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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함께 나누다

2014-02-12


한글의 태생을 굳이 분류하자면 친서민일 것이다. 비록 왕과 귀족들이 만든 글자체계이기는 하나 ‘어리석은 백성들은 제 뜻을 펴도록 새롭게 스물여덞자를 만들어 편히 사용코자 했던 것’이 훈민정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한자에 밀리더니, 이제는 영어에 밀리는 한글의 처지를 바로잡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운 일이다. 네이버는 ‘한글 한글 아름답게’ 프로젝트를 통해 소상공인 20인에게 한글 간판을 전달함으로 단순히 소상공인 지원을 넘어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기사제공│팝사인

네이버, 한글을 나누다
네이버는 2008년부터 매년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한글 아름답게’라는 한글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2013년에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한글글꼴 ‘나눔바른고딕’을 무료 배포했고, 서울 명동에 ‘한글의 담’을 설치해 바른 한글쓰기를 장려하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소상공인들에게 한글 간판을 무료로 지원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출되고 있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린다는 것이 네이버의 지향점이다. 모바일 폰트에서 PC버전 폰트 배포, 디지털사이니지를 활용한 프로젝트 시행에서 한글 간판 나눔 프로젝트까지 아날로그부터 디지털 기기에까지 모두 적용되는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런 유산이다.

프로젝트 계획 발표 후 접수된 1.013편의 글이 한글 간판 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방증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거리에 넘쳐나는 많은 간판 중 우리 한글이 더 잘 돋보일 수 있고, 간판 제작 및 교체가 어려운 소규모 상점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 많은 분들께서 응원을 보내주셨다”고 경과를 밝히며, “고심 끝에 전국적으로 20군데의 상점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한글 간판 지원 프로젝트 <한글, 함께>
네이버 측은 지난 2013년 10월 1일 한글 간판 지원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동안 청년 창업 상점을 포함해 소규모 개인상점 운영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참여 신청을 받았다. 접수된 글은 모두 1,013건으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이 중 심사를 거쳐 20군데의 상점이 선정되었는데, 선정된 지역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 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퇴직 후 여신 작은 동네 슈퍼입니다. ‘도원’이 무릉도원이라는 뜻인데 가게 이름과 달리 현실은 참 힘겹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판 색깔도 변해 보이지 않고, 불도 안 들어와 사람들은 장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더군요. 제 유일한 바람은 간판에 불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 경기도 성남시 도원 슈퍼

“중증장애인 직업훈련을 진행하는 재활시설입니다. 후원금으로 운영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 간판을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외진 곳인데 간판도 없어, 봉사자들이 처음 올 때 시설을 찾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또한 친구들이 간판을 보며 자신이 직업을 가진 사회인이라는 긍지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 서울시 강동구 동안우리복지센터

“저희 부모님은 29년째 초등학교 옆에서 문구점을 하십니다. 물건 사는 이의 마음이 한아름 기쁨으로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게 이름을 ‘한아름문구완구’로 지으셨답니다. 그런 간판이 지난해 태풍 볼라벤으로 날아가버려 ‘한아…완구’만 남아버렸네요.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일년째 이런 모습입니다.”
- 인천광역시 남구 ‘한아름문구완구’


한글, 어울림을 말하다
네이버 측은, 지난 11월, 최종 선정된 가게 20곳을 찾아 전국 답사를 시작했다. 신청자를 직접 만나 가게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원하는 간판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게 및 주변 환경을 살피는 것이 간판 제작의 첫걸음이었다. 한글의 조형적 특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가게의 고유한 분위기를 한글에 담기위해 촉박한 시간이지만 즐겁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12월 13일, 배송과 설치를 시작한 한글 간판들은 강추위와 폭설 속에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간판을 설치하느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점포주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나와 ‘동네가 다 환해졌다’며 호응을 보내왔다고.

한글 간판 지원 프로젝트 ‘한글, 함께’는 약 3달의 진행기간을 거쳐 지난 12월 21일 제주도 ‘달의 물들다’ 게스트하우스 간판 설치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관계자는 “한글캠페인 담당자들로서는 작은 변화지만 한글의 아름다움과 따스한 온정을 새삼 느끼고, 네이버 한글 캠페인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여러분들도 여느 골목에서 길을 걷다가 네이버와 소상공인들이 함께 만든 한글 간판을 마주친다면, 그에 깃든 한글의 소중함과 나눔의 마음을 떠올려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글, 함께’ 문화를 나누는 좋은 프로젝트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자음 ‘ㅅ’의 날카로움과 ‘ㅍ’의 서늘함이 목젖의 안쪽을 통과해 나오는 ‘ㅜ’모음의 깊이와 부딪쳐서 일어나는 마음의 바람이다. ‘ㅅ’과 ‘ㅍ’은 바람의 잠재 태이다. 이것이 모음에 실리면 숲 속에서 바람이 일어나는데, 이때 ‘ㅅ’의 날카로움은 부드러워지고 ‘ㅍ’의 서늘한 ‘ㅜ’ 모음 쪽으로 끌리면서 깊은 울림을 울린다. 그래서 ‘ㅅ’은 늘 맑고 깊다. 숲 속에 이는 바람은 모국어 ‘ㅜ’ 모음의 바람이다. 그 바람은 ‘ㅜ’ 모음의 울림처럼. 사람과 몸과 마음의 깊은 안쪽을 깨우고 또 재운다.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 김훈, ‘자전거 여행’ 중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에서


한글은 표의문자가 아님에도 조형적 특징이 가지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위에 인용한 김훈의 글은 한글이 가지는 조형적 느낌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글이다. 같이 뜻이라도 사람들이 어떤 글자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표현한다. 네이버의 ‘한글, 함께’프로젝트는 한글이 가지는 오묘한 느낌의 조형적 특성을 고려해 신청자들의 마음을 담고자 노력한 흔적이다.

한글을 매개체로 표현된 20군데의 새로운 간판은 전국의 골목 어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깔끔해진 간판이 아니라, 작은 간판 하나에서 다짐과 희망을 나누고자 했던 주인들의 착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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