도사진가로 바쁘게 일하며 순수예술 사진은 어떻게 해왔나?
2005년에 ‘Fish and Ants’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순수예술 사진을 시작하게 됐다. 주중에는 보도사진 일로 바쁘기 때문에 개인작업을 거의 못하지만 주말에는 마음껏 내 작업을 할 수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보도사진과는 달리 개인작업은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해나간다.

‘Fish and Ants’ 시리즈(2005)에서 은유로 쓴 캄보디아 속담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가 담겼는가?
크머(Khmer) 지방의 아주 오래된 속담이다. ‘물이 차오르면 물고기가 개미를 먹고, 물이 빠지면 개미가 물고기를 먹는다’는 뜻이다. 환경에 따라 주도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캄보디아가 분쟁을 겪던 시기에 만든 시리즈다. 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작업에 썼고, 내가 찍은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이 속담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

이번 앙코르사진축제에서 전시될 ‘Water is Life’ 시리즈(2009~2010)는 어떤 작업인가?
주된 생각은 ‘물’이다. 물은 사람, 동물, 자연 모두에 아주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지나친다. 캄보디아는 어딜 가나 물이지만 어떤 때는 농사에 쓰거나 마실 물이 부족할 때도 있다. 물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의식을 주목시키고 싶다. 물은 무엇이고, 우리가 마시는 물의 상태는 어떤지에 대해 말이다. ‘Water is Life’ 시리즈는 물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 동물, 자연을 찍고 그들이 물에 의존하는 생활상을 상상하도록 자극하는 내용이다. 우리가 물을 사용하면서 낳은 결과가 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람들이 주의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Water is Life’ 사진은 색깔과 패턴이 그림 같다. 어떻게 만든 효과인가?
내가 생각하는 물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림 같은 효과는 물과 물감으로 만들었다. 유성 물감을 물에 풀면 물감이 퍼져나가면서 수면에 떠다니는데 그때 사진을 찍는다. 가끔 물 속 생물이 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컬러를 쓴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끌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물이란 소재를 유쾌하게 생각하기를 원한다.

그동안 자연을 소재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나는 항상 캄보디아 사람들을 생각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겐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사람을 자연에 비유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연은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다. 물고기를 예로 들면, 사람처럼 부모와 자식이 있고 음식을 섭취한다. 이렇게 인간을 자연에 비유해 설명하면 부드럽게도 들리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한다. 지금 당장 바뀌지는 않더라도, 나중에는 바뀔 거라고 믿는다.

심리적인 사진 Boarding House Roger Ballen

로저 볼른(Roger Ballen, 1950~)은 미국 뉴욕 태생으로 1982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거주하고 있다. 광물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얻었고, 30년간 지질학자로 일하면서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Platteland:Images from Rural South Africa’가 출간된 다음 해인 1995년부터 사진에 전념하고 있다. (http://www.rogerballen.com)


앙코르사진축제에서 전시될 보딩 하우스(Boarding House) 시리즈가 의도하는 바는?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보딩 하우스 시리즈는 ‘이곳’과 ‘저곳’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일시적인 장소이다. 우리는 ‘무’에서 나와서 ‘무’로 돌아간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시리즈의 중요한 의도를 나타낸다. 내 사진은 시각적이면서 다각적이고 때로는 모순도 포함하고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해서인지 사진에 심리학적인 요소가 짙다.
내 사진은 심리학에 그 본질과 의미를 두고 있다. 사진을 찍는 가장 주된 목적은 나 자신의 역학적 심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예술작품이 그것을 만든 이와 보는 이 모두의 심리에 도전하는 것이 나에겐 중요하다. 예술은 궁극적으로 보는 이의 의식을 넓히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줘야한다고 믿는다.

사진 안에 많은 요소가 등장하고 각기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가는 그 건너편에서 영화감독처럼 존재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연출인지 궁금하다.
중요한 건 사진마다 스스로 그 길을 발전시켜나가고 그것은 몇 천개의 시각적 관계가 쌓여 오백 분의 일초 안에 서로 연결된다고 깨닫는 것이다. 찍고 싶은 장소에 찾아가기 전에 가능하면 긴장을 풀고 내가 찍으려고 하는 사진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진을 찍을지에 대해 생각이 너무 정리돼 있으면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사진이 나온다.

롤라이플렉스 카메라의 정사각 포맷에 플래시를 써서 사진을 찍는데, 어떤 이유로 선택하게 됐나?
정사각 포맷을 선호하는 건 사진 속 각 요소가 동등하게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내 사진은 어두운 실내에서 만들어졌다. 사진 속 모든 내용물이 선명히 보이고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플래시는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영구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사진을 만드는데 공식은 없다. 내 경험으로 사진은 몇 백만분의 일 초 안에 머릿속에 각인되는 성공적인 사진과 아예 성공하지 못하는 사진, 이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갈수록 사진에 동물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 사진 속에 등장하는 동물의 횟수가 사람보다 많아졌다. 아마도 나는 사진을 통해 동물과 우리를 격리시키는 것이 무엇이고 행동에 나타나는 유사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온 것 같다. 동물을 소재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은유를 끌어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도전은 미묘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진작업을 하지만 그 안에는 드로잉, 페인팅, 조각 그리고 극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언젠가 내 작업은 ‘사진’으로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왜 꼭 사진이어야 하는가?
드로잉, 페인팅, 조각, 극적인 요소를 사진 안에 끌어들여 현실을 재창조해낸 후 그것이 진실성까지 갖추게 하는 건 쉽지 않다. 나 스스로 사진이란 매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면 여태껏 만들어온 이미지들은 모두 불가능했다.

인정 못받는 나라의 국민 Lenina Kosuke Okahara

코수케 오까하라(Kosuke Okahara, 1980~)는 일본 도쿄 태생으로 2007년부터 프랑스 에이전시 뷰(VU) 소속으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전세계 각종 매체에 사진을 기고했고, 유진 스미스 기금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2011년 봄부터 도쿄에서 활동 중이다. (http://www.kosukeokahara.com)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게 된 이유는?
대학 시절 UN에서 일하는 친구를 방문하러 코소보(Kosovo)에 간 적이 있다.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건물은 무너진 채였고, 난민들은 여전히 텐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오랫동안 꿈꿔오던 가르치는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내 인생을 걸만한 뭔가 다른 일을 할 것인지 생각했다. 코소보에서 본 이야기를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소외층, 가난, 질병, 마약 등을 소재로 작업을 해왔다. 이런 작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나는 ‘한 개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의 일본말 ‘이바쇼’가 던지는 화두에 관심이 많다. 콜롬비아에서 사회의 낮은 계층에 속하고 결국엔 불법적인 것에 연관돼 일하는 사람들을 주로 찍어왔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그곳에서 태어났다면 그들처럼 일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한 청부살인자는 첫 번째 청부살인을 하고나서 그룹 내에서 존경을 받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꼈다. 일본에서 대학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은 사회가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실직을 하게 되면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에 맞춘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내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건 가난이나 마약, 분쟁이라기보다는 존재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내 사진을 보는 이 역시 내가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여행하기를 바란다.

앙코르사진축제에서 레니나(Lenina) 시리즈가 슬라이드쇼로 상영되는데, 어떤 작업인가?
레니나는 몰도바와 우크라이나에 접경한 곳으로 1992년에 독립을 선언한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나치 세력이 루마니아의 유태인들을 추방해 대학살을 벌였던 곳으로, 현재 세계 어떤 나라로부터도 독립된 나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로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어떻고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 애착을 가지고 사는지 궁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버려 내가 찾아간 레니나에는 노인과 어린이들뿐이었다. 그 어린이들도 조금만 크면 떠날 거라고 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몇 안 남았을 때 그들은 과연 트란스니스트리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코닥 USA에서 Tri-X 400 필름을 제공해주고 있다. 많은 보도사진가들이 디지털을 쓰는데, 특별히 필름을 쓰는 이유가 있는가?
아날로그로 작업하는 게 점점 비싸져서 코닥에서 받는 도움이 크다. 매체에서 의뢰를 받아 일할 때는 사진을 빨리 전달해줘야 해서 디지털을 쓴다. 하지만 시간이 허용될 땐 매체 일도 필름으로 찍는다. 디지털의 0과 1 보다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필름으로 찍을 때는 느낌도 다르지만 현상, 밀착, 인화를 거치며 같은 사진을 여러 번 보면서 내 앞에 놓인 사진을 이해할 시간이 많아 프린터기가 매번 정확하게 뽑아내는 사진보다는 암실에서 인화를 하면서 같은 사진도 약간 다르게 인화되는 그런 것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언 보호구역의 아이들 Emily Schiffer

에밀리 쉬퍼(Emily Schiffer, 1980~)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 태생으로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다. 2005년 사우스 다코타 주의 샤이엔 강 인디언 보호구역(Cheyenne River Reservation)에서 마이 뷰포인트(My Viewpoint)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쳐왔고 더불어 자신의 사진작업도 해왔다.
(http://www.emilyschiffer.com)


앙코르사진축제에서 슬라이드쇼로 상영될 샤이엔 인디언 보호구역 작업은 여러 해 동안 진행해왔는데, 어떻게 시작된 작업인가?
2005년 친한 친구가 그곳으로 이사를 가서 YMCA 어린이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일했는데, 어느 날 나에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많은 사진가들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옮겨갈 무렵이어서 아날로그 사진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시기였다. 얼마 후 나는 많은 사람들의 기부로 50여대의 사진기와 암실도구를 갖추고 그곳으로 갔다. ‘마이 뷰포인트’ 프로그램은 그렇게 시작됐고, 아이들과 나는 만나자마자 바로 통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찍을 생각이 없었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까 고민하던 때라 자연을 개념적으로 찍어보려고 했었다. 수업 둘째 날에 학생들에게 ‘독특한 관점’이란 것에 대해 설명하느라 어딘가를 기어오르고 바닥을 기면서 사진을 찍다가 렌즈를 통해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여 그들을 찍게 됐다. 아이들과는 자유롭게 새로운 걸 시도하고 탐구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처음 사랑하게 된 사진과 다시 연결될 수 있었고 사진으로 ‘본다는 것’이 다시 즐거워졌다.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연결고리가 내 작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마이 뷰포인트(My Viewpoint)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학생들은 6살에서 21살까지 다양하다.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 경우 1년에 2개월에서 4개월 동안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들은 원하는 시간에 오고가도록 한다. 매일 그 날의 주제를 정해 찍는데, 우리는 서로의 소재가 돼서 찍는다. 가능하면 코치는 안하려고 한다. 이 사진을 다른 시선으로 찍는다면 어떨까, 다른 위치에 서서 찍는다면 어떨까 등을 묻는 정도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을 가르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다.

흔히들 말하는 ‘사진으로 사회적 변화를 꾀한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마이 뷰포인트’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진이 인디언 보호구역이 가진 사회적 문제에 해답이 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진으로 학생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기회를 가졌고 중요한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여행이 자아개발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해 작년부터 프로그램에 넣었다. 2010년에 받은 아놀드 뉴먼 상의 상금 대부분을 청소년 5명과 어른 3명을 뉴욕으로 오게 하는데 썼다. 뉴욕의 사진계를 구경시키고 큐레이터, 사진 편집장, 사진가들을 만나게 했다. 인디언 보호구역 밖의 사람들 또한 그들의 사진을 인정해준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또 자신의 사진을 어떻게 보여줄 지도 생각하게 했다. 내년 여름에는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아트 캠프를 열어 에세이 쓰는 것과 포트폴리오 준비하는 걸 도와줄 예정이다.

사진 속 아이들은 그들이 처한 가난과 절망보다는 시적이고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나와 아이들은 순수한 관계다. 그것은 사회가 만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서로가 연결될 수 있게 한다. 내 사진은 사회적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피상적으로 가난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사진가로서 내가 고민하는 점은 내가 겪은 그 순수한 관계를 보는 이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이 뷰포인트 프로그램을 필리핀의 트로피칼 플레이스(Tropical Palace)에도 적용해 어린이들을 가르쳤고, 아이들이 찍은 사진과 함께 전시도 했다. 전시 방법 또한 독특해 보는 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전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보는 이가 내 사진 속 소재에 대해 존경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사진 속 아이들과 경험한 관계를 보는 이가 그대로 체험했으면 한다. 샤이엔 강에서 찍은 사진은 여러 개의 사이즈에 프레임해서 걸었다. 프레임 주위로 텍스트가 감싸 돌게 했고 다른 벽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텍스트는 나와 아이들과의 관계를 적은 글에서 추려낸 것인데, 보는 이가 이미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줄 역할을 했다고 본다. 트로피칼 플레이스에서 찍은 사진들은 ‘Natural Lang’(‘그냥 자연적’이란 뜻)이란 제목으로 전시했다. 어두운 방 안에 다양한 사이즈의 라이트박스를 다양한 앵글로 걸었다. 사진의 사이즈를 다르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보는 이가 수시로 다가섰다 물러섰다 하면서 사진을 봐야 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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