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5
지금까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상의 사진구성 방안을 알아 보았다. 이번 호에서도 그외의 다른 방법들을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이러한 기초적인 구성법을 제대로 숙지하면 현장에서도 쉽게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글 | 김성민 경주대 조형예술학부 사진영상학과 교수
극단적인 앵글 활용: 대담한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보통 눈높이에서만 촬영을 하고, 이같은 사진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평이한 구성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포복 자세로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우연히 일본 사진가인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업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아라키는 성(性)적인 사진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이외에 거리사진 작업이나 개인적인 작업 역시 잘 알려져 있다. 비디오에서 아라키는 동경의 사람들 많은 거리에서 엎드린 자세로 촬영하고 있었다. 좋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모범적인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런 마음가짐이야 말로 사진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극단적인 로우 앵글은 사진을 좀더 드라마틱하고 흥미롭게 만들며, 피사체를 좀더 신기하게 보이게 만든다. 평범하지 않은 카메라 앵글로 촬영된 사진은 독자들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시선을 멈추게 만든다. 이미 독자들에 눈에 익숙한 사진은 강한 충격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이 앵글 사진은 피사체를 배경으로부터 분리하고 축소시키는데 반해 로우 앵글은 더 과장되고 웅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바닥에서 수평으로 촬영을 할 경우에도 매우 흥미로운 광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 1에서 보듯 로우 앵글은 트랙터의 크기를 과장해 아주 평범한 대상으로부터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눈높이로 촬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배경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좋은 로우 앵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대략 다음의 몇 가지 방법을 권하고 싶다.
① 등을 대거나 혹은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② 최대한 몸을 낮추고 카메라를 하늘로 향한다.
③ 뷰파인더를 장착해 로우앵글 촬영이 가능한 프로용 SLR 카메라를 이용한다.
사진 2의 경우는 올려다본 자세로 촬영한 사진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거리 사진과는 매우 다른 흥미로움을 제공한다. 리제트 모델(Lisette Model)은 1930년대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사진가로 다이안 아버스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사진가이다. 리제트 모델은 극단적인 로우 앵글과 과도한 클로즈업 등으로 당대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대담한 사진들을 촬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다리만을 촬영한 이 사진은 뉴욕 거리의 복잡함을 암시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같은 작가가 촬영한 사진3도 로우 앵글을 활용해 피사체를 극단적으로 과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물론 이런 사진은 포토저널리즘보다는 예술사진으로 더 가치가 있겠지만, 우리가 배울 만한 흥미로운 점을 제공한다.
동감을 활용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이 발명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감광물질이 민감하지 못하고, 렌즈도 밝지 못해 사진에 촬영되는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만 했다. 이런 경우 조금의 움직임이 쉽게 사진을 망쳐 놓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대에 와서는 사람들의 동작을 완벽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움직임을 활용해 구성상의 강조점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빠른 셔터 스피드를 활용해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사진의 일부분만 움직이게 보이도록 만들거나, 전자 플래시를 사용해 움직임과 정지됨을 한꺼번에 사진 속에 담을 수도 있게 되었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정확하게 정지 동작으로 촬영한 사진은 피사체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는 있지만 동감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느린 셔터 스피드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피사체나 배경, 혹은 두 가지 모두를 흐릿하게(blur)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포토샵 필터에서 모션 블러(Motion Blur)라는 효과를 만들어내듯, 사진을 촬영할 때 이러한 모션 블러를 활용하면 매우 흥미로운 강조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패닝을 사용해 움직임을 강조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 사진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① 피사체의 속도
② 셔터 스피드
③ 피사체와 카메라의 각도
④ 카메라로부터 피사체까지의 거리
사진 4는 뉴욕의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라는 주간 신문의 사진 칼럼가로 활동하는 실비아 플라치(Sylvia Plachy)라는 사진가가 촬영한 인물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주인공 인물은 정지된 상태로 촬영되었고, 그의 어깨에 앉아 있는 앵무새가 살짝 움직이면서 매우 흥미로운 사진을 만들었다. 모든 부분이 흔들리는 것보다 이렇게 한 부분이 가볍게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시각적으로 훨씬 더 강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사진 속의 작은 움직임은 인물의 감정적인 부분을 드러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느린 셔터 스피드와 함께 전자 플래시를 사용하면 같은 이미지 안에서 명확하게 정지된 부분과 움직임을 함께 포착할 수 있다. 카메라 셔터 스피드를 1초에서 1/15초 사이로 느리게 잡고, 노출보정 장치나, ISO 다이얼을 조절해 노출이 한 스톱 정도 부족하게 나오도록 잡고 플래시를 함께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플래시에 의해 정지된 부분이 만들어지고, 나머지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의 피사체 움직임이 동감으로 표현된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ISO를 낮은 감도로 맞추고 일광에서 플래시를 함께 사용하면 쉽게 이러한 동감을 표현할 수 있다.
로렌 그린필드(Lauren Greenfield)는 대도시 청소년들의 생활을 기록해 ‘Fast Forward’라는 사진집을 발간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그가 촬영한 사진5는 버스에 무임승차하기 위해 달려가 매달리는 빈민가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 사진에서 사진가는 일광임에도 불구하고 전자 플래시를 함께 사용해 아이들의 동작을 정확하게 포착하면서 동시에 약간의 움직임이 함께 나타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진6은 실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중앙의 주인공은 플래시에 의해 정확하게 포착되었고, 패닝이 함께 되면서 배경 인물들은 모두 흐릿하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플래시를 활용해 사진에 동감을 불어 넣는 것도 흥미로움을 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