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8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공부하며 사진작업을 하는 사진가 임상빈은 SNS라는 사진의 새로운 유통방식을 사진작업에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수많은 사진들을 모아 콜라주해 만드는 자신의 작업 모티브가 스스로 생산하고 유통하며 다른 사진들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소셜 네트워킹 속 사진의 속성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글 | 월간사진 김보령 기자
임상빈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존에 작업 중이던 ‘Cityscape’와 ‘People’, ‘Museum’ 3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익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각각의 작업 주제에 맞는 사진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주변에 있는 건물이나 셀프포트레이트 또는 직접 그리거나 만든 작품을 찍어 보내면, 임상빈은 이것을 모아 콜라주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식이다. 즉 작가와 페이스북 사용자가 함께 사진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임상빈의 페이스북 프로젝트는 온라인 작업과 비평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온라인 비평과 참여가 작품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춘 지난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활동’(Art practitioner)뿐 아니라 ‘이미지의 수집과 사용’(Image collector & director) 행위로 대상의 범위를 확장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해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전개, 발전될지는 모르겠다”며 “단지 지금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실험하다보면 온라인도 합법적인 미술의 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www.sangbinim.com/wanted
페이스북과 플리커에서 사진 모아요
캐나다의 예술가인 페넬로프 엄브리코(Penelope Umbrico)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사진 기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플리커(Flickr)에서 찾은 54만2천장의 ‘노을’ 사진을 모아 붙인 대형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플리커 사이트에 올라오는 수많은 노을 사진을 모아 태양 부분만을 오려 4×6인치 사이즈로 인쇄한 후 이어 붙였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도 전시된 작업 ‘Suns from the Internet’은 플리커 사진으로 대표되는 전세계 사람들의 욕망과 시각, 나아가 첨단기술과 인간관계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페넬로프 엄브리코의 ‘노을’ 작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사용되는 사진의 수가 늘어나 2008년에는 322만장의 노을 사진이 작업에 사용되었다. 그의 작업은 마치 유기체처럼 스스로 자신의 세포 수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점차 스스로 확장해가는 작업은 플리커에 올라오는 노을 사진과 그 안에 숨겨진 욕망 역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죠. 이 쿨(cool)한 일렉트로닉 스페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세계를 동경하는 인간이 만든 가상의 창과 같아요.”
www.flickr.com/photos/sunsfromflickr-umbrico
책과 영화로 진화하는 SNS 속 생활사진
소셜 미디어 속 사진은 일반인들을 삽시간에 유명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들이 쏟아 놓는 다양하고 생생한 체험담은 출판과 방송 등 기존 미디어 관계자들에겐 아이디어 뱅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평범한 청년이었던 저스틴 할펀(Justin Halpern)은 자신의 트위터에 고집불통 아버지의 재기발랄한 어록과 수십 년간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함께 올리기 시작했다. ‘Sh*t My Dad Says’라는 제목의 트위터는 25만명의 팔로워를 모으며 인기를 끌더니 책으로 발간된데 이어 최근에는 CBS의 시트콤으로까지 만들어졌다. 사진에세이 ‘Sh*t My Dad Says’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모습을 찍은 정다운 사진과 생생한 에피소드, 때때로 아들에게 들려줬던 재미있고 위트 있는 인생의 조언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20위 안에 오르기도 했다
twitter.com/shitmydadsays
짧은 글과 사진으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을 나누는 이른바 소셜 네트워킹 시대를 맞았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불특정 다수의 지구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맥을 관리하며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신개념 소통 채널이다. 약 5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Facebook)과 ‘140자의 매직’이라고 불리는 트위터(Twitter)가 대표적이며, 전세계 인구의 약 10분의 1의 사람들이 이러한 종류의 SNS를 즐기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을 타고 옮겨지는 사진 이미지는 종이 지면이나 공중파 방송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의 피해현장 사진들이 뉴스보다 더 빨리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 퍼지면서 트위터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최근에는 지하철 성추행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트위터를 통해 실어 나르며 범인을 색출하기도 했으며, 한 일간지 사진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대학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시키는 제보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SNS 속 사진의 위상은 2010 세계보도사진(World Press Photo)의 수상결과에서도 증명된다. 인터넷을 떠돌던 작자미상의 한 동영상 정지화면이 특별상에 선정된 것. 휴대폰으로 촬영된 이 영상은 이란의 시위 도중 경찰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여대생의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인에게 전달되면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소셜 네트워크는 사용자들이 직접 사진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간이자 가장 빠른 실시간 정보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유형 혹은 대안으로도 떠오른다. 소셜 네트워킹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스스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소셜 네트워킹 속 사진은 소통의 밀도를 높이는 도구뿐 아니라 출판과 전시의 창구, 나아가 사진가에겐 가상의 작업실이 되기도 한다.
트위터 소셜 사진전, 소통을 이야기하다
트위터는 본래의 뜻인 ‘재잘거리다’(Tweet)라는 의미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수다가 모여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SNS다. 지난해 말 갤러리더스페이스에서 열린 1회 소셜 사진전
<소통>
은 트위터의 사진일기클럽인 ‘포다당’(포토다이어리당, Photodiary) 회원 중 50여명이 참여한 사진전이었다. 포다당은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800여명의 직장인과 대학생 등 일반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나누는 온라인 사진모임으로, 각자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린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사진들이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의 공감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된 모임이다. 포다당은 소통 채널인 트위터와 사진을 통해 만난 인연을 오프라인 사진전으로까지 확장시켰다. 트위터의 가장 중요한 미덕인 ‘소통’을 주제 삼아 찍은 각자의 사진을 공유하며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소통의 의미를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이러한 사진모임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가상의 세계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중이다. 포도당처럼 소중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 전시수익을 소아암센터에 기부한 이들의 전시는 공익적인 취지를 인정받아 올해 11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2회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짝퉁사진가’라는 닉네임으로 전시에 참여한 대학생 권동범씨는 “언제 이렇게 다양한 분들과 사진으로 소통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도 소셜 네트워킹이 단발적인 온라인 매체에서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이어져 작지만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it.ly/aP94mg
소통>
비슷한 시기 갤러리나우에서는 2010 스마트폰 사진 페스티벌인
<스마트하십니까>
가 열렸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전시기획팀이 기획한 전시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작품사진을 트위터와 이메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공모받아 그중 1천여 점을 전시했다. 전시기획팀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기부 받아 전시하고, 판매한 수익을 다시 사회에 기부하여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는 전시”라며 “500만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스마트’(Smart)하면서도 따뜻한 전시를 펼치고자 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전문 사진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전시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문성근, 곽재용, 홍승우 등 영화감독과 만화가, 연예인 등 사회 각층의 인사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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